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zerohedge.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 토이저러스의 몰락에 관한 이유들이 끊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월마트, 타깃 같은 동종 유통 업체와 온라인 강자 아마존과의 경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에서부터 어린이들이 온라인 게임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것까지. 그런데 여기에 두 가지 새로운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기가 부족했다”

한 가지 이유는 토이저러스가 스스로 밝혔듯이 “아기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국가의 출생률 감소가 우리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 고객의 대부분은 신생아와 아동이들이므로 우리의 매출은 우리가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국가의 출생률에 달려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국가의 출생률이 인구 고령화에 따라 감소하거나 정체되었고 교육 및 소득 수준은 증가했습니다. 이들 국가에서 신생아와 아동 수가 지속적으로 현저히 감소하면 우리 사업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출생률은 금융 위기 이후 꾸준히 하락하며 2016년에 최저 기록을 세웠다. 인구 고령화와 가임기 여성의 비율 감소로 미국 출산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토이저러스의 연간 보고서를 보면 회사의 매출은 지난 12년 동안 출산률과 관련이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 회사의 몰락이 남은 우리를 걱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토이저러스는 어린이를 상대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경제의 다른 부문에서 알아채기 훨씬 이전에 출생률 감소로부터 고통을 먼저 받게 되는 것이다. 장난감 회사를 곤경에 빠뜨린 그 문제가 모든 연령의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장난감의 소비를 줄어들게 만든 어린이 세대 그룹은 곧 성인이 되어 미국 경제 성장을 주도할 핵심 소비자 그룹이 될 것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퇴조로 인해 이들의 다음 세대는 더 적어질 것이다.

결국 국가가 대가족이나 이민을 장려하기 위한 획기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인구 피라미드의 기반층이 더 좁아질 것이다.

토이저러스는 결국 많은 기업들 중에, ‘인구 성장 없이는 경제 성장도 어렵다’는 인구통계학적 진실에 직면한 첫 번째 기업이 된 것이다.

사모펀드의 장난

토이저러스 붕괴의 또 다른 시나리오에 나오는 주인공은 사모펀드다.

파산 전문 변호사와 소매 전문가들은 지난 2005년에 2개의 사모펀드 회사와 부동산 투자신탁 회사가 이 회사를 레버리지 매수(leveraged buyout, LBO, 차입자금을 이용해서 회사를 매수하는 것. 매수자금의 대부분을 매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하여 조달한다)해 사기업으로 만들었을 때 이미 비극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토이저러스는 약 50억 달러(5조 3천억원)의 부채를 떠 앉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인 베인 캐피털(Bain Capital)과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ohlberg Kravis Roberts. KKR), 그리고 부동산 신탁회사 보나도 리얼티 트러스트(Vornado Realty Trust)는 2005년 66억 달러에 토이저러스를 인수했다.

이들은 66억 달러 중 50억 달러를 LBO로 조달됐고, 이에 따른 비용이 연간 4억달러에 달했다. 2012년 이후 한 해도 수익을 내지 못한 채 25억 달러의 손실을 낸 회사가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 출처= proschoolonline.com

뉴욕타임스(NYT)는 토이저러스의 붕괴는 디지털 시대에 사모펀드의 각본이 얼마나 불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금융 공학’(financial engineering)의 대표적 실패 사례라고 표현했다.

대부분의 LBO는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 사모펀드회사는 비용을 절감하고, 3년 또는 5년 동안 사업을 개편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문제가 있는 회사를 인수한다. 그러면서 회사에 인수 비용의 채무를 안긴다. 그러다가 이익을 얻지 못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아마존 시대에는 이 공식이 위험할 수 있다. 소비자 수요가 급속하게 변하고 있어 부채가 많은 회사가 사업을 재편하고 자금 사정이 좋은 경쟁 회사와 경쟁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토이저러스는 한 동안 사내보유금의 절반을 이자 상환에 써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며 “점포 확장이나 판촉, 온라인 사업 성장을 시도할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토이저러스의 잘못된 재무 판단이 조직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