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ON 2018 JAPAN 박람회장의 한국음식 판매 식당. 한국 음식을 사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일본 관람객들.

“ええっ、これ めっちゃ美味しい!!(엇, 이거 엄청 맛있네)”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일본의 수도 도쿄(東京)에 이은 제2의 도시 오사카(大阪)는 KCON이 열리는 일본 지바(千葉)현까지 고속버스로 약 9시간이 걸리는 먼 곳이다. 오사카에 사는 직장인 마에자와 아야노(前沢綾乃, 32)는 이번 KCON을 관람하기 위해 오사카에서 직접 차를 운전해 지바현으로 왔다. 그녀는 최근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세로 떠오른 한국 음식 ‘치즈닭갈비’를 KCON 행사장의 한국 음식 판매 부스에서 처음 맛보고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엠카운트다운이 저녁 시간에 현지 한류 열기를 달아오르게 했다면, 낮에 열린 KCON 한류 문화 박람회는 다양한 한류 문화 프로그램으로 수많은 일본 관람객들을 매료시켰다. KCON의 주관사인 콘텐츠 기업 CJ E&M은 점점 젊어지고 있는 일본의 신(新)한류세대를 겨냥해 지난해 KCON JAPAN보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 전시관 1개 홀을 추가로 대관했다. 이에 따라 현지 젊은 한류 팬들이 다양한 한국식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 체험 프로그램들도 신설됐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열린 박람회에서는 뷰티·패션·음식 등 다양한 한국의 생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총 187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특히 일본 젊은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인 치즈닭갈비 만들기 체험, 한글 배우기, 한국식 메이크업과 패션 배우기 등 다양한 주제로 한국 문화 체험의 장이 펼쳐졌다.

▲ K-POP 스타들의 의상을 단체로 맞춰 입은 일본의 K-POP 팬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아울러 이번 KCON에는 유튜브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익숙한 10대 관람객들을 위해 일본과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15명의 영상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박람회에 초대됐다. 그들은 KCON 박람회장의 중소기업관 부스에 마련된 ‘K-Studio’에서 뷰티·생활·K-POP 등 다양한 주제로 팬들과 소통하고 이를 유튜브로 생중계하면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했다. 인기 게임 크리에이터 ‘보겸’, 댄스·뮤직 크리에이터 ‘원밀리언’, 뷰티 크리에이터 ‘회사원A’는 사회적 기업 부스에서 팬미팅을 열고 수많은 관람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KCON 박람회는 무대에 나서는 것에 소극적인 일본 관람객들을 무대 위에서 춤추게 만들었다. 박람회장 한켠에는 ‘ALL DAY DANCE’라는 작은 무대가 마련됐다. 이 무대는 미리 참가를 신청한 개인·단체 참가자들이 K-POP 그룹의 춤을 따라 하는 공연을 펼치는 무대였다. K-POP을 동경하는 수많은 일본 젊은이들은 의상까지 단체로 맞춰 무대로 올라오는 대담함을 보여줬다.

문화 콘텐츠로 중소기업 해외 판로 찾다

CJ E&M은 아직은 규모가 작아 자력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들을 위해, 중소기업벤처부, 대·중소기업 농어업협력재단, KOTRA와 협력해 수출상담회와 판촉전을 열었다. KCON에 앞서 모집된 50개 중소기업들은 KCON 박람회장에 마련된 각 사 부스에서 일본의 일반 소비자들과 바이어들을 만났다. KCON 본 행사 하루 전이었던 12일에는 도쿄 시내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서 일본 바이어들을 만나기도 했다.

▲ KCON 2018 박람회에 참가한 뷰티브랜드 이연생활뷰티 담당자가 일본 여성 고객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특히 중소기업 동반진출 박람회장에는 50개사 중 70%에 이르는 35개 기업이 뷰티 전문 기업이 참여하면서 현지 ‘K-뷰티’ 인기를 실감했다.

