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권 회장은 18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이사회는 이를 수락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새로운 분위기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자세한 사임 배경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권 회장은 이사회 후 ‘변화를 위해 젊고 열정적인 사람이 차기 회장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일 창립기념일 행사가 열린 포스텍 체육관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출처=포스코

임시 이사회가 후 기자들을 만난 권 회장은 "열정적이고 능력있고 젊은 사람에게 회사의 경영을 넘기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포스코의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변화가 필요하며, 그중 중요한 변화는 CEO의 변화"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사퇴 의사를) 이사회에 말했고, 이사회에서 흔쾌히 승낙했다"고 전했다. 

권 회장은 지난 2014년 3월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2020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권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 중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심리적인 부담감이다. 전 정권인 박근혜 정부때 임명돼 문재인 정부까지 회장직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는 점에서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 4차례 해외 순방을 나서는 동안 권 회장은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모두 제외된 것도 권 회장에게 상당한 부담을 줬을 것이란 말이 많았다. 

포스코 회장은 정권이 바뀔때마다 잔여 임기가 남아 있더라도 자리를 물러났다. 이는 창업주인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 명예회장은 김영삼 정부때 정권과 불화로 사퇴했다.

이어 임명된 황경로, 정명식 회장도 1992년과 1993년 사이에 사퇴했다. 이어 회장 자리에 오른 김만제 4대 포스코 회장도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고 자진 사퇴했다.

1998년 취임한 유상부 회장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3년 연임 안건을 다루는 주주총회 하루 전날 사퇴했다. 뒤이어 자리에 오른 이구택 회장도 이명박 정부 시절 임기가 1년 남아 있는 상태서 물러났다. 

이명박 정부시절 임명된 정준양 회장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 회장직을 내려놨다.

이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의 수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일명 포스코의 ‘흑역사’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