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영화의 목적은 확실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1980~9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낸 이들이 기억하는 아득한 추억의 조각에 살며시 손을 대 관객들의 마음에 큰 감동을 선사하고자 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체험형 가상현실 게임 ‘오아시스’의 창시자 제임스 할리데이가 숨을 거두는 것에서시작한다. 그는 자기가 숨겨놓은 게임 속 이스터 에그(Easter Egg·숨겨진 요소)들을 찾는 게임 유저에게 오아시스 운영권을 넘겨주겠다는 유언을 남긴다. 이에 전 세계 수많은 유저들이 오아시스의 이스터 에그를 찾기 위해 경쟁을 펼치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가 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영화 속 배경이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전제는 많은 콘텐츠 IP(지적 재산권)의 캐릭터들이 합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영화의 장면에서 이따금씩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현재 30대 이상이라면 한 번쯤은 즐겼을법한 게임, 영화, 만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들 속에 숨겨져 있는 캐릭터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예고편에서는 인기 게임 <오버워치>의 캐릭터 ‘트레이서’, 1990년대 초 전 세계에 격투 게임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스트리트 파이터>의 캐릭터 ‘류’, 그리고 <배트맨>의 ‘조커’나 ‘할리퀸’이 살짝 살짝 등장해 각 콘텐츠의 팬들을 전율하게 만들었다. 이 외에도 영화에는 수많은 콘텐츠 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아울러 스필버그 감독은 다른 콘텐츠에 대한 오마주(Hommage·다른 작가나 감독에 대한 경의를 담아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모방하는 것)를 영화 곳곳에 심어뒀다. 당대의 콘텐츠들을 알고 이해하는 만큼 영화의 재미는 커진다.
영화의 시작은 일본의 인기 소년만화 <원피스>의 발단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영화의 절정을 이끄는 최대 이벤트는 우리나라 게임업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리니지 2>의 ‘바츠 해방전쟁 공성전’ 사건과 유사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결말은 1995년에 제작돼 현재까지도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다양한 콘텐츠들의 콘셉트들을 연결하면서도 영화의 큰 줄거리는 전혀 난삽하지 않다. 기승전결은 물 흐르듯 매끄럽게 흘러간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다소 유치한 감’이 있을 수 있는 공상과학 영화에 적절한 오마주를 가미해 관객들의 아련한 추억을 건드렸다. 영화를 보고 난 한 30대 가장은 “영화의 끝에 눈물을 흘렸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콘텐츠 믹스의 참 좋은 예다. 1990년대 전 세계 콘텐츠 업계를 이끈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다운 감각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