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3년 전 땅콩회항 사건으로 곤혹을 겪었던 대한항공이 또 다시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이번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둘째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다. 조 전무는 대한항공과 계약관계에 있는 광고회사의 직원에게 고성과 함께 컵을 던지고 물을 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조 전무와 관련한 과거 일화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4년 대한한공의 A 기장은 노조 홈페이지에 조 전무가 10살 때 조종실에 들어와 자신의 오빠(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게 “오빠 잘 봐놔, 앞으로 오빠 회사 될 거니까”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당시 부기장이었던 A 기장은 조 전무의 말을 듣고 어금니를 갈며 참았다고 한다.

이미 몇 년이나 지난 일화이고 철없는 10살짜리 아이가 한 말이 이제 와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 전무를 비롯한 한진그룹 삼남매의 갑질의 기저에 대한항공이라는 기업이 자기 가족들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본래 국영 항공사로 설립됐다. 고(故)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196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유로 대한항공을 인수한 뒤 민영 항공사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국가를 대표하는 항공사로서의 지위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지난 1월 개장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사실상 대한항공이 독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제2여객터미널은 사업비 4조원 이상이 투여된 최첨단 시설이다. 또 대한항공에는 국가의 공공자산인 운항권이 배분되며 공무원들이 해외출장을 갈 경우 원칙적으로 대한항공을 이용해야 한다.

기업은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다. 대한(大韓)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자기 아버지의 지분이 많다고 해서 수백명이 타고 있는 항공기를 마음대로 회항시키고, 사무장을 내리게 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직원에게 물을 뿌리고, 폭언을 해서는 안 된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조 전무에 대해 “이 사건은 한국인들이 ‘갑질(Gapjil)’이라 부르는 것의 한 예로, 마치 봉건시대 영주처럼 하청업체를 괴롭히는 간부들의 행동”이라고 보도했다.

대한항공은 1만8000여명의 임직원과 그보다 몇 배는 더 될 임직원 가족의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내 지분이 많으니 기업은 내 것이고 내 마음대로, 독단적으로 운영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원시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오너 리스크는 한국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암초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조 전무의 갑질 이후 한진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3200억원이 감소했다. 소유와 경영은 분리돼야 한다. 경영능력과 도덕성이 떨어지는 오너는 기업의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 그게 기업을 위해서도 좋은 길이다. 부디 반성하고 또 반성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