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관객들의 추억을 건드리기 위해 만든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영화의 목적은 확실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1980~9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낸 이들이 기억하는 아득한 추억의 조각에 살며시 손을 대 관객들의 마음에 큰 감동을 선사하고자 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체험형 가상현실 게임 ‘오아시스’의 창시자 제임스 할리데이가 숨을 거두는 것에서시작한다. 그는 자기가 숨겨놓은 게임 속 이스터 에그(Easter Egg·숨겨진 요소)들을 찾는 게임 유저에게 오아시스 운영권을 넘겨주겠다는 유언을 남긴다. 이에 전 세계 수많은 유저들이 오아시스의 이스터 에그를 찾기 위해 경쟁을 펼치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가 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영화 속 배경이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전제는 많은 콘텐츠 IP(지적 재산권)의 캐릭터들이 합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영화의 장면에서 이따금씩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현재 30대 이상이라면 한 번쯤은 즐겼을법한 게임, 영화, 만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들 속에 숨겨져 있는 캐릭터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예고편에서는 인기 게임 <오버워치>의 캐릭터 ‘트레이서’, 1990년대 초 전 세계에 격투 게임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스트리트 파이터>의 캐릭터 ‘류’, 그리고 <배트맨>의 ‘조커’나 ‘할리퀸’이 살짝 살짝 등장해 각 콘텐츠의 팬들을 전율하게 만들었다. 이 외에도 영화에는 수많은 콘텐츠 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아울러 스필버그 감독은 다른 콘텐츠에 대한 오마주(Hommage·다른 작가나 감독에 대한 경의를 담아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모방하는 것)를 영화 곳곳에 심어뒀다. 당대의 콘텐츠들을 알고 이해하는 만큼 영화의 재미는 커진다. 

▲ 가상현실 게임 '오아시스'를 배경으로 한 SF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의 시작은 일본의 인기 소년만화 <원피스>의 발단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영화의 절정을 이끄는 최대 이벤트는 우리나라 게임업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리니지 2>의 ‘바츠 해방전쟁 공성전’ 사건과 유사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결말은 1995년에 제작돼 현재까지도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다양한 콘텐츠들의 콘셉트들을 연결하면서도 영화의 큰 줄거리는 전혀 난삽하지 않다. 기승전결은 물 흐르듯 매끄럽게 흘러간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다소 유치한 감’이 있을 수 있는 공상과학 영화에 적절한 오마주를 가미해 관객들의 아련한 추억을 건드렸다. 영화를 보고 난 한 30대 가장은 “영화의 끝에 눈물을 흘렸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콘텐츠 믹스의 참 좋은 예다. 1990년대 전 세계 콘텐츠 업계를 이끈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다운 감각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