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들의 불만

언론을 통해서 자주 나오는 면접자들의 소감이자 필자도 자주 듣던 말이다.

“나한테는 몇 마디 물어 보지도 않아 제대로 말도 못 했는데 ‘불합격’?”

“오래 준비를 했는데 몇 마디 질문도 안 하고 나가라고 하더군요. 너무하는 것 아닌가요? 뭘 안다고… 취준생에게 갑(甲)질 하는 게 아닌가요?”

“몇 마디 질문만으로 합격, 불합격을 정했다고 하니 어리둥절합니다. 미리 정해 두는 식으로 부정 채용을 하는 것은 아닙니까?”

 

인사담당자의 불만

“ 패기도 없고, 외워서 오고, 성적만 믿는 사람들을 우리가 왜 뽑아야 하지요?”

* * * *

인사담당을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고 받은 말이 있다. “척 보면 압니다.”

무슨 신통한 교육을 받거나 관상 공부를 한 것도 아닌데 자주 듣는 말이다.

인사업무, 채용업무를 담당하다가 자연스럽게 생긴 능력이거니 생각했다. 그래서 자주 듣는 말이 “돗자리 깔면 되겠네”라며 사주, 관상 보는 직업도 어울린다는 말이다. 필자가 사람을 처음 만나 인물평을 하면 ‘맞다’며 신기하다고 한다. 그래서 ‘인사과장’이라는 직함에 걸맞다는 의미로 해석하며 괜히 우쭐댔던 일도 있었다.

물론 매년 200여명의 선발, 채용, 배치를 하며 웬만한 성향을 파악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1년이 지나면 인사고과라는 평가를 통해 피드백 자료가 돌아온다. 자연스럽게 첫 눈에 보았던 결과와 비교가 되는 일들로 사람에 대한 평가통계가 꾸준히 머릿속에 쌓여 온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도 동남아에 보내는 연수생 200여명을 뽑아 비슷한 절차를 진행하며 사람 평가가 더 정형화되어 간다. 그런데, 이런 경험에 어떤 패턴은 없을까 늘 고민해 왔다. 조금 더 나아가 보자.

 

면접장 광경과 면접관의 뇌 사용법

대기업 기준으로 면접관 1명이 하루에 50~70여명을 보고 등급을 매긴다는 것은 중노동이다. 자료와 사람을 번갈아 보고 마치자마자 평가를 하고, 평가 근거를 메모하는 일이 하루종일 이어지는 것이다. 좋은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때로는 면접이 끝나고 나면 면접관의 사람 보는 수준도 인사부 평가를 받기도 하니 보통 부담스러운 자리가 아니다. 심지어는 스트레스도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면접 평가에는 ‘시·청·체·지’의 4단계 Filtering 방식이 작동한다. 그렇지 않으면 면접관 스스로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면접장으로 문을 열고 들어와 최초 질문을 던지는 시점까지의 짧은 3~4초 동안에 절반의 평가가 끝난다. 그리고 걸러진 절반에게만 던지는 질문이 의미가 있어진다.

실제 면접대상자는 최종 합격예상 인원의 2~3배수로 서류전형 합격 통보를 한다.

이런 방식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메타인지론(Meta-Congition)’이다. 심리학에서의 역사는 길지 않은 분야이지만 인간이 어떤 사안을 인지하거나 행동을 하게 되는 이유를 한 단계 위, 한 단계 앞(META=Beyond)을 찾아 보는 분야다. 즉 인간의 심리나 행동의 ‘왜(Why)’를 연구한 분야다.

그 이론의 출발은 인간의 원시성(수렵, 채집시대)을 그 출발점으로 본다. ‘나의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엔트로피 최소의 법칙)’해야 한다는 것이다. 몸에 축적된 에너지가 없으면 언제 보충이 될지 모르며 자칫 죽음에 이른다는 것이 우리 몸의 오랜 기억이다.

이것을 회피하기 위해 ‘자극이 주어지면 가급적 단 1초라도 먼저 알아보고 자기의 반응을 결정한다는 것이 요지다. 그래서 낯선 것은 피하고, 경험과 기억에 비추는 기억력이 곧 실력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급적 생각을 많이 해야 되는 경우는 무조건 피하려고 한다.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은 죽음의 공포로 우리 몸은 인식한다는 것. 우리 모두는 이런 방식으로 훈련된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면접관은 5감각 동원해 단계적으로 걸러 내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절약한다. 가장 먼저 ‘시각정보’를, 다음에 ‘청각정보’를 작동시키며 재빠르게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호불호(好不好)를 판단한다. 그리고 체감각(Kinesthetic, 촉각·미각·후각) 정보를 거쳐 마지막 지식감각(지각)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실제 상황 재연

그러면 일반적인 면접장의 광경을 상상해 보자.

* 면접장 앞 - 진행자의 지시를 듣고, 문을 열고 들어온다

* 1단계 - 시각(걸음걸이, 표정, 자세, 눈빛, 의자 앞 자리 잡기 등)

* 2단계 - 청각(단체 인사, 이름 부르면 답하는 목소리 등)

* 3단계 - 촉각·후각(악수, 명함 교환, 향수 사용 등)? 경력사원 면접만 해당

----- 길어야 3~4초 걸리는 이 단계에서 절반 정도는 마음 정리

* 4단계 - 지각·지식정보? 본격적인 질문(회사정보, 본인 정보, 취업의지 등)

이 짧은 시간에 면접관은 지원서 등 자료와 면접자를 수시로 보면서 판단을 하게 된다. 자료 속에 있는 스펙으로 판단을 쉽게 하려고 하는 것도 인간의 오랜 습관이다. 듣기에는 불편하겠지만 1,2,3 단계에서 걸러진 대상자는 시간만 보내며 형식적인 질문만 던지는 의미 없는 시간일 확률이 높다.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시각, 청각정보로 표현되는 ‘태도’에 대한 준비는 꾸준해야 한다. 많은 연습으로 몸에 익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해 보라. 어둡고, 부정적이며, 힘없는 목소리. 같이 있으면 왠지 짜증나는 사람을 ‘친구’로 삼겠는가? 의외로 간단하다. 누구나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취업준비에서 가장 급선무다. 스펙은 차후의 문제이자, 스펙이 안 좋아도 취업을 잘하는 비법이다.

-다음 칼럼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