전통문화프로젝트그룹 한복여행가의 카카오톡 방에는 한복을 맞추려는 신입 단원들이 많은 질문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름 아닌 주위 사람들의 의견에 대한 걱정이다.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

“제가 이제 한복을 한 벌 맞추려고 하는데요, 요즘 많이 입는 한복스타일 있잖아요. 수 같은 거 안 넣고, 치마 짧게 한 다음에 허리 부분에 흰색 천 대는 거요. 이렇게 맞추려고 하는데 부모님이 그냥 전통 한복으로 맞추라고 하셔서요…. 고민이 돼요.”

우선 이 친구는 배색 중심으로 된 한복을 맞추려는 중이다. 이 경우 한복지에 원래 들어가 있는 무늬 빼고 세부 장식을 최대한 생략하면 한복의 저고리와 치마, 깃과 주름 등 자체 형태를 극대화할 수 있다. 2012년 모 업체에서 배색 중심의 모던한 느낌을 살려 한복을 짓기 시작했던 것이 한복 마니아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졌고, 지금은 예복용 한복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기혼여성의 경우 노란색 저고리와 붉은색 치마, 두껍고 긴 자주색 옷고름을 해야 한다는 불문율도 깨진 지 오래다. 여전히 유행하는 배색이나 스타일이 있기는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꽤 ‘개인의 취향’에 맞춰 입는 모습이다. 원색의 진한 색감에서 파스텔톤으로 바뀐 색감과 과거에는 없던 돌림 깃, 경쾌한 짧고 얇은 고름, 붕어배래 대신 직배래를 선택해 보다 모던한 스타일로 입는다.

그러나 현재 50대 이상의 세대는 19세기 말 한복 스타일이 ‘전통한복’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일부러 옛 형태를 고집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예비 신부에게는 어른들의 생각이나 결정이 더 중요한 경우도 많아 가급적 그에 따르라고 조언하는 편이지만, 일상적으로 한복을 입기 위해 새로 맞추는 사람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된다. 자신의 스타일과 취향에 맞는 한복을 지으라고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한복은 일반 기성복보다 비용이 좀 더 드는 편이므로 한 번 맞출 때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결과물-자신과 잘 어울리는-은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과 어울리는 형태로 완성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본인이 많이 입는 옷이나 좋아하는 색깔, 낯빛 등을 고려하면 좋다. 특히 주변에서 한복에 대한 이해가 크게 없는 경우, 한복에 대한 기준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흔한 한복이 유일무이한 진짜 전통 한복이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맞추는 사람 입장에서도 쉬이 선택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완성한 한복을 받아든 후에야 후회를 한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한복은 지어 입는 사람의 취향대로 얼마든지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자신이 입을 옷을 지는 상황이라면 주위 사람들의 조언보다는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대로 조금, 욕심을 부려도 된다. 한복은 그런 욕심도 잘 소화해 주는 옷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의 한복은, 전통은 매우 종류가 많고 다양하다. 이것이 한복이냐, 한복이 아니냐 혹은 이것이 전통적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취향으로서의 한복과 전통을 바라보면 어떨까? 어차피 두 개 다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며 어떤 한 사람의 취향도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다양한 한복 스타일과 다양한 전통이야말로 진정한 ‘우리’를 대변하는 문화인 것이다. 문화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다양한 방식으로 흐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 힘을 빼고 자기 방식대로 자기 한복을 즐기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