색조 화장품 브랜드 ‘셀레핏(Celefit)’을 가지고 이번 KCON JAPAN 박람회에 참여한 화장품 제조업체 이연생활뷰티 엄강민 대표이사는 “최근 일본의 젊은 여성 고객들은 한국 화장품 특유의 밝으면서도 은은한 색감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에 종전까지 주로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던 제품의 오프라인 고객 반응을 보고 현지 오프라인 유통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이번 KCON 박람회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온라인에서 판매되던 제품이 오프라인에서도 반응이 좋을까 걱정했는데 한류 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일본 여성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했다”면서 “행사 3일 동안 판매하려고 가져온 제품들이 하루 만에 다 팔려 급하게 한국에 있는 직원에게 부탁해 추가로 제품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 KCON 2918 JAPAN 박람회장에서 일본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뷰티 업체 서치라이트H&B의 제주도산 해마를 원료로 만든 한국 화장품.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제주도산 해마(海馬)를 원료로 한 기능성 화장품 제품들을 가지고 박람회에 참가한 화장품 업체 서치라이트H&B 양성영 대표이사는 “일본에서는 해마를 ‘사랑’의 상징으로 여겨 귀하게 생각하는 동물”이라면서 “해마를 원재료로 한 화장품이라는 설명에 많은 일본 여성 고객이 몰려들어 제품을 구매해가면서, 행사가 아직 하루 남았는데 남은 물건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뷰티 브랜드 ㈜시앤컴퍼니 관계자는 “최근 2년 사이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K뷰티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업체들의 일본 진출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면서 “제품의 성능과 가성비가 좋다면 유명 브랜드가 아닌 중소브랜드도 한류에 힘입어 현지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 KCON 2018 JAPAN 박람회장의 CJ 제일제당 부스. 비비고 비빔밥을 맛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일본 관람객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뷰티 브랜드 못지않게 한국의 식품 브랜드도 박람회에서 일본 관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했다. 식품 기업 CJ제일제당 일본 법인은 이번 박람회에 자사 가정간편식 브랜드 ‘비비고’ 비빔밥과 마시는 식초 ‘쁘티첼 미초’를 가지고 와 시식·시음 행사를 열었다. 일본 관람객들은 비비고 비빔밥과 새콤달콤한 미초의 맛을 보기 위해 CJ제일제당의 부스를 몇 바퀴나 빙 둘러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일본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즉석 떡볶이 브랜드 ‘요뽀끼’를 들고 박람회에서 시식행사를 연 식품업체 영풍의 조호준 부장은 “행사 3일을 위해 준비한 4500인분의 떡볶이가 이틀 만에 거의 다 소진됐다”면서 “일본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맵지 않은 떡볶이를 개발한 것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 관람객들은 박람회에서 치즈닭갈비, 한국식 김밥, 핫도그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한국 식당 부스에도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음식을 사 먹기도 했다.

▲ KCON 2018 JAPAN 박람회장에 부스를 마련한 일본 콘텐츠 기업 '츠타야'.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일본 업체들도 ‘대만족’ KCON 박람회

이번 KCON 박람회에는 한국 기업들 외에도 음악 케이블 방송 엠넷 일본법인, 우리나라에는 서점으로 잘 알려진 콘텐츠 유통업체 ‘츠타야(TSUTAYA)’, 편의점 브랜드 패밀리마트 등을 포함한 수많은 일본 업체들도 참가했다.

특히 츠타야는 자사의 마일리지 포인트 시스템 ‘티 포인트(T-Point)’를 홍보하기 위한 부스를 마련했다. 츠타야는 박람회를 방문한 수천명의 방문객들을 맞이하면서 KCON 마케팅 효과를 제대로 확인했다.

츠타야의 모기업 플랜 K 엔터테인먼트의 쿠사나기 타이치(草薙太一) 부장은 “박람회가 열린 3일 동안 약 4000명의 고객들에게 우리의 마일리지 포인트와 비디오 콘텐츠 대여 서비스를 홍보했다”고 말했다.

츠타야의 아사하 오치아이(落合麻葉) 매니저는 “전시장에서 열리는 박람회 중에 KCON처럼 확실한 홍보 효과가 나타나는 큰 박람회는 일본에서도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여건이 가능하다면 매년 KCON에 참가해 우리의 여러 서비스를 홍보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