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지난 1일 남한의 가수와 예술인들로 구성된 공연단이 평양에서 공연을 했다. 공연의 끝에는 관객과 공연단이 함께 목놓아 부른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공연을 직접 보러와서 공연단을 격려했다. 여러 모로 지난 공연은 큰 감동이었다. 이같은 남북 화해 분위기는 우리나라가 ‘세계 유일’ 분단국가라는 점에서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휴전선에는 여전히 수많은 포신(砲身)이 수도인 서울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창 올림픽과 평양 공연에 보여준 화해의 물결에도 남북 대결이라는 냉엄한 현실에는 변함이 없다. 남북 최고 지도자들은 2000년대 들어 두 번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하며 화해를 약속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상황에서 그 때의 화해 약속은 온데간 데 없다.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면서 우리를 위협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고 온 국민이 월드컵의 열기가 남한 전역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을 때 북한 경비정은 서해 연평도 바다에서 우리 해군의 배를 선제 기습했다. 그런가하면 북한은 연평도의 민간인 거주구역에 포격(砲擊)을 가해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위협 하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북한은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중국-미국-일본을 둘러싼 우리나라의 외교 입지는 완전히 망가졌다. 이 때 북한은 자기들의 행동은 “어디까지나 자위권 차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핑계를 댔다.

과거의 사례를 돌아볼 때 분위기는 분위기일 뿐이다. 현재 분위기를 평화라는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영악함이 필요하다. 화해의 감격에만 취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현재의 좋은 분위기가 진정 평화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천 방안을 찾는 대안이 필요하다.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면서 나아가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 일본과의 관계에서 최대의 실리를 추구하는 현명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상대를 무조건 끌어안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언제든 돌변할 수 있는 북한을 대비해 우리는 적어도 플랜B나 플랜C를 마련해둬야 한다. 최근의 화해 분위기는 자칫 ‘통일’에 대한 감상적 논의를 가속화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감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현실 상황과 본질을 덮어버려서는 결코 안 된다.

감정보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북한의 변화와 이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이끌어내는 정책 당국의 현명한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