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구도가 김용환 현 회장과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의 2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이 농협금융지주 설립 이래 최초로 3연임에 도전하는 가운데 금융권 채용비리 여파로 새로운 신임 회장을 맞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6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김용환 회장을 비롯해 김광수 전 원장,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 등 3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최종 후보군에 오른 이들 중 윤용로 회장은 지난 2월말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에 취임한 것을 감안하면 고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 경쟁은 김용환 현 회장과 김광수 전 원장 양자 대결로 압축된 모양새다. 농협금융지주 임추위는 최종 후보들을 대상으로 오는 19일 면접을 실시하고 20일 최종 후보를 선정, 정기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는 오는 23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 절차를 밟게 된다.

김용환 3연임 가능성 Vs 채용비리 책임 물어야

김 회장은 1952년생으로 서울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를 거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지냈고 2011년 수출입은행장에 이어 2015년 4월부터 농협금융지주를 이끌어왔다. 지난해에는 농협금융지주 설립 이래 최초로 연임에 성공했다. 김 회장이 이번 임추위에서 재신임에 성공하면 농협금융지주에선 전례가 없는 3연임 회장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김 회장의 지난 임기를 돌아보면 실적 향상이 눈에 띈다. 그는 첫 임기인 2016년에 대규모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해 농협의 오랜 짐이었던 부실 채권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지난해 김 회장의 연임에도 이런 호실적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농협금융지주의 호실적은 김 회장의 3연임에 호재다. 지난해 농협금융지주는 당기순이익 1조1272억원으로 2012년 지주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김 회장이 단행한 빅 배스 효과에 여신심사체계 개편 등 강도 높은 혁신 전략을 시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적 측면에서는 김 회장의 재신임도 무리가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는 3연임에 걸림돌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 채용 비리에 연루돼 집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 당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채용 과정에서 금감원에 부정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검찰 수사 결과 지난해 12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무혐의 처분은 났지만 금융권 채용비리 이슈가 해를 넘어 계속되는 만큼 김 회장 3연임이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신임 회장 후보로는 김광수 전 FIU 원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출처=법무법인 율촌

한편 김 회장과 대결하는 신임 회장 후보로는 김광수 전 FIU 원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사퇴 이후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된 인물로 문재인 정부 들어 기관장 후보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전 원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 인사로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주로 관료 출신 인사가 발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전 원장의 가능성도 낮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