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사 모습(사진=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강남 아파트 시장이 세입자 구하기 전쟁에 돌입했다. 곳곳에 빈 집이 생겨나는 가운데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있어 세입자 품귀현상으로 인한 가격하락도 우려되고 있다.

4월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한복판에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공실 아파트가 증가하고 있다. 현지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교육 1번지로 알려진 대치동에서는 이곳 대표 아파트인 ‘래미안 대치팰리스’ 빈 집이 이날 현재 7가구다. 대치동은 학군 수요가 꾸준한 지역인 만큼 전세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실제 지난해 12월 ‘래미안 대치 팰리스’ 전용면적 84㎡는 13억80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찾았다. 그러나 이달 같은 면적 아파트는 무려 1억원 이상 하락한 12억5000만원에 전세거래가 됐다.

같은 동에 위치한 ‘선경’ ‘우성’ 아파트 단지 역시 공실이 10여채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단지는 로열층에 위치한 아파트도 공실인 상황이다. 문제는 집주인들이 전세가격을 낮추지 않아 공실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치동 D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해당 매물들은 대부분 전부 수리가 됐고 층도 로열층이지만 세입자를 못 구해서 빈 집인 상태다”면서 “세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집주인이 공실을 해결하기 위해선 전세가격을 낮춰야 하지만 낮추지 않아 공실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경1차 전용면적 128㎡가 올해 2월 거래된 금액은 10억원이지만 해당 매물은 현재 10억5000만원에 나온 상황이다.

잠실은 올해 말 입주를 앞둔 ‘헬리오시티’로 인해 세입자 품귀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헬리오시티’는 올해 12월 입주임에도 불구하고 가구 수가 1만여개에 달하는 만큼 입주 이전부터 전월세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 역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주물량의 증가로 전월세 세입자를 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 통상 입주 3~4개월 전부터 하는 ‘세입자 구하기’를 5개월가량 앞당긴 것이다. 실제 올해 1분기에도 수도권에서는 지난해보다 85% 증가한 5만5982가구가 입주했다.

가락 ‘ㅇ’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송파 헬리오시티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서 입주가 시작하기도 훨씬 전에 매물을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증가했다”며 “아직 입주까지 7~8개월가량 남았기 때문에 거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관심이 높은 만큼 올 9월쯤에 전월세 계약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송파 헬리오시티’의 입주로 인해 잠실 전월세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시각이다. 현재 시장에 나온 ‘송파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의 전세가격은 7억원대에 형성됐다. 같은 면적의 잠실동 ‘잠실 리센츠’가 8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1억원 가까이 저렴하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새 아파트인 데다가 가격이 잠실보다 저렴해 잠실 대신 ‘헬리오시티행’을 선택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올해 9월 전세가 만기인 ‘잠실 엘스’ 한 세입자는 “헬리오시티가 12월 입주이기 때문에 3개월 간 있을 곳을 구한다는 전제 하에 헬리오시티로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면서 “입주기간만 맞출 수 있다면 헬리오시티로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잠실 전세 시장은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강화 등으로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이다. 서울부동산 정보 광장에 따르면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4㎡ 전세가격은 지난해 한때 10억원까지 치솟았지만 17일 8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만여가구 규모의 ‘헬리오시티’ 입주까지 이뤄진다면 전세가격 하락 압력이 더 심해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 팀장은 “보통 입주 2~3개월 전부터 전월세 거래가 시작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측정하기가 어렵지만, 잠실과 송파를 다른 시장으로 보기는 어려운 만큼 잠실 전월세 시장이 ‘헬리오시티’의 영향은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