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1분기에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5조6000억원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쓸어담은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장기호황)의 중심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와 수퍼 사이클 종료 시점을 두고 이견이 갈리지만, 올해 2분기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최고실적 갱신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다만 반도체를 빼면 그 외 사업은 힘을쓰지 못했다. 가전은 계절적 영향으로 다소 주춤한 것으로 보이며 디스플레이는 아이폰X의 흥행부진으로 OLED 판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각에서는 영업적자의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갤럭시 신화의 IM부문은 3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내실을 보면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객이 갤럭시S9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화려한 출발 갤럭시S9, 그러나

삼성전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월25일(현지시간) 상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9을 공개했다. 가장 큰 강점은 카메라에 있다. 초당 960개의 프레임을 촬영하는 초고속 카메라 기능이 눈길을 끈다. 일반 촬영과 비교해 32배 빠른 것으로 약 0.2초 정도의 움직임을 약 6초 정도로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카메라의 기본적인 기능도 후면 카메라의 경우 1200만 화소 슈퍼 스피드 듀얼 픽셀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 전작 대비 저조도 환경에서 이미지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증강현실 이모지 기능도 선보였다. 애플 페이스ID를 통한 이모지 서비스가 2D에 머물렀다면, 갤럭시S9는 증강현실과 3D를 혼합하는데 성공했다. 글로벌 출시도 예정대로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파빌리온 쿠알라룸푸르에서 현지 미디어와 파트너, 소비자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갤럭시S9 출시에 돌입했으며, 이를 시작으로 3월말까지 110개 글로벌 출시를 마쳤다.

그러나 강력한 한 방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하드웨어 폼팩터는 거의 변화가 없다. 베젤리스는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삼성전자 사물인터넷 기기들을 통합할 수 있는 스마트싱스가 갤럭시S9에 들어가지만, 이는 커넥티브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삼성전자 전체 초연결 전략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덱스와 함께 덱스패드가 제공되어 모바일과 PC 연결고리를 강화했지만 이 역시 덱스의 사용자 경험 고도화 과정에서 등장할 수 있는 소품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작아지고 있는 대목도 큰 부담이다.

높은 출고가도 발목을 잡았다. 갤럭시S9 64GB의 가격은 95만7000원으로 책정되어 100만원 이하지만 플러스 모델은 64GB가 105만6000원, 256GB는 115만5000원의 고가다. 여기에 국내 갤럭시S9 판매금액이 해외와 비교해 최대 10만원 이상 비싸다는 점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폼팩터 진화가 없는 상태에서 굳이 갤럭시S9을 고가로 구입할 요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사들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화웨이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 열린 언팩 행사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화웨이 P20(HUAWEI P20)와 화웨이 P20 프로(HUAWEI P20 Pro), 그리고 메이트RS를 공개했다. 트리플 카메라 기술력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자리를 넘보는 중이다. 샤오미도 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미믹스2S를 공개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비보는 지난달 인공지능도 탑재한 X21을, 오포는 노치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F7을 공개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삼성전자는 최근 0%대의 충격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지 스마트폰 점유율은 0.8%다. 스마트폰 중국 판매 집계를 시작한 2011년 후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이 중국에서 0%대 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지난해 9월 갤럭시노트8이 현지에서 출시된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중국 법인 책임자를 교체하고 현지 유통망을 대대적으로 정비했으나 극적인 판 뒤집기는 벌어지지 않았다. 인도에서 샤오미에 밀려 2위로 내려서는 등, 삼성전자 갤럭시 신화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사정도 신통치않다. 전작인 갤럭시S8과 비교하면 개통 첫 주 성적은 70%에 그쳤으며, 지금도 비슷한 수준으로 확인된다.

▲ 갤럭시S9  출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출시 전략의 변화, 반전 기대높아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S9으로 중국 시장에서 승부를 본다는 생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6일 일 중국 광저우에서 갤럭시S9 발표회를 열어 ‘올해를 삼성전자의 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현지 파트너와 미디어 등 약 2500명이 참석한 발표회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폐막식이 진행된 하이신샤(海心沙)에서 열렸다.

갤럭시S9은 중국에서 16일부터 미드나잇 블랙, 코랄 블루, 라일락 퍼플 등 총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삼성은 진정한 중국 현지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중국 소비자와 지역 경제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술 혁신에 지속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두와 알리바바는 물론 텐센트의 위챗(Wechat), 공유 자전거 모바이크(Mobike),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동(Jingdong) 등 중국 현지 업체와 적극 협업하는 한편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도 빠르게 적용해 시너지를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갤럭시 신화가 주춤하면서도 올해 1분기 IM부문이 3조원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도 의미심장하게 살펴야 한다. 갤럭시S9 조기출시를 통해 유력 경쟁자들의 헛점을 찔렀기 때문에 가능한 성적이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신형 아이폰을 출시하는 애플은 차치해도, 유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 제조사들은 대부분 3월말과 4월초 신형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2월말 갤럭시S9을 빠르게 공개하며 시장을 선점했다는 평가다. 전략의 승리라는 말이 나온다.

갤럭시노트9 조기 출시설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월부터 갤럭시노트9 전용 OLED 패널 수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빨라도 5월 갤럭시노트 OLED 양산에 돌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갤럭시노트9 출시도 빨라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스타일러스 스마트폰의 강점에 인공지능 빅스비 2.0을 더하는 한편 아이폰보다 먼저 시장에 진입하면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 고동진 사장이 빅스비2.0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인공지능 전략 강화 등 새로운 스마트폰 전략도 필요하다. 롤러블까지 염두에 둔 폼팩터 변화는 물론, 인텔리전스 사용자 경험이 미래 스마트폰의 희망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고동진 IM부문 사장은 올해 초 미국 CES 2018 기자회견에서 “인공지능 기술력과 디바이스를 가진 회사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면서 “빅스비 점유율이 상당부분 상승할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갤럭시노트9에 빅스비 2.0 탑재가 유력한 가운데, 삼성전자 갤럭시 신화의 부활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