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가전은 LG'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활가전 영역에서 LG전자의 존재감은 탄탄한 믿음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씽큐를 통한 인공지능 오픈 플랫폼 전략도 준수하고 글로벌 ICT 기업과의 협업도 순조롭습니다. 최근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금빛질주를 보여준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에 대한 지원과 은메달을 목에 건 여자 컬링팀에 대한 지원, 이어진 로봇청소기 광고를 둘러싼 훈훈한 소식은 마케팅 관점에서 크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옥의 티는 스마트폰입니다.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며 끝내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사를 통해 조준호 사장이 인화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황정환 '부사장'이 MC사업본부 수장이 되는 장면은 현재 MC사업본부가 처한 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미부여입니다. 황정환 부사장이 OLED TV 신화의 중심이라는 점과 부사장이 MC사업본부의 수장이 되었다는 점. 전자에 의미를 부여할 경우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최강의 카드를 꺼내든 셈이며 후자에 집중할 경우 MC사업본부의 존재감이 LG전자에서도 한 단계 후퇴했음을 의미합니다.

업계는 처음 후자에 다소 무게를 둔 것이 사실입니다. MC사업본부의 경쟁력이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MC사업본부가 보여주는 일련의 행보들은 전혀 다른 분석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시작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 전략의 변화였습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18에서 조성진 부회장은 "경쟁사들의 스마트폰 출시 주기를 굳이 의식할 필요가 없다"면서 "출시 전략부터 원점에서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상반기 G 시리즈, 하반기 V 시리즈를 고집하던 것에서 벗어나 기존 스마트폰의 라인업 강화 등을 통해 제3의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시기 씨넷을 비롯한 외신에서는 LG전자가 올해 스마트폰 출시 전략을 100% 뜯어 고치고 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LG V30S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프리미엄 라인업인 LG V30에 인공지능 경쟁력을 덧댄 LG V30S는 등장과 동시에 극명한 호불호를 보여줬습니다. 기발한 발상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하드웨어 폼팩터가 변함이 없는데 가격은 100만원을 넘겼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S9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LG전자가 상반기 경쟁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MC사업본부의 전략을 긴 호흡으로 봐야한다는 분석에 설득력을 더하는 단서가 나오며 분위기는 바뀔 전망입니다. LG전자는 20일 다양한 제품군과 기능을 아우르는 스마트폰 전방위 사후지원을 강화하며 고객 신뢰 쌓기에 나섰습니다. 신속한 운영체제 업그레이드와 체계적인 스마트폰 고객 케어를 위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센터’를 가동했습니다. 고객들이 LG 스마트폰을 한 번 구매하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사후지원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 LG전자가 스마트폰 전방위 사후지원 총력전을 예고했다. 출처=LG전자

센터 개소 후 첫 지원은 LG V30 이전 제품들의 운영체제 업그레이드입니다. LG전자는 다음달 LG G6를 시작으로 2016년 출시한 LG V20와 LG G5도 오레오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LG 페이, 카메라 편의 기능 등 편리한 기능들도 업데이트됩니다. LG전자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 LG페이는 업데이트를 통해 ATM(Automatic Teller’s Machine) 현금 인출 기능과 모바일 신용카드 발급 기능을 이달 중 추가한다고 합니다. LG페이 사용자는 지문인식이나 비밀번호 등 본인 인증 후 신한은행 ATM기 휴대폰 인식부에 스마트폰 뒷면을 대기만 하면 기존 체크카드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중저가 라인업도 추가했으며 원격 지원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센터 개소는 '무한부팅'의 공포를 기억하는 LG전자 스마트폰 고객에게 희소식입니다. LG G4를 비롯해 LG V20까지 스마트폰이 무한부팅되는 현상은 큰 문제가 되어왔으며 이는 미국에서 법정공방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MC사업본부가 스마트폰의 사후관리를 크게 강화하는 한편 이를 집중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는 점은 곧 고객만족의 가치와 연결됩니다. 기본적인 사용자 경험에서 답을 찾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격지원까지 강화한 대목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LG페이의 기능 강화는 경쟁사와 비교해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분위기입니다.

올해 MC사업본부의 전략을 고무적으로 봐야 할 때가 왔습니다. 스마트폰 출시 주기를 바꾸는 한편 자체적인 로드맵을 통해 모든 라인업을 원점에서 활용하는 한편,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 고도화에도 나서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MC사업본부가 보여주지 못했던 행보이자 가장 의미있는 정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으며 하드웨어 폼팩터 기술발전도 점점 식상해지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LG전자는 출시 전략의 변화, 기존 라인업의 강화, 기본적인 사용자 경험의 완성을 통해 스마트폰을 가전의 영역으로 묶어 새로운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풀어내려고 합니다.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ICT 오픈 플랫폼 전략은 LG전자 스마트폰의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올해, LG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에 많은 기대를 거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