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수입차 업계가 파격적인 할인 공세를 펴며 국내 자동차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국내 판매량 4위인 벤츠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벤츠의 기세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산차가 직격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 금융자회사인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10일 1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 2월에는 13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연간으로 1000억원대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과 달리 조달 자금 규모를 키우고 있다.

벤츠파이낸셜의 회사채 발행 규모를 늘린 것은 벤츠가 한국 시장을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벤츠파이낸셜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신차를 대거 사들이고 리스상품 선택지를 넓히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벤츠파이낸셜 관계자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은 자동차 할인이 아니라 신차나 리스상품 운용과 기타대출금을 갚기 위한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벤츠는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벤츠가 실탄을 대거 확보한 만큼 유기적인 마케팅 체제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파격적인 할인 공세로 수입차가 국산차를 압도하고 있는 만큼, 규모를 키운 벤츠가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메르세데스-벤츠 대형 세단 'E200d'.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벤츠, 실적 고공행진 이어가나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벤츠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벤츠는 지난 3월 국내에서 7932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벤츠의 최대 월간 판매실적이다. 종전의 기록은 지난해 6월 7783대였다.

벤츠의 기세는 국산차를 앞질렀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7800대를 판매했다. 한국GM은 6272대를 팔았다. 벤츠는 지난 1월 르노삼성을 제치고 국내 자동차업계 5위에 오른 데 이어 2월엔 한국GM과 르노삼성을 모두 제치고 4위에 올랐다. 벤츠는 3월에도 4위를 기록하며 자리를 굳혔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한국GM은 ‘철수설’ 까지 나오면서 판매실적이 급락했다. 르노삼성은 대거 신차 출시가 없다면 반등이 쉽지 않다. 르노삼성은 4월 중 소형 해치백(후면이 납작한 5도어 차량) ‘클리오’를 출시할 계획이지만, 벤츠의 성장세를 막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벤츠를 추격하고 있는 BMW도 르노삼성에 만만치 않은 상대다. BMW의 3월 판매실적은 7052대로 르노삼성을 바짝 쫓고 있다. 분기 판매량에서도 BMW는 르노삼성을 바싹 쫓고 있다.

▲ 2018년도 1분기 국내 완성차 5개사와 벤츠·BMW 판매량. 자료=한국수입차협회

파격적인 할인공세…수입차 약진

벤츠의 성장은 수입차 전체 성장과 보조를 같이 한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5% 안팎인 수입차 점유율은 올해 들어 2개월 연속 18%를 넘어섰다. 수입차가 내수시장에서 2개월 연속 점유율 18%를 유지한 것은 1987년 시장이 개방된 이후 처음이다.

수입차 판매량 상승률도 국산차를 앞선다. 1분기 국산차와 수입차 누적 판매량은 각각 31만580대와 6만7405대이다. 지난해 1분기 국산차와 수입차 누적 판매량은 각각 31만8747대, 5만4966대다. 올해 국산차 판매는 2.6% 감소했지만, 수입차는 22.6% 증가했다. 

이러한 수입차의 판매성장에는 파격적인 할인 공세가 큰 몫을 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내수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자동차 가격을 할인하는 등 대대적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원-프라이스’ 정책을 펼치며 일절 할인을 하지 않은 벤츠는 각 딜러사에 변동마진을 지정, 딜러사 자체로 할인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고 있다. 벤츠는 이번 달 대형 세단 E200을 850만원까지 공식 할인해주겠다고 나섰다. 6000만원대인 E200을 공식 할인가 850만원에 다양한 부가할인까지 더하면 4000만원 후반대에 살 수 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의 그랜저IG 최상위 모델 풀옵션사양과 비슷한 가격이다. 

할인 공세는 벤츠만 펴는 것은 아니다. BMW는 지난 2월부터 3시리즈 모델을 최고 1700만원 할인하는 프로모션 ‘트레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기본 할인 1200만원에 중고차를 반납하면 500만원 추가 할인하는 프로그램이다. BMW는 5시리즈 역시 1000만원 가까이 깎아주고 있다. 

아우디는 A6 2.0 디젤을 할부금융 이용 시 최대 1300만원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폭스바겐은 파사트GT를 1000만원 공식 할인 행사를 진행중이다.

중고수입차 매매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수입차 시장에 아우디 복귀가 임박하면서 기존 업체들이 파격적인 할인 공세로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면서 “특히 벤츠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벤츠는 이 기세라면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 4위는 물론 3위까지 노려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할인 공세로 지금이 소비자가 수입차를 살 최적기라는 말이 나온다. A씨는 "수입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득이 됐다"라면서 "이들의 할인 경쟁은 소비자가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