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오각진 기업인/오화통 작가 ]

주말에 가족 관계 강의를 들었습니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걸 발휘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자는 내용였습니다.

강의중에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습니다.

우리 자녀들이 태어나서 네 살쯤 될 때에 이미 그들이

우리에게 돌려줄(?) 효도의 99%를 했다는 겁니다.

그러며 가만히 눈 감고 그 시절을 회상해 보라했습니다.

아이 존재 그 자체로 얼마나 좋았는지, 또 말이며 행동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했습니다.

결국 강사의 요지는 그걸 그 시절 깨달았더라면,

이후 자녀에 대한 욕심을 어느 정도는 접고,오히려 고마워하며

더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거였습니다.

물론 지금이라도 각자 역할을 이해하여,회복의 길로 가자고 했습니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표정이 나이에 따라 달라보였습니다.

회한과 탄식이 나오는 장년들부터,

자녀와 갈등 관계를 막 통과하는 중년들의 심각한 표정에,

아직 실감이 안날 신참 부부들까지.

 

카톡의 프로필 사진이 손자,손녀들 사진으로 수렴되는 우리는

아무래도 회한과 탄식의 장년 축인가 봅니다.

평소 인상파로 알려진 친구가 얼마전 놀라운 변신을 했습니다.

친구들 모임에서 만났는데, 제주에 놀러간 외손자 사진을 보여줍니다.

평생 인상을 쓰고 살아 이마에 깊게 파인 주름이 있었는데,

외손자 자랑하는 얼굴에는 주름이 안보였습니다.

사진 한 장에 만원씩 벌금을 내라 했는데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또 회사 친구들 모임중에 한 선배가 일찍 자리를 털고 일어나겠다고 합니다.

궁금해하는 우리에게 평소 진지 그자체인 선배는 말합니다.

손자가 당신 집에 오면 병아리를 만들겠다고 알을 품고 다닌답니다.

그런데 손자가 가면 그것을 냉장고에 보관해왔는데, 그손자가 지금 온다는 겁니다.

가서 내어주어야 한다는거죠.

 

이런 친구나 선배의 변신은 자녀 사랑을 제대로 못한 우리 세대의 고백이겠지요.

엇갈리는 인생처럼 말이죠.

연전 읽은 책에서 보니 나이가 들어서 나타나는 눈의 피로는 푸른 초원으로 가서

눈이 촉촉해 질 때까지 오랫동안 바라봄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도 그처럼 자연스럽게 손자에게 사랑을 듬뿍 주고, 치유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빠의 고백뿐만 아니라 바램까지도 알아듣고,

반가운 봄소식을 전해주길 기다려봅니다.

 

필자는 삼성과 한솔에서 홍보 업무를 했으며, 이후 12년간 기업의 CEO로 일했으며 현재는 기업의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년의 일원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따뜻함을 담담한 문장에 실어서, 주1회씩 '오화통' 제하로 지인들과 통신하여 왔습니다. '오화통'은 '화요일에 보내는 통신/오! 화통한 삶이여!'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SNS시대에 걸맞는 짧은 글로, 중장년이 공감할 수 있는 여운이 있는 글을 써나가겠다고 칼럼 연재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코노믹 리뷰> 칼럼 코너는 경제인들의 수필도 적극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