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베트남이 우리나라의 주요한 수출 대상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청년층으로 소비시장 잠재력이 큰 데다 연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우리 상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들어 미국과 중국이 한국산 제품의 수입을 막기 위한 고율의 관세부과와 통관지연 등 각종 비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두 나라에 비해 규제가 덜 심한 베트남에 대한 수출과 투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우리 정부는 베트남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전방위 지원에 나섰고 대기업들은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이전하는 등 베트남 진출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이에 따라 오는 2020년이면 베트남이 제2의 수출 대상국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와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일(현지시각) 중국과 미국의 끊임 없는 무역분쟁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은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고 있고 정부는  대중ㆍ대미 무역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베트남 등 아세안에 진출을 확대하는 등 시장 다각화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셀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한국산 제품 수입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며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 이후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해 1년 이상 끌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에 발을 끊었고, 롯데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각종 규제조치로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롯데그룹은 중국내 롯데마트 112곳을 매각하려는 것도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 탓이다.

이러니 자연 다른 데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현재 단일 국가로는 한국의 3대 수출시장인 베트남이 떠오른다.  한국무역협회 호치민지국 김일산 지국장은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에 오래전부터 공장을 만들어왔지만, 사드 논란으로 베트남이 생산기지와 수출시장으로 중국보다 매력적인 나라가 됐다”면서 “한국은 주로 부속품 등 중간재를 베트남에 수출하고 있지만, 베트남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비재를 수출할 여지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베트남이 오는 2020년께면 우리나라 제2의 수출대상국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미국과 베트남 수출액 비교. 블룸버그는 한국의 베트남 수출액이 점점 높아지면서 2019년에는 미국을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출처=한국무역협회, 블룸버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3대 수출 상대국이다. 우리나라의 베트남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전년보다 46.3% 증가한 478억 45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수출이 급증한 것은 우리 기업들의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 등 대기업들이 반도체와 휴대폰 생산공장을 세우면서 부품 등 중간재 수출이 늘어났다. 게다가 베트남의 급속한 성장으로 소비재 수입도 증가했다.

베트남 경제는 지난해 6.81% 성장했고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예상 목표치인 6.7%를 넘긴 7.38%를 기록하는 등 고속 주행하고 있다. 더욱이 베트남 인구의 3분의 1은 15세에서 34세 사이의 청년층 연령이서 소비활동도 활발하다.

▲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이. 출처=한국무역협회

이에 따라 과거 섬유산업 등 노동집약 분야의 수출에 초점을 맞춘 한국 기업들은 이제 전자, 서비스, 소매 분야 투자와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베트남 수출 품목은 원부자재와 자본재의 수출 비중이 소비재보다 높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투자한 전자, 섬유 봉제 관련 품목의 수출비중이 높다. 주요 수출품목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전자부품, 석유제품 등이다.

KOTRA는 최근 한류를 이용해 화장품, 식품 등 소비재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베트남 내수소비시장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대만큼 증가세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투자에서는 삼성전자와 롯데가 선도하고 있다. 삼성은 베트남 남부에 TV, 세탁기 등 가전제품 생산을 위해 20억달러를 투자한 소비자가전 복합단지를 조성했고, 북부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에는 휴대전화 생산공장을 각 20억달러, 44억달러 투자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하노이 공장에서만 10만명을 고용하고 있고 관련 회사와 부품 공급업체는 300곳에 이를 만큼 베튼마 현지에 착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드 논란으로 중국에서 고난을 면치 못한 롯데그룹은 2020년까지 베트남에 6곳 이상의 매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마트도 저조한 매출로 중국에서 철수한 후 베트남에 매장을 만들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한국은 투자건수와 금액  등에서 베트남 최대 투자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베트남에 767건, 81억7800만달러의 신규투자를 했다. 일본은 지난해 89억 3800만달러를 투자했지만 신규투자 건수는 329건에 그쳤다. 총투자 건수와 규모도 우리나라는 6477건, 575억 1000만달러로 일본(3577건 ,491억 2500만달러)를 앞질렀다. 

정부도 우리기업의 베트남 수출과 진출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베트남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트남과 18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약 5500여개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근면 성실한 베트남 근로자 덕분에 한국 기업들이 급성자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산업자원부와 국토교통보는 문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 성과 극대화를 위해 4일 서울 코엑스 회의실에서 GS에너지,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베트남 진출에 관심이 있거나 이미 진출한 기업들에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 수주지원 설명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이날 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위한 '민관협의체'도 구성했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APEC 연구컨소시엄 곽성일 사무국장은 “베트남은 미ㆍ중의 대안 시장이 아니고 우리나라가 새롭게 시장을 확대한 국가”라면서 “정부가 아세안과 더불어 잘사는 관계를 만드는 신남방정책을 펼치면서 베트남은 우선 깊은 관계를 맺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곽 국장은  “베트남을 단순히 생산기지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기술 교류 등 서로 나눠줄 수 있는 부분을 나누면서 깊이 있는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