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RealNew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2월에 시작된 미국의 임금상승발 ‘국제 금융불안’
(Inflation Tantrum)이 후속 물가지표의 안정 등에 힘입어 다소 진정되나 싶더니 이내 새로운 충격이 다시 나타나 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트럼프의 보호무역이 본격화되면서 이제는 ‘태리프 탠트럼’(tariff tantrum, 관세 충격;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무역 정책으로 촉발된 시장의 요동을 의미하는 신조어)이 시장 불안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1년 남짓 동안 쏟아 낸 허위와 불안정으로 가득 찬 수 많은 말들 중 가장 어리석은 말을 뽑자면 “무역 전쟁은 우리에게 유리하고 이기기도 쉽다”는 말이다.

사실 (성향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은 대통령이 분명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무역 전쟁은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라 나쁘며 어느 나라도 ‘승자’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자문위원이었던 하버드대의 그레고리 맨큐 경제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 와의 인터뷰에서 "무역 정책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은 주류 경제(mainstream economics)에서 크게 벗어난 견해를 가진 자문단의 말을 듣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보수주의자든 자유주의자든, 이런 방식이 번영을 추구하는 올바른 접근이라고 생각하는 존경 받는 경제학자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무거운 관세를 부과한 결정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대통령의 성명은 훨씬 더 크고 위험한 성향을 보였다. 트럼프는 다양한 주제에서 자신의 유치한 편견에 도전하는 모든 전문가들을 상대로 사실 규명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정보기관의 분석가들, FBI 요원들, 기후 과학자들, 경제학자들, 연방 판사들은 모두 - 언론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 그의 뒤틀린 세계관과 다르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장 게리 콘마저 대통령의 태리프 탠트럼에 실망한 나머지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트럼프의 무역 정책은 경제적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성격이 짙다. 잃어버린 제조업 일자리를 찾아오겠다는 그의 냉소적인 선거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상징적인 제스처에 불과하다.

그의 결정을 환호하는 유일한 사람들은, 보호주의가 러스트 벨트의 문 닫힌 공장을 소생시킬 수 있다는 그의 환상을 공유하는 사람들뿐이다.

미국노동총동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의 리차드 트럼카 의장은 트위터에 "미 행정부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는 그 동안 미국 근로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미국의 제조업을 속여온 약탈 행위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위대한 조치”라고 썼다.

그러나 경제적 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전통적으로 자유 무역을 지지하고, 정부가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개념인 이른 바 ‘산업 정책’(industrial policy)에 반대하는 공화당 원들에 의해서도 크게 비난을 받았다.

▲ 출처= CNBC 캡처

전통적인 보수적 사고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관세야 말로 트럼프의 대통령직 수행에 가장 큰 정책 실수"라고 주장했다. WSJ은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이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인 폴 라이언의 본거지인 위스콘신주에서 생산하는 할리 데이비슨(Harley-Davidson) 오토바이를 포함해 미국 수출품에 대해 보복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여러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라이언은 대개 대통령과 거의 충돌하지 않는 소심한 유형의 인물이지만, 이번에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의 언론 보좌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무역 전쟁의 결과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백악관이 이 계획을 추진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마음을 바꾸도록 설득할 수 없을지라도 트럼프의 관세는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우스 다코타주의 존 튠 상원의원은 "이것은 매우 큰 문제다. 대통령은 많은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스콘신주의 론 존슨 상원의원은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조언이 많이 있지만 대통령은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세 부과로 인해) 오른 가격으로 철강을 구매해야 하는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그만큼 더 많은 돈을 전가할 것이다. 네브래스카주의 벤 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은 미국 가구에 엄청난 세금 인상을 부과하고있다. 보호주의는 좌파 정권에서나 나올 수 있는 나쁜 것이다. 이것은 공화당 정권에서 나온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역사의 교훈은 매우 명확하지만, 트럼프 방식에서는 그것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다. 당파를 초월한 연구기관인 <트레이드 파트너십>(Trade Partnership)의 연구에 따르면 2002년 부시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에 대해 비슷한 관세를 부과했을 때, 미국 경제는 20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이 연구기관은 이번 트럼프의 조치에 대해서도 “관세가 일자리 1개를 만들 때마다 5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관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은 수입 철강의 2%만 공급하기 때문에 이 논쟁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며, 국내 철강 생산 업체들은 국방 수요를 공급할 만큼 충분히 강하다고 지적한다.

무역은 단지 일자리와 돈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관계에 관한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의 관세 조치에 가장 큰 상처를 입는 국가는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경쟁국이 아니라 캐나다, 한국, 멕시코와 같은 긴밀한 동맹국이 될 것이다.

독일 마샬 펀드(German Marshall Fund)의 제이미 플라이 수석 연구원은 WP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동맹국들과 무역 전쟁을 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다른 문제들에 관해 협력할 일이 많다는 것을 조만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 전쟁은 단지 나쁠 뿐 아니라 재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모든 경제적, 역사적 논쟁에 직면하면서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실 감각에서 벗어난 사람이 과연 그 나라를 제대로 통치할 수 있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WVNews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