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의 브랜드 가치를 만든 서비스 로켓배송. 출처= 쿠팡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매년 실적에서 '수익성'이 약점으로 꼽히는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친환경 전기화물차에 대한 운송 영업을 허가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운송업체가 아닌 쿠팡도 ‘유료’ 화물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쿠팡은 친환경 전기차로 ‘로켓배송’을 서비스하고 고객에게 배송료를 받을 수 있다.

로켓배송, 쿠팡의 강점이자 최고의 약점 

로켓배송은 현재 쿠팡의 브랜드 가치를 만든 서비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혁신’이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 중 자사의 이름을 걸고 물류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곳은 없다. 유사 비즈니스 사례를 찾자면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 알리바바 정도가 있다. 그러나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수익을 내지는 못한다. 로켓배송은 고객들에게 운송 요금을 받거나 타사 물류 대행을 할 수 없다. 현행법상 유료 운송 사업은 정부에서 허가를 받은 업체들만 운영할 수 있고 그 대상도 물류 전문업체로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로켓배송도 몇 년 전까지는 국내 운송사업자들에게 ‘허가받지 않은 유료 운송’이라고 공격을 받았으나 법으로 문제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로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로켓배송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아니었다. 수익성이 낮은 반면 유지·운영비용이 큰 로켓배송은 매년 실적으로 발표되는 5000억원대 쿠팡 영업손실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쿠팡의 ‘큰 그림’ 

쿠팡은 친환경 전기차 배송에 대해 몇 년 전부터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지난 2015년 10월 쿠팡은 대구시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해 2018년 상반기까지 대구국가산업단지 7만8825㎡ 부지에 첨단 물류센터를 건립하기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시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아울러 쿠팡과 대구시는 물류센터에 전기화물차 배송, 태양광발전, 친환경 에너지 저장시스템 시설 운영,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배송정보 제공 등 다양한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 2015년 11월 서울 삼성동 쿠팡 본사에서 열린 ‘친환경 첨단 물류센터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식. 쿠팡 김범석 대표이사(오른쪽)와 권영진 대구광역시장. 출처= 대구광역시

당시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는 “이커머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술 투자가 필수”라면서 “대구 첨단 물류센터는 단순 물류기지가 아닌 다양한 기술 혁신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쿠팡은 대구에 친환경 첨단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업무협약을 맺을 당시는 친환경 차량이 배송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던 시기였기에 전기차 배송에 대한 쿠팡의 관심은 물류나 이커머스 업계에서 ‘꽤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는 3년 뒤 쿠팡이 몇 년 앞을 내다보고 그린 ‘큰 그림’이 된다.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이 발의했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은 지난해 8월 발의된 이후 약 6개월 만인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 법안에는 친환경 전기차량은 운송 영업용 번호판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에 따라, 쿠팡은 전기화물차를 활용한 로켓배송 유료 운영과 제3자 대행 물류(3PL)을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췄다.

그러나 아직은 먼 이야기 

실제로 현재 쿠팡은 친환경 전기화물차를 활용한 물류 운송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시간 내에 쿠팡의 비즈니스 형태를 당장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화물차 운영에는 물류 인프라 구축에 버금가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인데, 현재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큰 문제인 쿠팡이 당장 큰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여유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현 상황은 쿠팡에게 매우 좋은 기회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이번 개정법안 통과는 환영할 일"이라면서 "아직 사안에 대해 확정된 내용이나 계획은 없지만, 법안의 시행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쿠팡의 서비스 개선에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오랜 고민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과연 쿠팡은 이번 기회를 활용해 김범석 대표이사가 부르짖었던 ‘한국의 아마존’이 되어 국내 이커머스를 평정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