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채 되지도 않은 아이들을 결혼으로 밀어넣는 ‘조혼’의 풍습은 과거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나 존재했다. 현재 조혼의 풍습이 존재하는 나라는 일부 저개발국가뿐이며 이를 없애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에서 이 조혼의 풍습이 아직도 남아 있고, 법적으로 유효하며 이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3월 10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17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결혼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미성년자를 억지로 결혼시키는 조혼을 막는 이 법안의 통과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은 쉐리 존슨으로 그녀 자신이 조혼의 피해자다.

47년 전 9살이었던 쉐리 존슨은 다니던 교회의 집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10살에 성폭행의 결과로 생긴 아이를 낳았다. 쉐리의 부모는 교회의 압박으로 인해 쉐리를 성폭행 가해자인 교회 집사와 결혼시켰고, 판사는 11살 어린아이의 결혼을 승인했다.

쉐리는 이 결혼생활로 5명의 아이를 더 낳았지만 폭력적인 결혼에서 결국 탈출했다. 그 뒤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6년간 각 지역의 의원들을 설득하고 캠페인을 펼치면서, 미성년자 조혼 반대 법안 통과를 이끌어냈다.

현재 플로리다에서는 16세와 17세의 경우 양측 부모의 허락이 있으면 미성년자의 결혼이 가능하다. 그리고 만일 미성년자가 임신을 했거나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는 16세보다 어리더라도 판사의 허락이 있다면 결혼이 가능하다.

쉐리가 11살의 어린 나이에 합법적으로 결혼이 가능했던 이유는 양측 부모가 동의했고 출산을 했기 때문이다.

10대들이 서로 좋아서 결혼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부모들이 어린아이들의 결혼을 강요하는 사례가 많고, 최악의 경우 쉐리처럼 폭력의 피해자가 다시 원치 않는 결혼이라는 폭력의 피해를 입게 된다.

2012년에서 2016년 사이에 플로리다에서 등록된 결혼증명서 가운데 1828건이 부부 가운데 한 명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장 나이가 어린 경우는 13살이었고, 7명의 14살 청소년, 29명의 15살 청소년 등이 결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한 경우는 90세가 넘은 노인이 17살의 미성년자와 결혼한 사례로 조사됐다.

이번에 통과되는 법안은 임신 여부와 상관없이 17세 미만의 결혼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17세인 미성년자가 결혼을 원할 경우 결혼 상대자의 나이가 2살 이상 많으면 안 되도록 규정했고 양측 부모의 동의가 추가됐다.

지금이라도 미성년자 결혼에 대한 기준이 강화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찰나, 다른 지역은 훨씬 느슨한 규정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뉴햄프셔주의 경우 18세 이하 미성년자가 결혼을 원할 경우 부모의 동의와 판사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16세나 17세의 미성년자가 결혼을 할 경우 부모의 승낙만 있으면 가능하고, 14세와 15세가 결혼을 할 경우는 신부가 임신했거나 출산을 해야 하며 판사의 승낙이 반드시 필요하다. 14세 이하는 결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미주리주는 15~17세 사이의 미성년자가 결혼을 할 경우 양측 부모가 아닌 단 1명의 부모만 허락을 한다면 다른 부모들이 모두 반대를 해도 결혼이 성립되는 유일한 주다. 또 결혼을 할 수 있는 연령 제한도 없어서 14세 이하의 경우에도 판사의 승낙만 있으면 누구나 결혼이 가능하다.

미주리주도 조혼을 가능하게 하는 법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이를 바꾸려 노력 중이다. 14세 이하는 결혼이 불가능하도록 하고 15세에서 17세 사이의 결혼은 판사의 허락이 반드시 요청되며, 결혼하는 부부의 한 명은 17살 미만이고 한 명은 21살 이상일 경우 결혼이 불가능한 법안을 준비했다.

미성년자들을 결혼으로 내모는 조혼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언체인드 앳 라스트(Unchained at Last)’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미국에서만 약 24만8000명의 미성년자가 결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