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영화 터미네이터4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테러 지원국, 범죄 집단, 테러리스트들이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전 세계를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케임브리지 대학교가 미국과 영국의 유명 대학 및 연구소의 10여명의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해 인공지능의 악용에 관해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연구에 참여한 학자 중 한 명인 케임브리지 아카데미의 존 오헤이지어타이 교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에 관해서는 사실보다 과장이 앞서 왔지만, 이제부터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인공지능이, 컴퓨터가 음성 기술을 사용해 공격 명령을 흉내 내거나 전쟁터에서 드론, 무인 차량, 자율작동 무기 시스템을 통제함으로써 ‘초인적 해킹’을 수행하는, 이른바 사이버 공격의 새로운 물결을 유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예측들은 할리우드 영화나 <블랙 미러>(Black Mirror, 첨단 기술이 인간의 욕망을 실현해주면서 벌어지는 특별한 상황들을 그린 영국 SF 드라마)에 나오는 반이상향적(Dystopian) 악몽처럼 들린다.

이 보고서는 인공 지능의 급속한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에 대한 일련의 경고 중 가장 최신 보고서다. 더구나 정부와 기술 기업들의 AI에 대한 열정이 계속 커져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중국은 이 미개척 기술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앞으로 몇 년 동안 인공 지능 산업에 1500억달러(16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인류를 능가할 순간이 임박했다고 수차례 반복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류의 통제를 벗어나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누구든 인공지능의 리더가 되면 세계의 통치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CEO도 AI 우월성에 대한 국가 간의 경쟁이 새로운 세계 대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를 발표했다.

지난 14일 타계한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과학의 미래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자처했다.   출처= 플리커

지난 14일 타계한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과학의 미래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늘 “인류는 너무 공격적으로 기술을 진보시키고 있다”면서 “과학 기술을 진보시키기 이전에 대중과 사회가 그에 따른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준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위협이 돼선 안 된다는 뜻이다.

그는 지난 2015년,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인 엘런 머스크,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등 세계적 석학·기업가 1000여명과 함께 “인간 통제를 벗어난 AI 무기 개발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웹 서밋 기술 콘퍼런스’에서 그는 “AI가 인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 인류가 AI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다면 AI 기술은 인류 문명사에서 최악의 사건이 될 것”이라며 가장 강력한 경고를 표명했다.

그러나 케임브리지의 오헤이지어타이 교수의 설명은 이보다는 다소 덜 종말적이다.

“우리는 인공 지능의 오용으로 인해 매일 매일 위험이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주인 의식을 가지고 대해야 합니다. 이 위험은 ‘실제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보고서는 머스크의 오픈 AI(Open AI) 연구소와 싱크 탱크 ‘新 미국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의 지지를 받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파멸적이고 우울하지는 않다.

저자들은 인공 지능은 많은 혜택을 가져올 것임을 인정한다. 다만 그것이 오용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정부와 기업들이 지금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들의 권고에는 사이버 보안 강화, 법을 제정하는 의원들과 전문가 간 보다 긴밀한 협조, 그리고 AI 연구원들이 뭔가 잘못되는 시나리오에 몰두하지 않도록 하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