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CNN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도발하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그나마 응원하는 미국인들이 적지 않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주장처럼) 최근 아시아 국가와의 무역이 미국의 일자리를 너무 많이 빼앗아 갔다고 믿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세 명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토, 데이비드 돈, 고든 핸슨 (Gordon Hanson)이 학술 논문에서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중국과의 무역이 미국에서 24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추정치를 내놓으면서 대중의 주목을 끌었다.

무역과 관련한 일자리 상실에 대한 미국인의 불안은 중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불과 몇 주 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기업과 일자리를 대규모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NAFTA 20주년을 맞이해 무역 회의론자인 로리 월러시도 이 협정이 미국의 일자리 100만 개를 앗아갔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무역에 의해 사라진 일자리에 대한 이러한 추정치들은 그 숫자를 매우 크게 보이게 하지만 사실을 제대로 보면 그리 큰 수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발생하는 일상적 일자리 상실과 창출, 즉 ‘일자리 회전’(Job churn)과 비교해 보면 무역으로 파괴된 미국 일자리의 숫자는 아주 적은 숫자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에만 직장에서 해고된 미국 노동자의 수는 180만 명이었고, 스스로 직장을 떠난 노동자의 수는 330만 명이었다. 여기에 은퇴나 장애와 같은 다른 이유로 직장을 떠난 사람을 더하면 1월의 이직자 수는 540만 명이다. 그러나 1월에 560만 명의 신규 고용이 있었다. 이런 상황은 대부분 다른 달에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일자리 회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수입에 대한 미국인들의 두려움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노동 통계국에는 2006년 9월 이후 매월 비농업 부문의 이직과 해고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 이 수치가 2009년 1월 대침체기에 257만 명이라는 최고치에 달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침체기 달을 제외하더라도, 미국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수는 월 평균 약 175만 명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퇴직 또는 해고된 근로자의 수는 연 평균 2100만 명 수준에 달한다. 

따라서 연간 총 일자리 상실 수와 비교하면, 무역으로 인한 일자리 손실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NAFTA가 체결된 이후 20년 동안 100만개의 일자리를 파괴했다는 월러시의 추정치는, 현재로 따지면 18일 동안 없어지는 일자리가 멕시코와 자유 무역으로 20년에 걸쳐 없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토, 돈, 핸슨 등 3명의 경제학자가 1999년부터 2011년까지 13년 동안 중국과의 교역으로 파괴되었다는 240만 개의 일자리는 현재의 추세로 보면 불과 41일 동안 없어지는 일자리 수에 불과하다.

▲ 출처= CNN 캡처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무역이 일자리를 앗아간다는 것은 다른 원인에 비하면 극히 사소한 원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다른 원인들조차도 일반적인 경제적 변화로서, 무역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의 수준을 높여주는 것들이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취향이 바뀔 때마다 돈을 소비하는 방식을 바꾼다. 예를 들면 담배 같이 우리의 취향이 멀어지는 제품을 생산하는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고, 운동 장비 같이 우리의 관심을 더 끄는 제품을 만드는 일자리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일자리 상실과 창출의 가장 큰 원천은 기술 혁신일 것이다. 1900년대 초반에 자동차의 등장이 구시대의 물건을 만드는 직업과 대장장이 직업을 파괴한 것은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스토리다. 1980년대에 개인용 컴퓨터와 전자 메일이 등장하면서 속기사와 문서 배달부의 일자리들이 사라졌다. 오늘날 ATM과 온라인 뱅킹 앱들은 은행 출납원들의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특정 직업의 종말을 초래했던 수많은 혁신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일자리 수는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졌으며, 대중의 믿음과는 달리 보통 미국인의 소득은 최근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 이유는 시장 경제에서 일자리 파괴가 곧 일자리 창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의 구입을 줄이는 동시에 다른 곳에서 더 많은 돈을 지출하거나 투자함으로써 새롭고 우수한 제품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기 때문이다. 돈을 쓰는 방법을 바꾸는 소비자의 자유는 기업가와 투자자로 하여금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가능한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하도록 촉진한다. 바로 그 결과가 경제 성장인 것이다.

무역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두려워하는 것은 혁신과 경쟁에 대한 우리의 더 큰 포용과 부합되지 않는다. 무역이 가져온 일자리 손실이 모든 일자리 손실의 작은 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런 두려움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다. 그런 과장이 현재 미국과 세계를 재앙과도 같은 무역 전쟁에 치닫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는 그 주창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많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적 변화와 성장의 특정 원천인 무역에 대한 적대감을 오래 지속할수록, 경제적 변화와 성장의 또 다른 중요한 원천인 기술 혁신에 대한 적대감도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 질 것이다.

* 본 기사는 조지메이슨대학교 '메르카투스 센터'(Mercatus Center)의 Donald J. Boudreaux 경제학 교수이자 수석 연구원이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을 전문 게제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