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인공지능(AI)은 흔히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이라고 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컴퓨터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컴퓨터 공학과 정보기술의 분야라고 정의한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AI는 이미 우리의 삶에 깊이 침투해 제 일을 하고 있다. 병원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고 택시의 노선을 알려주며, 실시간 번역이나 통역을 하는 서비스는 AI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AI 개발을 위해 전 세계가 경쟁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스페인, 중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 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스타트업은 AI를 연구하고 관련 앱과 기술을 쏟아내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공각기동대’가 현실로 눈앞에 다가올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한국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병원과 유통, 통신 그리고 제조업 분야에서 AI는 속속 실현되고 있다. AI의 등장이 경제 편익을 증진시켜 인류의 삶을 더욱더 편안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일자리 감소, 전투로봇의 등장에 따른 대량 살육 등 극심한 부작용을 예상하는 반대론도 적지 않다. 과연 AI는 어떤 단계에 있고 어디로 가는가?

AI는 강 인공지능(Strong A.I)과 약 인공지능(Weak A.I)으로 분류한다. 강 인공지능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초지능 인공지능이다. 홀로 생각하고 사고할 수 있으며, 자기가 알아서 학습하고 길을 찾을 수 있다. 약 인공지능은 주어진 조건에서 빠른 연산력을 자랑하는 슈퍼 컴퓨터의 개념이다. 최초 알고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오로지 계획된 틀 안에서만 위력을 발휘한다.

강 인공지능과 약 인공지능의 구분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 모인 세계의 석학들이 인공지능의 정의를 규정하기는 했으나 강 인공지능과 약 인공지능의 차이는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반적으로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하며, 시각과 음성에 대한 지각력을 가지고 있고, 자연어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며,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인위적 지능체’를 강 인공지능의 범주에 넣는다.

2016년 딥마인드의 ‘알파고’ 쇼크 후 세계는 당장이라도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을 만난 것처럼 떠들썩했지만, 오늘날 우리사회는 약 인공지능의 관문을 막 넘었을 뿐이다. 우리가 코끼리 다리 더듬는 방식으로 알아가고 있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약 인공지능의 초입이며,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도출해 시나리오를 만드는 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대한 업적이며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인간이 개입해야만 생명력을 가진다. AI 기자나 AI 사진가 등도 마찬가지다. 모두 기존의 데이터를 통해 심층 신경망과 고도의 탐색을 통해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초고속 클라우드 계산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이 미래 ICT 기술의 비전이라는 점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IBM 등 다수의 ICT 플랫폼 기업들은 모바일 시대의 패권을 온전히 초연결 사물인터넷 시대로 옮기려고 한다. 모바일 시장을 장악한 이들이 누구보다 빠르게 연결의 고차 방정식을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교차시키는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가 파괴적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는 믿음에 설득력을 더한다.

문제는 인공지능이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수렴되면서 발생하는 빛과 그림자다. 영화 <반지의제왕>에 등장하는 ‘절대반지’처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변한다. AI가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 것이란 기대와 일자리를 줄이고 인류 멸망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가 교차하고 있다. 음성 인터페이스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이 스마트홈 전략과 만나면서 개인정보보호와 사생활 침해, 해킹에 따른 공포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AI는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에 침투해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많은 가정이 원시적인 인공지능 스피커를 속속 구입하고 있으며, 인텔리전스의 개념이 도입된 TV와 에어컨 등이 빠르게 보급되는 중이다. 모바일 앱을 열어도 AI를 쉽게 만날 수 있으며 SNS의 인맥쌓기에도, 유통회사의 물류 인사이트에도, 모빌리티의 이동 패러다임에도 AI가 판치고 있다. 그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하며 ‘공기가 된 인공지능의 현재’를 조명하고 약 인공지능과 강 인공지능의 미래를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