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백화점 3D 가상 피팅 서비스. 출처= 롯데백화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롯데그룹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과 유통업으로 성장해온 기업집단이다. 한국 롯데그룹의 모태인 기업이 롯데제과인 것만 봐도 그렇다. 이처럼 롯데의 주력 사업군은 대부분 오프라인이지만, 롯데만큼 우리나라에서 첨단 기술을 일반 소비영역에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는 유통업체도 드물다. 첨단 기술을 대한 롯데의 태도를 가장 잘 설명하는 키워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수 년 동안 중요성을 강조해 온 ‘옴니채널(Omni-Channel, 온-오프라인 유통의 통합)이다.

옴니채널 구축 위한 ‘디지털 전환’

롯데는 유통부문에서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옴니채널 구축을 위한 기술 개발과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옴니채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모바일 등 소비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쇼핑 채널들을 하나로 융합한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에 롯데는 자사가 보유한 유통채널과 정보통신기술(ICT)로 옴니채널을 구축해 글로벌 유통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비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16년 12월 한국 IBM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IBM의 인공지능 기술 ‘왓슨(Watson)’을 도입했다. 롯데와 IBM이 왓슨을 활용해 만들어갈 인공지능 혁신은 크게 두 가지방향이다. 첫 번째는 ‘쇼핑 어드바이저’다. 쇼핑 어드바이저는 챗봇(Chatbot,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사람과 자동으로 대화를 나누는 소프트웨어) 기반 애플리케이션으로 백화점 등 유통 관련 계열사에 도입됐다. 고객들은 챗봇과 대화로 상품 추천, 매장 설명 등 쇼핑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 롯데-한국IBM 인공지능 기술 '왓슨(Watson)' 도입 계약체결식.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왼쪽)과 제이 벨리시모 IBM 본사 코그너티브 솔루션스 총괄사장. 출처= 롯데그룹

대표 사례는 지난해 8월 롯데의 온라인 몰 롯데닷컴이 선보인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사만다’다. 사만다의 추천 상품군은 화장품, 패션, 가전제품, 반려동물 등 70여개 범주의 200만개로 국내 온라인 유통업계 중 최대 규모다.

두 번째는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이다. 롯데의 인공지능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은 주로 제조업 계열사의 신제품 개발을 위한 전략 수립에 활용된다. 왓슨으로 시장의 데이터와 제품 매출 등 정보를 분석한 결과는 신사업 진출이나 신제품 출시를 위한 의사결정에 반영된다. 이 같은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 운영을 위해 롯데는 시스템 구축은 IT계열사 롯데정보통신에게 데이터 분석을, 고객 데이터와 분석 기술을 가지고 있는 롯데멤버스에게 맡겼다.

의사결정 지원의 대표 사례는 롯데제과가 인공지능 소비자 트렌드 분석으로 개발한 ‘빼빼로 카카오닙스’와 ‘빼빼로 깔라만시 상큼요거트’가 있다. 롯데제과는 IBM과의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국내 약 8만개 인터넷 사이트와 식품 관련 사이트에 게재된 1000만개 이상의 소비자 취향을 분석했고 이를 신제품에 반영했다.

롯데 이커머스 마지막 퍼즐 ‘통합’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이커머스 사업을 ‘한다’ 혹은 ‘하지 않는다’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통합 플랫폼의 유무를 따진다. 이커머스에서 통합 플랫폼은 온라인 전자상거래 사업을 전담하는 플랫폼(사이트)과 이를 운영하는 단독 법인까지를 의미한다. 이베이코리아, 11번가, 인터파크,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업체가 여기에 속한다.

신세계는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 몰이 한곳에 모여 있는 통합 플랫폼(SSG,com)은 있지만 별도의 법인은 아직 없다. 롯데는 다수의 온라인 몰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하나로 묶는 통합 플랫폼과 별도 법인이 없다. 다양한 분야의 상품 구성을 갖춰야 하는 온라인 몰의 특성을 고려하면 롯데나 신세계가 이커머스 사업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은 바로 ‘통합’이다. 신세계는 곧 이커머스 전문 법인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반면 롯데는 통합 플랫폼에 대해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첨단 기술이 반영된 유통 서비스(옴니채널)를 먼저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 롯데의 옴니채널 기술을 직접 체험해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출처= 롯데그룹

롯데는 최근 “향후 그룹의 유통사업 전체를 통합하는 IT 서비스를 구축해 5년 이내에 전 사업 분야에 걸쳐 도입할 것”이라는 목표를 공표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30일 롯데쇼핑은 IT사업 계열사 롯데정보통신에게 플랫폼과 온라인 인프라 통합시스템을 101억4700만원에 인수했다.

이커머스를 대하는 롯데의 방법론은 플랫폼을 먼저 구축하고 이커머스에 진입하고자 하는 신세계와 조금 다르다. 옴니채널을 구현하는 기술 기반을 먼저 갖추고 그 이후에 이커머스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현재까지 공개된 롯데의 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