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스펙스 1968 오토매틱 다이버 SLA025. 출처=세이코

[이코노믹리뷰=김태주 시계 전문 페이지 <블랙북> 운영자] 바젤월드가 열리면 유독 기대되는 브랜드 두 곳이 있다. 롤렉스와 세이코. 수많은 브랜드 중에서도 두 브랜드가 더 각별히 기대되는 이유는 지금까지 ‘마니아를 배신하지 않는’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롤렉스는 ‘반드시 예상을 벗어나면서도 욕구를 충족시키는 새로움’, 세이코는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그 이상을 충족시키는 테크닉’으로 기대 이상의 모델을 선보인다. 올해 바젤월드에서도 세이코는 정확하게 마니아들이 바라 마지않던 모델을 선보였다. 지금까지도 인기가 뜨거운 모델이자, 가장 많은 마니아들이 바랐던 6159-7001 모델의 복각 모델, 세이코 프로스펙스 1968 오토매틱 다이버 SLA025다. 매년 그랬듯이 세이코는 계보를 이어야 할 부분은 완벽하게 재현했고,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더욱 유려하게 마무리했다. 수십만의 마니아가 50년을 기다려온 복각 모델.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마니아들 사이에서 불평은 없고 칭찬 일색이다.

 

지금까지 유효한 상징

▲ 2017년 출시된 6217의 복각 모델 SLA017. 출처=세이코

6217, 6159는 세이코 빈티지 마니아들이 복각을 염원해오던 전설의 빈티지 모델이다. 지난해 세이코는 최초의 다이버 워치인 6217(62Mas) 모델을 복각한 SLA017(SBDX019)를 출시해 시계 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그리고 올해 바젤월드 2018에서 세이코 프로페셔널 다이버 워치의 전설, 6159-7001모델의 복각 버전을 출시했다. 1968년 출시된 6159는 전 세계에서 방수시계에 대해 가장 앞서 있던 스위스 일색의 시계업계에 300m 다이빙이 가능한 방수능력을 갖추고 등장한 모델이다. 방수능력뿐만 아니라 당시 핵기능, 데이트 퀵 셋 기능을 갖춘 하이비트 무브먼트를 장착하고, 원피스 케이스에 스크루 크라운을 적용해 동시대에 롤렉스 서브마리너보다 메커니즘이 뛰어났던 다이버 시계다. 6217(62mas)가 세이코 다이버 ‘시계’의 시작이었다면, 6159는 세이코 다이버 ‘장비’의 시작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이코 프로페셔널 다이버 워치의 시작은 6215이지만, 그 명성은 6159부터 쌓인 것이라 볼 수 있다.

 

전설의 빈티지, 계보를 잇다

▲ 1968년 출시된 오리지널 6159. 출처=세이코
▲ 2018년 출시된 6159의 복각 모델 SLA025. 출처=세이코

바젤월드 2018에서 출시된 세이코 프로스펙스 1968 오토매틱 다이버 SLA025는 6159와 거의 동일한 길을 걷고 있다. 마니아들이 가장 뜨겁게 바라던 복각 모델인 만큼 1968년의 기술적 중요함과 수집 가치를 잃지 않도록 계산된 세이코의 테크닉이 인상적이다. 2017년의 SLA017(SBDX019) 만큼이나 6159의 계보를 완벽에 가깝게 잇는 이 모델은 먼지가 쌓이지 않은 ‘새것의 빈티지’다. 6159 모델은 2000년 ‘히스토리컬 컬렉션’ 한정판 SBDX003을 통해 복각 개념으로 출시했지만 다이얼에 ‘HI-BEAT’ 표기가 없어 진정한 복각은 아니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SLA025는 1968년형 모델과 같은 케이스, 같은 크기에 모든 마감은 당시 모델과 정확하게 일치한 원형 브러시 처리가 되어 있다. 추가된 것이 있다면 이 모델을 영원히 빛나게 만들 러그의 자라츠 광택 처리다. 이쯤 되면 세이코가 자사의 마니아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그 배려에 감탄이 나오는 수준이다. 

 

▲ 6159 모델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하며 마감은 더욱 유려해진 SLA025의 다이얼. 출처=세이코

현재도 빈티지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일부 세이코 다이버 모델들은 롤렉스의 서브마리너, 오메가의 씨마스터에 못지않은 인기와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6159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6105, 6309와 같은 모델도 있지만, 빈티지 마켓에서 콜렉팅 난이도가 비교적 낮은 다른 모델과는 달리 6159는 몇 배 이상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고 그 수도 많지 않다. 퍼스트 다이버인 6217(62mas)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가격이다. 때문에 완벽한 복각이라는 것은 의미가 크다. ‘더 레스큐 컴패니’의 브랜드 매니저이자 빈티지 시계 애호가 원경희는 “SLA017(SBDX019)가 ‘추억 소환’이었다면, SLA025는 ‘전설의 재림’이다. SLA025 하나만으로도 2018년의 세이코 다이버는 ‘잘했다’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세이코 프로스펙스 1968 오토매틱 다이버 SLA025는 시간당 3만6000진동의 하이 비트로 55시간의 파워 리저브가 가능한 8L55 무브먼트를 장착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8L55가 그랜드 세이코의 상위 라인 안에 들어 있는 9S85의 변형으로 섬세한 피니싱과 기능이 거의 동일하다는 부분이다. 세이코가 내놓은 빈티지를 복각한 새 모델은 원래의 빈티지만큼이나 가치 있는 신(新) 빈티지다. 바젤월드 2018에서 세이코는 시계뿐만 아니라 마니아의 마음을 자라츠 연마로 다듬을 수 있는 장인 브랜드로 기억될 것이다. 세이코 프로스펙스 1968 오토매틱 다이버 SLA025는 단 1500피스만 한정 판매되며, 가격은 5400달러다.

도움말 원경희 (‘더 레스큐 컴패니’ 브랜드 매니저, 빈티지 시계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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