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딸인가, 아들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CJ그룹(이하 CJ) 이재현 회장의 경영 후계구도에 있을 고민을 설명하는 말이다. 그 후계 구도의 중심에는 CJ의 계열사 ‘CJ올리브네트웍스’가 있다.

CJ 오너 2세 경영수업의 시작? 

CJ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경영 복귀를 선언한 이후 그룹의 많은 변화들을 이끌고 있다. 특히 2018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는 60년대생 50대 임원들을 대거 승진시키며 ‘젊은 조직’으로 변신을 추구했고 여성 임원을 2명 추가로 배출시키며 30대 그룹 중 최대 여성임원 비중(약 9.7%)을 유지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인사에서 이재현 회장의 큰딸 CJ 미주지역 통합마케팅담당 이경후(33) 상무대우는 상무로 승진한 반면, 아들인 CJ주식회사 이선호 부장(28)은 승진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CJ가 약 4년 동안 총수의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은 만큼 이 회장 자녀들의 경영수업과 지분승계의 속도도 점점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왜 CJ올리브네트웍스 인가

▲ 출처= CJ올리브네트웍스

CJ올리브네트웍스는 1995년 설립된 정보기술 서비스 업체 CJ시스템즈와 헬스 앤 뷰티(H&B)스토어 CJ올리브영이 2014년 합병하면서 설립된 회사다. 제조(주로 식품 관련), 유통업 그리고 콘텐츠 사업을 주력으로 여기는 CJ에서 다소 ‘튀는 감이 있는’ 분야를 담당하는 업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14년 합병 이후 꾸준한 성장세로 그룹 내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다. 2015년 매출 1조1422억원, 순이익 187억원이었던 CJ올리브네트웍스의 실적은 2016년 각각 1조5558억원, 811억원으로 성장한다. 아직까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은 지난해 실적은 매출 약 1조9557억원, 순이익 약 1148억원으로 추산(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 기준)되고 있다. 향후 성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 출처= 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김호섭 연구원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전체 매출 중 70%를 차지하는 H&B 업태 1위의 확고한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체시장 성장과 적극 점포 출점에 힘입어 매출 성장 추이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기타부문(IT사업·방송송출/광고)도 양호한 매출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사업안정성이 우수하다”라고 평가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CJ올리브네트웍스 주요 주주들의 지분 보유 현황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보유현황은 다음과 같다. 최대 주주는 전체 지분의 55.01%를 보유하고 있는 CJ주식회사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 부장은 17.97%로 2대 주주이자 개인 자격 최대 주주다. 그리고 14.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재현 회장의 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가 3대 주주이며 딸인 이경후 CJ 미주 통합마케팅담당 상무는 6.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신한금융투자(추정치)
▲ 출처= CJ

수치에서 알 수 있듯 CJ올리브네트웍스는 오너 2세들의 지분이 가장 높은 계열사다. 흥미롭게도 두 명의 오너 2세가 보유한 CJ의 핵심사업 계열사인 CJ제일제당·CJ오쇼핑·CJ E&M·CJ대한통운의 지분 보유 비중은 대부분 1%대 미만으로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재계 관계자는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시스템즈와 올리브영이 합병된 2014년부터 이 곳은 오너 2세들의 ‘경영승계’를 준비하기 위한 곳이라는 예상이 있었다”면서 “당시에는 소문에 근거한 낭설이라고 여겨지기도 했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그 예상들이 조금씩 들어맞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기업분석 전문가는 “그 방법이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경영권을 승계 받은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CJ도 후계 경영권이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CJ 후계구도의 중심에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의 고민 "딸인가, 아들인가"

이재현 회장을 이어 CJ를 이끌 후계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해 재계에서는 분분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 보유지분만 놓고 보면 2대 주주인 이 회장의 아들 이선호 부장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 그룹 경영에 참여하기에는 나이가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이에 최근에는 이 회장의 딸 이경후 상무의 경영 후계자 지목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이 상무는 다수의 CJ계열사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많은 부분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CJ이재현 회장의 장녀 CJ미주통합마케팅 이경후 상무(사진 왼쪽)와 장남 이선호 CJ주식회사 부장. 출처= CJ

그러나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 권력이 아직까지는 여성 대표자에게 인색한 것을 고려할 때, 이 회장의 후계자를 이경후 상무라고 단정 짓기는 매우 어렵다.

오랜 공백 기간을 지난 이재현 회장의 경영 복귀, 주요 계열사 대표들의 세대교체, CJ올리브네트웍스의 성장, 오너 2세들의 대두 등 여러 정황으로 볼 때 CJ의 후계자 경영수업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는 게 재계의 의견이다. 

그러나 CJ의 후계구도와 관련된 여러 의견들에 대해 CJ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은 그룹 경영의 후계를 논할 시점이 아니며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문제"라고 반박했다.

최근 CJ의 공격 경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지금은 경영권 승계에 대해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다면 가장 유력한 후계자 후보는 딸 이경후 상무와 아들 이선호 부장이다. 현재 그들 사이에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