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Being Libertaria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했던 지난 10년 동안에는 현금 보유는 투자에서 거의 배제할 만큼 ‘모욕적인 수단’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 ‘모욕적 수단’을 다시 고려할 때가 되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현금을 다시 투자 포트폴리오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분기는 현금의 위력이 제대로 돋보인 분기였다. 주식과 채권이 모두 수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처음으로 주식과 채권이 모두 수익을 내지 못한 분기가 되면서 현금의 안전 자산임이 재판명된 것이다.

지난 3개월은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현금 보유의 위험성이 확실히 없었던 분기였다. 현금과 현금 유사 상품이 이처럼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다음 3가지 특성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초과하는 수익률(금리), 포트폴리오를 완충시키기 위한 보장된 가치, 주식 하락 이후 다시 매수에 가담할 수 있는 화력으로서의 힘이 바로 그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과 트럼프 행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이 겹치면서 현금 및 현금 등가물(이율보증 보험계약<GICs, Guaranteed Interest Contract>나 단기금융자산투자신탁<MMF, Money Market Fund> 등)의 수익률이 2008년 10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은행 예금은 여전히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지만, MMF는 1.75%의 이자를 제공한다. 기업 어음(CP) 시장에서 우량 회사에 30일간 돈을 빌려주면 약 2.4%의 수익을 얻는다. 이 정도의 수익률은 인플레이션보다 높고 S&P 500의 배당 수익률 1.95% 보다도 높다. 재무부 채권에 10년 간 돈을 묶어두더라도 수익률은 0.5% 포인트 이하로 움직인다. 역시 리먼 사태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정부 국채의 안전성을 원하는 사람들이 주식의 배당 수익률을 이기려면 년 수익률이 2%를 넘기는 채권에 1년 동안 돈을 묶어놔야 한다. 다시 말하거니와 연 2%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해도, 연 0.8% 포인트 추가 상승을 노리고 재무부 채권에 10년 동안 돈을 묶어 놓을 가치가 있을까?

지난 25년 동안 채권은 투자자를 위한 보험 형태로 작용했다. 주가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대개 상승했다(수익률은 떨어졌다). 더 좋은 것은 지난 몇 년 동안 채권과 주가가 모두 상승했으므로 채권이 제공하는 보험료는 거의 무료에 가까웠다. 지난 20년 동안 재무부 채권 30년물은 꾸준히 수익을 나타내 연율로 환산하면 5.7%의 수익률을 올렸고, S&P 500은 재투자된 이자부 채권과 배당금을 합쳐 6.4%의 수익률을 보였다.

주식이 떨어지면 채권이 제공할 수 있는 단기적 완충과 채권 하락으로 인한 장기적 이익을 이제는 기대할 수 없다고 우려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대비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금이 채권보다 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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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채권-주식의 반비례 관계가 오래 동안 매우 강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그것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말까지 그 두 관계는 그렇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채권 가격의 하락(채권 수익률의 상승)은 주가 하락과 일치했다.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민감하면, 인플레이션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두 가지 모두에게 나쁘기 때문에 주식과 채권은 함께 오르고 내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이후처럼,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고 생각되면서 실물 경제가 가격을 부추기는 경향이 강해졌고, 주식에 좋은 것이 채권에는 나쁜 것이 되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된 것이다.  

1980년대 초반에는 실질 금리 하락이 주식과 채권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이득을 얻는 데 도움이 되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과거의 문제였다는 확고한 믿음에 따라, 주식과 채권이 하루 하루로 보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몇 년에 걸쳐서는 모두 수익을 냈다.

둘째, 일반적인 안전 자산으로의 회피 효과도 있다. 즉 단기적으로는 나쁜 소식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주식을 팔고 국채로 피신하도록 부추긴다. 실제로 2008년에서 2013년까지는 나쁜 소식이 빈번히 발생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이자율 상승에 대한 우려와 리먼 사태 이후의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주식과 채권은 나란히 더 빈번하게 매도되면서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의 역할은 예전만 못하다.  

마지막으로, 완충 역할을 해주는 비상 자금(cash cushion)은 투자자들에게 매매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 준다. 지난 해에는 이 옵션이 그다지 유용하지 않았다. 주식 시장이 거의 수직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동성이 다시 생기면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 이는 매도 우위 시장에서 시장에 다시 진입할 수 있는 화력으로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적어도 다른 모든 사람들이 매도하려고 할 때 과감하게 매입할 만한 배짱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역사는 현금 보유자의 편은 아니었다. 런던 경영대학원의 엘로이 딤슨, 폴 마쉬, 마이크 스탠튼 교수가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의 의뢰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1900년 이후, 인플레이션 끝난 뒤 주식은 연평균 6.5%, 채권은 연 2%, 현금은 연 0.8%의 수익률을 보였다. 그러나 몇 차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중에도 물가는 계속 오르는 현상), 특히 1982년까지 10년 동안 발생했던 가장 최근의 스태그플레이션 기간 중에는 현금 수익률이 채권과 주식 수익률보다 높았던 적이 몇 차례 있었다.

물론 오늘날의 인플레이션은 예외적으로 낮은 금리에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은 주식 시장이 최악일 때에나 현금 수익률이 주식 수익률을 상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약한 인플레이션이 오는 현재로서는 채권보다 현금이 포트폴리오에서 더 나은 구조임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