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26일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서는 현행 헌법 제10조에서 제39조에 이르는 제2장의 제목이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서 ‘기본적’ 권리와 의무로 바뀌었다. 또한 기본권 향유의 주체였던 ‘국민’은 ‘사람’으로 바뀌었다.

이는 헌법 개정안 상 기본권을 누리는 주체가 ‘국민’이 아닌 국적 불문의 ‘사람’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외국인, 심지어 무국적자도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기본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밖에도 이번 개정안에는 기본권과 관련한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으므로, 차례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평등권 조항(제11조)이 열거하는 차별금지의 사유에 성별, 종교 이외에도 ‘장애, 연령, 인종, 지역’이 추가됐다(제1항).

헌법재판소는 ‘자의금지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이라는 두 가지 심사기준을 두고 평등권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데, 헌법 스스로가 평등권을 구체화하며 열거하는 사유에 대해서는 ‘비례의 원칙’에 따라 다른 사유에 비해 평등권 위반 여부를 엄격히 판단하는 만큼, 앞으로 장애, 연령, 인종, 지역적 차별이 문제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위헌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성별, 장애 등을 이유로 한 차별에 대해서는 이른바 적극적 평등실현조치(Affirmative Action)의 헌법적 근거도 마련돼 여성채용목표제, 장애인고용할당제와 같이 실질적 평등을 위한 국가적 노력에 대해 힘을 실어줄 수 있게 됐다(제2항).

신설된 기본권 중에는 생명권 조항(제12조)이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생명권 조항을 ‘세월호 사건’과 연계지어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생명권 조항의 신설은 학계와 실무계의 오랜 요구사항이었다. 비교법적으로도 생명권은 미국연방헌법 수정 제14조 제1항, 독일기본법 제2조 제2항, 일본 헌법 제13조,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 제11조 등에 명시되어 있고, 사형제 등과 관련한 논의와 관련해서도 반드시 언급되어야하는데도 그 동안 생명권은 해석을 통해서만 인정되어 온 기본권이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알 권리(제22조 제1항)와 자기정보통제권(제22조 제2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알 권리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표현의 자유(제21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제10조) 등에서 그 근거를 찾는 견해가 있었지만,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규정할 필요성이 제기돼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것이다.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 역시 헌법사항으로 규정돼 18세 이상의 국민은 누구라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제25조).

현행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하여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을 법률에 위임하여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현행 헌법 제24조), 미국 연방수정헌법 제24조 제1항, 스위스헌법 제136조, 멕시코 헌법 제34, 35조, 브라질헌법 제14조 등이 헌법에서 선거연령을 18세 이상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참조해 18세 이상의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행 법률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을 19세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다음 번 선거부터 선거권자의 숫자는 그 만큼 늘어나게 된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확대한 것도 이번 개정안이 갖는 주요한 특징 중 하나다.

우선 개정헌법안은 일본 제국주의 및 군사독재 시대 사용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고 헌법적 의무로 보기 어려운 현행 헌법상의 ‘근로의 의무’규정도 삭제했다.

또한 국가에 대해서는 동일가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한편(제33조 제3항), 최저임금제 시행 의무를 강조했다(제2항).  노동조건 결정과정에서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하고(제4항), 모든 국민이 일과 생활을 균형 있게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는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를 헌법상 국가의무로 규정한 것(제7항)도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저출산 현상에 따라 임산부, 워킹맘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모든 국민이 장애, 질병, 노령, 실업, 빈곤 등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향유하며 건강하게 살 권리를 부여한 것도 분명 현행 헌법이 보장하는 사회복지의 범위를 한층 확대시킨 입법으로 보인다.

그 밖에 현행 헌법에서 다소 추상적인 개념으로 남아 있던 환경권을 지속가능한 환경보호 및 동물보호로 구체화한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처럼 이번 개정헌법안은 대체로 기본권을 향유하는 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기본권의 내용과 범위 자체도 현실에 맞게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호평 받을 만하다.

다만, 개정안 중 일부 기본권 조항에 대해서는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거나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다음 회에는 개정안 기본권 조항 중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형사절차 관련 조항과 경제(제9장)의 장을 각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