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옷을 직접 입어보고 구매하는 시대는 끝났다. 백화점 입점은 브랜드에 고급이미지를 더할 수 있어 패션업체들이 사활을 거는 ‘성지’였다. 그러나 패션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오프라인 매출이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인터넷 쇼핑 비중은 최근 큰 폭으로 늘어나자 패션업계 대기업들도 백화점 입점 브랜드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리뉴얼하고, 온라인 전용 상품을 출시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변화로 고정비용은 줄고 수익성도 높아져 다양한 방법으로의 온라인 시장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 2017년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쇼핑 거래액 추이. 출처= 통계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78조 2273억원으로 전년보다 19.2% 늘었다. 이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47조 8360억원으로 전년보다 34.6% 증가했고, 전체 거래액의 절반이 넘는 61.1%를 차지한다. 이러한 소비 행태 변화는 소비의 주체가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로 바뀌며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산하 ‘빈폴키즈’는 2016년 9월 60여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자체 쇼핑몰 SSF샵고 오픈마켓에서만 판매하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했다. 대부분 백화점 매장이었다.

통상 백화점의 수수료는 매출을 기준으로 35~40%다. 패션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고급 브랜드 인식시키기 위해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입점했었다.

삼성물산은 과감하게 백화점 매장을 정리를 단행했다. 삼성물산 관계자에 따르면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하면서 제품의 소비자가를 70% 수준으로 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10만원 후반대에 판매하던 빈폴키즈 신학기 책가방은 올해 9만~13만원대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가격이 내려가자 판매량은 올라갔다. 올해 판매량은 6만여개로 2016년 3만 8000개에서 지난해에는 5만 200개가 팔리는 등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 빈폴키즈에서 판매하고 있는 신학기 책가방 '프리미엄 로고 사첼 백팩'이다. 출처= 빈폴키즈

삼성물산 관계자는 “매출 볼륨은 작아졌지만 수익성은 올라갔다”면서 “2016년 빈폴키즈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은 2대8로, 현재는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 비용이 들지 않아 당시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빈폴레이디스’와 ‘구호’ 브랜드도 약 20% 정도 제품은 온라인 전용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빈폴레이디스는 시즌마다 젊은 감성의 다양한 콘셉트의 온라인 전용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달 선보인 ‘라임 빈폴’은 빈폴레이디스 메인 상품 가격의 60%~70% 수준으로 온라인 전용상품으로 가성비를 내세운 제품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주체로 떠오르면서 가성비를 넘어 가격 대신 마음의 만족을 따지는 가심비를 충족시키는 쇼핑을 선호한다”면서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온라인 전용 상품을 출시하고 있고 이 제품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을 적용하기 용이하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LF는 일찍이 지난 2016년 백화점에 입점해 있던 ‘질바이질스튜어트’와 ‘일꼬르소’ 브랜드 매장을 접고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했다. LF패션사업부는 매출의 20%를 온라인 판매로 거두고 있다. LF에서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신발 주문생산 플랫폼인 '마이슈즈룸'은 인기가 높아 최근 시즌3까지 나올정도다. 온라인 판매망을 계속 늘려 인건비와 임대료, 수수료등의 고정비용 부담을 줄였고, 수요가 없어도 매장 구성을 위해 갖춰야놔야 했던 제품 생산 비용도 절감해 수익성을 올리고 있다.

LF 관계자는 “새로운 유통 구조의 등장으로 중심 소비자층이 변화했다”면서 “유통 채널과 콘셉트의 특성에 맞게 각각의 브랜드들을 육성하는 전략으로 일부 브랜드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의류 브랜드 휠라코리아는 2016년 말부터 백화점과 대리점 위주에서 온라인 채널로 다변화하면서 투트랙 전략을 전략을 구사 중이다. 휠라는 지난달 롯데 인터넷 면세점에 입점한데 이어 시내면세점 3곳에 입점할 예정으로 유통 채널 넓히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유통 구조의 변화는 휠라 매출 성장에 주효하게 작용했다. 휠라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2조 5303억원이었다. 전년 9671억원보다 약 161% 올랐고, 온라인 매출은 전년보다 400% 이상 증가했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온라인 위주로 채널을 다변화한 것과 함께 10대~2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펼친 마케팅이 제대로 통했다”면서 “4분기 4년만에 흑자로 전환했다”고 자평했다.

유니클로도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매장보다 더 다양한 사이즈를 제공하고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전국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유니클로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픽' 서비스. 출처= 유니클로

오프라인 매장은 S부터 XL사이즈까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반면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XS 또는 XXL~XXXL까지 다양한 사이즈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픽 서비스는 24시간 365일 집 또는 사무실 등 원하는 곳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세븐일레븐과 제휴를 맺었다. 또 온라인에서 구매한 상품의 교환을 원할시에도 편의점 직원을 통해 교환절차를 밟을 수 있어 온라인 구매의 편리함을 강화했다.

지난 2월부터는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입할 때에도 사이즈를 더욱 간편하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옷의 세부 사이즈를 전개도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유니클로 상품을 클릭하거나 본인이 소유한 옷의 수치를 기입하면 사이즈 차이를 시각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사이즈 비교하기’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 이베이코리아와 뉴발란스키즈가 함께 출시한 온라인 전용 제품. 출처= 이베이코리아

뉴발란스키즈는 이베이와 함께 지난 1월부터 매월 온라인 전용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뉴발란스키즈와 이베이코리아는 지금까지 벤치파카, 후드티셔츠, 소풍가방, 바람막이, 레인코드 등을 선보였다. 뉴발란스는 판매 개시 반나절이면 준비 수량 200개가 모두 완판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자평했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 뉴발란스가 대규모 유통사와 단독상품을 기획한 것은 첫 사례다"면서 "상품기획과 프로모션 확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파트너십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관계자는 대기업의 온라인 시장 진출은 더 많아질 것이고, 이베이와 같은 오픈마켓이나 네이버, 카카오 등과의 인프라를 이용한 제휴로 온라인 확장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