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지난해 한국은행의 당기순이익이 3조9000억원을 넘어 16년만에 최대 순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하락기를 맞아 통화관리비용이 감소한 가운데 외화자산 운용이자 등이 늘어 순이익이 증가했다. 이중 70%인 2조7000억원은 정부에 세입으로 납부해 정부 곳간을 불릴 전망이다.

한은이 30일 발표한 ‘2017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964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순익보다 5861억원 증가해 지난 2001년(4조2000억원) 이후 16년만에 가장 많은 실적을 기록했다.

한은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중 30%인 1조1892억원은 한은의 법정적립금으로 적립됐으며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 출연 목적으로 415억원을 임의적립금으로 적립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한 적립금 잔액은 12조2474억원에 이른다. 순익 중 나머지 70% 가량인 2조7333억원은 정부에 세입으로 납부됐다.

2008년부터 매년 3조원 안팎을 오르내리던 한은의 당기순이익은 2013년 2조669억원으로 내려앉은 뒤 이듬해 1조9846억원까지 떨어지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후 2015년 2조7156억원, 2016년 3조3779억원으로 3조원대를 회복한 뒤 지난해 3조9640억원으로 회복세를 계속하고 있다.

당기순익 증가는 2016년까지 최저금리 수준으로 떨어진 기준금리의 영향이 컸다.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며 통화관리 비용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2008년 8월 5.25%였던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년만에 2.50%까지 반토막이 났고, 2011년 3.25%까지 소폭 상승했다가 이후 2016년 1.25%까지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은의 수익은 외화증권 및 예치금 등에서 발생하고 비용은 주로 화폐나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을 발행할 때 생긴다. 통안증권을 발행하면 발행금리에 따라 이자가 발생하는데 저금리 시대 이자비용이 감소하면서 한은의 수익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은의 손익계산서에서 통화안정증권이자는 2조5790억원으로 1년전(3조591억원)에 비해 5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