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간담회에서 로열티 인하, 구입의무품목 부담 완화 등이 포함된 가맹점주와의 상생방안을 내놓았지만 가맹점주와 점주협의체는 "생색내기용"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가맹본부가 내놓은 상생방안은 공정위 압박에 보여주기식으로 내놓은 것일 뿐 실질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일부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가맹본부가 상생의 의지를 보인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가맹점주들은 급등하는 임대료와 최저임금인상, 소액 카드결제 규제 등을 정부가 풀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프랜차이즈 19곳이 마련한 가맹점주와의 상생방안.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19개 가맹본부 대표들은 지난 16일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다양한 상생방안을 내놓았다. 편의점 업계는 전기요금 지원규모 확대, 안정적 수익창출 지원 등의 방안을 공통으로 내놓았다.

제빵업체 '파리바게트'는 가맹점주들이 상품 동일성을 위해 구매해야하는 구입의무품목의 수를 3197개에서 2771개로 13% 줄이고 100여개 품목 가격을 최대 20%까지 내렸다. 또 7시부터 23시까지던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해 22시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과일주스 전문업체인 '쥬씨'도 구입의무품목을 32개에서 23개로 28% 줄였다고 설명했다. 우유, 일회용 컵 등 25개 품목의 가격을 최대 31%까지 인하하고 매출이 일정기준에 미달하는 가맹점에 대해서는 로열티를 면제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들어 2월까지 면제한 로열티가 2억 4000여만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구입의무품목은 가맹점주들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구매해야하는 품목으로 가맹점주들에겐 큰 부담이다.

이런 부담을 덜어줬으면 반색을 해야 할 가맹점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가맹점주들은 상생협약의 내용을 잘 알지 못하며,  보여주기식 생색용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예를 들면 빵을 만드는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죽(생지)의 가격은 조금 내리고 반면 기타 부수적인 제품은 가격을 많이 내려 ‘최대 20%까지 가격을 인하했다’고 생각을 냈다는 것이다.

서울시 중구에 있는 파리바게트 점주는 이코노믹리뷰에 상생방안에 대해 "실질 운영에 도움이 되지도 않아 관심도 없고 그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한다"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파리바게트 점주도는 “상생방안이 점주들 의견은 물어본 게 아니라 가맹본부 측에서 하자는대로 한 것일 뿐"이라면서   “크게 비용이 줄었다고 느끼지도 못하겠고 공청회도 열지 않아 뭐가 어떻게 변한 것인지 일반 점주들은 잘 모른다”며 같은 반응을 나타냈다.

▲ 지난 16일 간담회에 19곳의 프랜차이즈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쥬씨 가맹점주 역시 마찬 가지였다. 서울시 서초구의 한 가맹점주는  “우리는 점주협의체도 없고 본부로부터 그런 얘기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쥬씨 측은 1월부터 의무구입품목을 줄였다고 했지만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구입품목 수를 줄이는 것보다 공급가격을 내리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었다. 김밥업체 '바르다 김선생' 가맹본부는 공급가격을 내려 점주들의 호응을 얻었다. 가맹점은 제품을 여기저기서 사면 번거롭기 때문에 본사를 통해서 사는 게 편리하고 맛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쉽다. 문제는 가맹본부가 공급가격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이다. 바르다 김선생 측은 전체 매출 중 재료비 비중을 37%에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상생협약을 논의했다. 상생협약 전에는 48%인 재료비 비중은 40% 밑으로 떨어졌고 연 평균 37%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본부의 목표다.

바르다 김선생 안산점 가맹점주는 “이제 막 시작이니 적어도 6개월은 지나봐야 협약의 효과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제빵업체 뚜레쥬르 가맹점주협의체 관계자는 “지난 1월 28일 체결한 상생협약에서 반죽 공급가격 5% 인하, 500m 출점 금지 등을 약속했다”면서 “매년 적자인 본사도 힘든 상황 속에서 가맹점주들과 상생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뚜레쥬르 가맹점주들이 본사로부터 가장 많이 구매하는 품목은 반죽(생지)으로 주문량의 40%를 차지한다. 이 반죽의 가격을 5% 인하하면 매장은 40만원~50만원 정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저시급이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데다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게 이런 상생협약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거의 모든 업종의 점주들에게서 나왔다. 

한 가맹점주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로 본사의 공급 가격 인하에 따른 영업 개선은 한계가 있다"면서 "더욱 큰 문제는 계약할 때마다 두 배씩 껑충 뛰는 임대료와 함게 소액 카드결제 규제, 통신사 할인분담률 등 대외 고정비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점주들은 이런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주기를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 16일 프랜차이즈 상생협약 간담회에서 최무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 국장과 김찬호 뚜레주르 베이커리본부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왼쪽부터).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올해 새롭게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상가임대인은 임대료 조정 시 기존 금액의 5% 이상 올릴 수 없게 돼있지만 지켜지는 곳은 거의 없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의 몫으로 돌아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을 땐 폐점을 결정할 수 밖에 없다.

그는 “본사가 가맹점에 일방으로 양보하는 게 상생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종열 전국프랜차이즈 연속회의 정책국장은 “가맹본부들이 상생을 하겠다는 의지 자체는 환영할만한데 내용이 조금 한계가 있다”면서 “가맹점주들이 가장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임대료, 최저임금, 소액 카드결제 규제 등으로 이런 문제를 푸는 대책은 가맹본부가 아닌 정부가 나서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수백 가지의 품목 중 몇몇 부수 품목의 할인율을 높여 보기에만 공급가가 낮아진 것처럼 보이도록 해놨다”면서 “각 업체들이 발표한 상생협약 내용은  새로운 내용이라기보다는 예전부터 해온 내용을 말만 바꿔 새로운 것처럼 한 것으로 가맹점주들의 불만의 소리가 많다” 고 전했다.정 국장은 “일반 점주들은 상생협약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며, 공정위가 일방적으로 의견 수렴이나 협상 없이 하다보니 한계가 드러난 것 같다”면서 “가맹점주들과 대화해 더욱더 실질적인 상생방안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