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요즘 글로벌 ICT 업계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2000년대 초 폭발하듯 성장한 온라인 기술이 모바일로 수렴되며 생태계 플랫폼 전략이 탄생했고, 이제 모바일 세계의 패권을 장악한 플레이어들이 인공지능과 초연결 사물인터넷을 동원해 새로운 시대를 연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AI를 중심에 두고 클라우드가 빅데이터를 확보해 저장하며, 미래 소통의 플랫폼이 거미줄처럼 확장해 모든 것을 연결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한 마디로 두뇌가 되고 있다. 

우리는 약 인공지능 시대의 신참자

인공지능은 이미 현실이 됐다. 집안에 인공지능 스피커가 속속 들어오고 있으며 유통과 물류, 부동산과 의학 영역에도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케팅 용어로 인공지능을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인공지능 홍수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막 약 인공지능의 초입에 들어섰으며, 일종의 신참자에 불과하다고 보는 게 온당하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기반으로 만든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방대한 분량의 정형(Structured)·비정형(Unstructured) 데이터를 분석해 의료 환경에서 최선의 가치를 보여준다지만 AI가 의사를 대신해 진료를 하는 것은 아니다.

2016년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한 가천 길병원의 이언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은 “왓슨을 도입해 정밀하고 빠른 의료 시스템을 구축, 이를 바탕으로 의료 민주화에 나서겠다”면서도 “모든 판단은 의사가 하는 것이며, 의료활동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의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왓슨을 삼국지에 나오는 ‘적토마’에 비유했다. 이 단장은 “관우가 적토마보다 빨리 달릴 수 없지만 적토마를 얻으면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냉정하게 말해 구글 알파고는 ‘바둑을 엄청나게 잘 두는 인공지능’에 불과하다. 그 자체로 대단한 성과지만 모든 영역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인공지능은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정 영역에서 고속계산과 연산을 통해 사람을 돕는 게 바로 ‘약 인공지능’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제 막 약 인공지능의 초기에서 ‘맛’을 봤다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나온 AI 대부분은 슈퍼 컴퓨터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스스로 학습하고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으나 그 영역이 한정적이라는 뜻이다. 페이스북은 AI 기술로 클로킹 게시물을 적발하고 네이버는 음란 이미지를 자동으로 잡아내고 있다. 가짜뉴스를 AI로 걸러내고 비전 AI로 메뉴판에 기록된 음식의 원산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지만, 기술 측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대단히 멀다는 게 중론이다.

강 인공지능 시대, 대비해야

인류의 역사는 자각에서 시작됐다. 자기와 집단을 자각하는 순간 신화와 전설이 탄생했으며, 이는 역사가 돼 내재화된 의식으로 발전했다. 우리는 이를 진화라고 부른다. 다음은 호기심이다. 한정된 영역의 자각이 다른 집단을 만나 뻗어나가기 시작한 순간 기하급수적이고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한다. 산업혁명 이후의 기술발전이 전체 인류역사의 대부분을 압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BM에 따르면 인류가 탄생한 후 2003년까지 쏟아낸 정보량은 5엑사바이트(EB) 수준이며, 이는 2003년의 이틀간 발생하는 정보량과 동일하다.

AI가 또 한 번 기술의 속도를 기하급수로 퀀텀점프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약 인공지능 시대의 초입에 선 우리가 단숨에 강 인공지능 시대로 접어들 수도 있다. 온라인 과학매체인 <피에이치와이에스>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진이 아기처럼 학습하는 로봇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아직 가능성 확인 수준에 머물렀지만, 자기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단서라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한다.

약 인공지능 시대에 머물렀지만 강 인공지능 시대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7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설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시작은 머스크가 했다. 그는 트위터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AI 위협을 경고했다. 그는 “AI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고 대응하는 것은 늦다”고 우려했다.

저커버그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AI에 반대하거나 종말론적 시나리오를 만드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그러한 생각은 너무 부정적이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머스크가 재반박했다. 그는 저커버그의 말에 대해 “제한적인 생각”이라면서 “AI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머스크는 “AI는 북한보다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최근 작고한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AI가 급성장하며 사람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세계가 총괄정부를 만들어 AI의 대재앙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인공지능은 일종의 감정을 가진, 초지능에 해당된다. 사용하기에 따라 인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그 중심에서 일종의 타협안을 낸 사람도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가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로봇세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쿼츠 인터뷰에서 로봇에 세금을 부과해 세수 부족을 충족하고, 이를 활용해 공동체의 균등한 발전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자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빌 게이츠의 의도에는 동의하지만 로봇세를 매길 확실한 논리적 근거가 없다”며 맞서는 등, 아직 관련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옥스퍼드 대학교 인류미래연구소(Future of Humanity Institute)의 카티야 그레이스(Katja Grace) 연구진이 세계 최고의 AI 석학들에게 “AI가 인류를 뛰어넘는 시기는 언제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인류의 일자리가 완전히 AI에 넘어가는 시기가 20년 내 찾아올 것”라고 답한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카이스트가 군사용 AI 개발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자 세계 29개국 57명의 연구자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을 곱씹어봐야 한다. 기술의 발전속도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AI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크게 엇갈리지만, 당장 대비할 수 있는 지점은 분명히 있다. ‘누구도 원하지 않은 오류’가 대표적이다. IT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에서 아마존의 알렉사가 별다른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혼자 ‘웃어버리는’ 오작동을 일으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음성인식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지만, AI가 생활밀착형 기술로 발전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마냥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 해킹도 마찬가지다. 경비용 드론이 해킹당해 갑자기 사람을 공격한다면? 자율주행차가 해킹당해 사고를 일으키고 테러를 일으킨다면? 초연결 생태계 전반의 대비태세가 필요하다.

범위를 AI로 좁히면 모든 행동의 발단이 인간의 의지에서 시작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16년 인공지능 채팅봇 테이를 전격 공개했으나, 16시간 만에 부랴부랴 테이를 종료시키는 일이 있었다. 인종차별주의자와 성차별주의자들이 몰려와 테이에게 자기들의 그릇된 사상을 주입했고 결국 테이가 최악의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가 됐기 때문이다. 약 인공지능의 초입에 선 우리들이 반드시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