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아이스하키팀 최연소 국가대표 서영준 선수가 플레이하고 있는 모습. 출처=대명킬러웨일즈

[이코노믹리뷰=김서온 기자] “올림픽 무대를 앞두고 감독님은 늘 우리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지러 가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죠.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해서 보여주고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자. 그렇다면 알아서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말씀하셨죠.”

금메달은 고사하고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초라한 성적표. 대한민국 남자아이스하키팀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성적표다. 하지만 국민 누구도 이들을 패배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우리나라 최초로 ‘글로벌 드림팀’을 구성했고, 멋진 ‘단일팀’이 됐다. 우리말이 서툰 감독, 최강 선수들의 최고시속 180㎞가 넘는 퍽을 막아내며 쓰러지는 벽안의 골리. 그들의 가슴에 모두 태극마크가 있었다. 백지선 감독의 말대로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는 데 성공했다.

최연소 국가대표였던 서영준 선수(24)는 “외국인 귀화 선수들이지만 한국에서 오래 생활해 문화와 언어 장벽은 없었다. 심지어 한 선수는 비행기에서 김치만 먹기도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세미프로팀에 입단한 서영준 선수는 머지않아 해외리그 진출이라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은 7명의 외국인 귀화선수가 있었다. 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들도, 5년에서 10년 이상 국내에서 생활을 한 선수도 있었다. 다들 태극마크는 처음이었다. 백지선 감독이 영어로 지시를 내리는 모습은 TV를 통해 전해졌다.

서 선수는 “비빔밥에 나물과 된장을 듬뿍 넣어 한국인보다 더 잘 먹는 선수들도 있다. 그 선수들 역시 나름대로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왔다. 또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을 위해 뜻을 같이 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서로 피드백도 해주며 훈련했다”고 소개했다. 서로에게 이질감은 없었다.

동계올림픽에서도 수많은 종목들이 있지만, 서 선수는 아이스하키는 많은 인원이 함께 하는 단체팀 종목으로서 함께 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스하키는 동계 올림픽의 ‘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이 올림픽을 개최하지 않았다면 출전 자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37년 만에 일본을 이기고 우리나라가 세계랭킹 31위에서 18위까지 오르는 등 많은 노력을 했고 많이 발전했다”고 자평했다.  

▲ 인터뷰 하는 동안 서영준 선수는 ‘최연소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에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995년생인 서 선수는 2015년 최연소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로 발탁됐다. 그의 포지션은 수비수. 수비수는 상대팀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또 막아내자마자 즉시 역습에도 가담해 공격포인트를 쌓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은 파워플레이에 들어갈 때 공수전환이 빠르게 될 수 있도록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이다.

‘최연소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은 이번 대회에서 큰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고 한다. 모국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이자, 아무도 가보지 않은 아이스하키팀의 올림픽 첫 출전이라는 것에 부담도 컸다.

그는 “경기에 들어설 때 어떤 마음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그날 경기의 분위기와 흐름이 달라진다. 경기를 치르면서 항상 내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어렵지만, 이번 올림픽은 워낙 기대를 많이 했던 무대라 작은 생각까지 마음에 영향을 주게 돼 어깨가 무거웠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 서영준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가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서 선수는 고교 재학 시절 평창올림픽 유치 성공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마구 뛰었다고 한다. “유치 성공 소식을 처음 듣자마자, 꼭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고 생각했다. 막연한 꿈이 진짜 현실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대표팀에 선발됐을 때부터 쭉 막내였지만, 나이는 어려도 책임감을 갖고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들을 다 보여줘야겠다는 다짐만 했다”고 고백했다. 나이는 어렸지만, 막중한 책임을 다한 후 모습은 의젓한 국가대표 그대로다.

평창올림픽이 반쪽 스포츠행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서 선수는 “국내에 유치원,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취미로 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중학교로 올라오면서 확 줄어든다”면서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중학교 수업교육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면서 “그래야 두터운 선수층이 생겨 다음 대회에도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이 끝나도 지금의 경험을 어린 선수들에게 전수해주고 형들처럼 팀의 리더가 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40살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5번이나 탈골되었던 어깨 부상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머지않아 해외리그에도 진출해 대한민국 대표선수로 국위 선양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고려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현재 대명킬러웨일즈 아이스하키팀에 입단한 ‘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