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1인당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교육 양극화'도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 대비 6000억 늘어난 18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7000원 늘어나 38만4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사교육 참여시간도 6.1시간으로 전년 대비 0.1시간 늘어났고, 사교육 참여율도 70.5%로 2.7%포인트 상승했다.

총 학생 수가 지난해보다 2.7%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 사교육 참여율은 더 높을 전망이다.

사교육비는 상급학교로 갈수록 더욱 많았다. 고등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51만5000원(3.2%↑)이나 됐다. 고등학생 자녀가 두 명 있는 경우, 사교육비 지출이 월 평균 103만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중학교는  43만8000원(1.7%↑)이었고, 초등학교는 30만7000원 (1.8%↑)이었다.

▲학생 사교육비 총액과 학생수 추이. 출처=통계청

사교육 참여자의 절반 이상은 대학진학을 위해 '일반교과'에 참여했다. 사교육 참여자의 52.2%가 국영수 등 일반 교과과목을 수강하고 있으며, 수학 교육 참여자는 43.3%, 영어는 39.8%, 국어는 18.9%였다.

특히 사교육 참여자 중 86.7%가 대학진학준비, 수능선행학습, 내신시험준비 등 이른바 ‘수능’ 준비를 위해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의 경우는 '수능'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 비율이 96.8%이나 됐다.

사교육비가 늘어나면서 소득·지역 등의 차이에 따른 ‘교육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가계 수입이 많을수록 사교육 참여율과 비용 지출은 더욱 컸다. 가계소득이 월 평균 700만원 이상인 가구의 83.6%는 사교육비로 월 평균 45만5000원을 지출했다.  가계소득 월 200만원 미만의 가구는 43.1%만 사교육에 참여했고, 사교육비 지출액은 상위 계층의 약 5분의 1에 불과한 9만3000원이었다.

지난 2016년에는 월 평균 7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81.9%였고, 사교육비는 44만3000원이었다. 사교육비 월 평균 지출액은 월 소득 100~200만원 가구 9만8000원, 100만원 미만 가구 5만원이었다.

고소득자의 사교육 참여율과 비용은 전년대비 늘었지만, 저소득자의 참여율과 비용은 오히려 줄은 셈이다. 

특히 가계 수입이 많은 가구는 어학연수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였다. 어학연수 참여율은 0.5%로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연수비 총액은 지난해보다 923억원 증가한 4787억원이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과후 학교' 참여율은 54.6%로 전년대비 1.2% 감소했고, 자율학습을 위해 EBS교재를 구입하는 학생은 16.9%로 전년보다 2.0%감소했다.

▲ 출처=통계청

지역에 따른 '교육 양극화'도 문제다. 지난해 서울 거주자의 사교육 참여율은 76.7%였지만, 수도권 이외 지역 거주자의 참여율은 서울보다 8.1% 포인트 낮은 68.6%이었다. 사교육 참여가 가장 낮은 전라남도의 경우 참여율이 56.2%로, 서울보다 무려 20.5% 포인트 낮았다.

지역별 사교육 비용도 큰 격차를 보였다.  서울 거주자의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39만원였지만, 대도시 이외의 지역은 서울보다 15만1000원 낮은 23만9000원이었다. 사교육비 지출액이 가장 적은 전남은 15만7000원으로, 서울과 23만3000원의 차이가 났다.

▲ 출처=통계청

교육부는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를 기록한 원인이 예체능 교과와 취미·교양 사교육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체능과 취미, 교양 등에서 사교육비가 전년대비 4400억 가량 늘어난 반면 일반교과 과목에서는 800억원 가량 늘어났다" 면서 "전체 사교육비 비중이 늘어난 것은 수능과 다소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부는 ‘교육 양극화’에 대해서 확실히 대답하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소득과 지역 등에서 사교육 참여율과 금액에 차이가 있는 것은 맞지만 양극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묻는 질문에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형식적인 답변만을 했다.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은 박근혜 정부의 방만한 교육정책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현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에 대해 "영재학교, 과고 등 고교체제 서열화로 인한 중학교 사교육비가 증가와 수능 영어과목이 절대평가로 되면서 변별력이 사라져 국어와 수학 등에서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고등학교 사교육비가 도리어 올랐기 때문"이라면서  "고교 체제 서열 완화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등 문재인 정부가 사교육 경감 종합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연구원은 교육 양극화에 대해 "교육 양극화 현상이 있는게 맞다"면서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공교육 정상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도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