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한국과 미국간의 금리역전 장기화와 격차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내 경제 하방 리스크 완화, 국내 가계 부채 문제의 양호한 관리 등의 전제 하에 미국 정책금리 인상에 맞춰 국내 기준금리 인상을 적극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금리가 앞으로 두차례 내지 세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어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시기와 인상 폭에 대해 보다 신중해야할 시점이다.

섣불리 쫓아가기식 금리 인상만 하다가 국내 금융시장만 위축되고 한·미간 금리 역전이 반복적으로 일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금리에 즉각적인 반응을 하는 것보단, 한·미 금리 역전 상황에서 내성을 기를 수 있는 금융 정책과 방안을 정부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6일 ‘3월 미국 금리 인상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으나 미국 경제 성장 가속화에 따른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경기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1.25~1.50%에서 1.50~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리가 한국 기준금리인 1.5%를 추월하면서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시장에서 예측하는 연내 미국 정책금리 인상 확률은 여전히 3회가 압도적이지만 4회 금리인상 확률이 지난 1월 말 20.6%에서 지난 21일 현재 26.9%로 증가했다. 한미간 금리 차이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연구원은 연 4회 금리인상 가능성의 근거로 ▲미국의 고용지표가 과거 정책금리 연 4회 이상 인상 시점보다 양호한 상황이며 ▲최근 GDP 갭률이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존재하고 있고 ▲최근 미국 경제 성장률이 경기 사이클 상에서는 금리 상승국면에 동일하게 위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지표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지표들이 과거 연 4회 인상 시기 지표 수준에 근접하거나 비슷한 수준에 있다”며 “미국 경제 성장세가 빨라진다면 4회 인상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한미간의 금리차가 확대되면 한국의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1990년 이후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시기는 2차례 있었다.

1999년 7월~2000년 9월(1차 시기)과 2005년 8월~2006년 7월(2차 시기)에는 단기적인 국채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모두 상승했으며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외국인투자자금 순유출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원은 연준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으나 미국 경제 성장 가속화에 따른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글로벌 경제 및 금융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 실장은 “경제 관련 부처들 간의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경기 대책과 중장기 성장 정책 추진을 지속해야 한다”며 “미국 정책금리 인상 맞추어 국내 기준금리 인상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과 미국간 금리차이가 최대 0.75%포인트 정도 벌어질 때 금리역전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현재 한미간 금리차는 최대 0.25%포인트이고 미국이 높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간 금리역전이 075%포인트 정도 날 때 외국인 자금유출이 본격적으로 나타나 코스피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 실장은 "한국의 금리 인상은 필요하지만 인상 시점이 중요할 것'이라면서 "역전된 금리 폭이 더 큰 폭으로 벌어지기 전에 조금씩 간격을 줄여나가는 식의 금리인상도 염두에 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당분간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을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의 금리 인상시기가 앞당겨 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앞당기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췄었다. 그러나 뜻밖의 세계 무역전쟁으로 환율상승이 이어질경우 물가상승 압박이 가해질 수 있어 이 경우 국내 기준금리 인상시기도 앞당겨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 실장은  "무역전쟁이라는 복병을 만난 상황에서 급변하는 대외 정세와 물가 등을 감안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시기가 앞당기는 방안을 탄력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