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미국발 무역전쟁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도 각각 3%, 4%대의 하락률을 보이며 장을 마쳤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79.26(3.18%) 하락한 2416.76에 마감했다. 이날 지수 하락폭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화하던 2012년 5월 18일(3.4%) 이후 6년만에 가장 크다.

전날 미국 금리 불확실성이 해소하면서 2500선을 넘봤던 코스피는 이날 49.29포인트 내린 2446.73으로 출발하며 개장과 동시에 2450선을 내줬다. 이후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에 밀리면서 하락폭을 키웠다. 장 마감 직전에는 80포인트가 넘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2420선마저 무너졌다.

이날 기관은 6436억원, 외국인은 1332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하락을 주도했다. 개인이 홀로 7536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낙폭을 방어하지는 못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41.94(4.81%) 하락한 829.68을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19억원과 1107억원 어치를 팔았고 개인만 1351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이날 증시 하락세는 미국발 무역전쟁의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품에 500억달러(약 54조원) 규모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기술 라이센스 관행에 대한 WTO제소, 중국의 대미투자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시장이 무역전쟁에 대한 공포에 휩싸이면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대 지수가 모두 2% 이상 급락했다. 다우존스 30 산업 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93% 하락한 2만3957.89를 기록했으며 S&P 500지수는 2.52% 하락한 2643.69, 나스닥종합지수는 2.43% 하락한 7166.68로 장을 마감했다.

일본 도쿄증시 닛케이225지수도 전일대비 974.13포인트(4.51%) 하락한 2만617.86,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3.39% 내리면서 3152.76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우려에도 글로벌 무역전쟁 심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무역전쟁의 불씨가 경계해야 할 변수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등 미국의 정치적인 사안과 결부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향후 조율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무역전쟁으로 전개될 경우 상호간의 경제적 피해가 막대해 정치적 실리가 없다”며 “또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중국 정부와 해외 매출이 많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의 입장 등을 생각하면 1930년대의 무역 전쟁 케이스로 넘어갈 확률은 낮다”고 말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심화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한다”며 “오히려 중국의 추가적인 시장 개방과 첨단업종들에 대한 지적재산권 등의 보호조치가 강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반도체 등과 같은 경쟁력을 가진 업종들의 수혜를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