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자율주행차량 교통사고로 사람이 숨졌다.

우버의 자율주행차량이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Phoenix) 시(市)의 한 교차로에서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했다고 19일(현지시각)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등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고 당시 차량(볼보 XC90 SUV)은 북쪽으로 주행중이었고, 보행자는 서쪽에서 자전거를 끌고 ‘횡단보도 아닌 곳’으로 걷고 있다가 부딪힌 것으로 파악된다고 현지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사고를 낸 차량의 속도가 약 40마일(약 60km/h)였으며, 속도를 줄이려는 흔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차량에 친 당사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자율주행차량 사고는 그동안 몇 번 있었지만, 보행자가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월에는 우버 자율주행차량이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에서 시험주행을 하다가 뒤집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16년에도 테슬라(Tesla) 자율주행차가 트럭과 충돌해 탑승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당시 운전자의 핸들과 페달 제어를 지원하는 ‘레벨2’정도였다. 반면 이번 사고는 목적지를 설정하면 스스로 주행하는 ‘레벨4’ 단계였다. 이번 사고차량에는 운전자가 탑승해 있었지만, 운전은 하지 않고 있었다.

이번 사고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외신들은 "사고 시간이 야간이었고, 사고지역이 ‘횡단보도 아닌 구역’이기 때문에, 자율주행 차량이 보행자 주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듀크대학의 미시 커밍스(Missy Cummings) 로보틱스 전문가는 “(자율주행차량이) 지역을 매핑(mapping)한다 해서 컴퓨터 시스템이 보행자, 특히 횡단보도 바깥의 보행자까지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자율주행차량은 ‘인식-판단-제어’의 원리로 작동된다. 먼저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의 센서로 주변의 사람과 사물 등 위치와 거리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정보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가 주행상황을 판단해 경로를 만드는 식으로 주행전략을 결정한다. 이후 판단에 따라 가속, 감속, 차선변경 등의 제어활동을 한다.

즉, 보행자 주의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인식했을 것이란 추정은 곧 자율주행차량 소프트웨어가 ‘횡단보도 아닌 구역’에서는 보행자 주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식의 단순한 해석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우버의 자율주행차량 소프트웨어 오류는 지난해 3월 발생한 자율주행차량 전복사고의 원인으로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사고의 원인으로 “신호가 노란색으로 변하는 순간, 우버가 가속해 교차로를 통과하려고 한 것처럼 보였다는 증언이 나왔다”면서 “우버의 인공지능 센서가 노란색을 인식할 수 없거나 혹은 노란색 신호에서 속도를 올려 통과하라고 프로그래밍 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의 일간지 블룸버그(Bloomberg)는 보도했었다.

▲ 지난해 3월 24일(현지시각) 우버 자율주행차량이 애리조나 템피(Tempe)시에서 원인불명으로 전복됐다. 출처=ABC

자율주행차량이 사고 직전까지 감속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율주행차량의 하드웨어 격인 ‘센서’가 보행자를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사고 당사자의 상황이 ‘한밤중에 횡단보도 아닌 곳에서 자전거를 끄는 사람’으로 복잡했던 만큼, 센서가 보행자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시 커밍스 전문가는 “(자율주행차량의) 카메라와 감지시스템은 귀납적 추론을 할 수 없으므로 특정 장소, 특정 시간대의 어떤 모습은 추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CNN은 이와 관련, “자율주행차가 보행자와 자전거를 끌고 있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라며 “자율주행차는 고속도로에서 더 빨리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이번 사고의 발생 가능성은 그동안 자율주행차량 전문가들이 지적해왔던 문제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량이 도로의 복잡한 변수를 파악하지 못해 사고가 날 위험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구글, 우버 등 자율자동차량 업체는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상주행, 시험주행 등으로 주행데이터를 수집하고 최대한 많은 변수를 파악하려 노력했다.

구글은 지난해 가상주행을 27억마일(43억2000만km)했고, 시험주행도 약 500만마일(약 800만km) 했다. 우버는 자율주행차량의 시험주행을 위해 약 5만평에 이르는 가상도시 ‘알모노(Almono)’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인해 자율주행차량은 아직 복잡한 변수에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사망 사고가 났음에도, 더 많은 변수를 파악하기 위해 자율주행 시험주행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훨씬 많다.

미시간 대학의 자율주행 관련 연구시설 ‘맥시티(Mcity)’의 캐리 모톤(Carrie Morton) 부책임자는 더 많은 주행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주행차량은 도로 위의 보행자 같은 이상상황에 대해 예비 메커니즘이 있지만 (이번 사고 당시같은) 환경까지 고려하려면 더 많은 테스트를 할 수 밖에 없다”면서 “도로 위 시험주행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율주행차량의 다양한 변수를 확보, 빅데이터(Bigdata)에 의한 딥러닝(Deep-Learning)과 머신러닝(Machine-Learning) 등으로 사고 우려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편, 국내의 LG경제연구원은 자율주행차량 관련 보고서에서 "자율주행차량은 딥러닝을 활용해 마치 사람이 주행을 반복할수록 운전을 익혀가는 것과 같은 과정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면서 "딥러닝 등의 인공지능의 성능은 더욱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학습 과정 활용이 완성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우버는 사고가 발생하자 자율주행차 시험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우버의 다라 코스로우샤히(Dara Khosrowshahi) 최고경영자(CEO)는 “애리조나에서 들려온 믿을 수 없이 슬픈 소식을 접했다. 희생자 유족을 생각하며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 위해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트위터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