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미 첫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한반도 정세가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첫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옴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된 것이다. 더욱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말의 전쟁'을 넘어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이 거론된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양국 관계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김정은은 북한 체제보장, 북미관계정상화,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동결이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카드를 내놓을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트럼프 "5월 김정은 만나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한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하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오는 5월 안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은 이날 트윗을 통해 전격적인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큰 진전이 이뤄졌다"면서 "회담 계획이 마련되고 있다"며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또 "김정은이 한국 대표단과 단지 동결이 아니라 비핵화를 이야기했다"면서 "이 기간에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고, 향후 어떠한 핵 또는 미사일 실험도 자제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며, 한미 양국의 정례적인 연합군사훈련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들은 정 실장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백악관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구두로 전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한국은 미국, 일본, 그리고 전세계 많은 우방국과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완전하고 단호한 의지를 견지해 나가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우리는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한 외교적 과정을 지속하는 데 대해 낙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와 우방국들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북한이 그들의 언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압박이 지속할 것임을 강조하는 데 있어 단합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리더십과 '최대의 압박' 정책이 국제사회의 연대와 함께 우리로 하여금 현시점에 이를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하고, 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제사회 제재압박에 굴복?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를 제의한 것은 주력 수출품 차단, 외교관계 축소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압박 강도가 과거와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과의 담판에서 지렛대로 쓸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핵·미사일 능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5'형을 발사하고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만큼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바탕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비핵화의 조건으로 언급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을 미국 측에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특히 '북미관계 정상화'를 요구하는 한편,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나 주한미군 문제 등 한미동맹의 조정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북한,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미연합군사훈련 등 요구할 듯 "

외교안보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날 ‘북미정상회담 개최 합의 평가와 한반도 정세 전망’이라는 논평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파탄을 막기 위해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서로 빅딜을 추구할 만한 이해관계가 있다”면서“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운전자’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정성장 실장은 “ 이 같은 합의가 나오게 된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이 끈질긴 대북 및 대미 설득,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에 따른 북한의 국제적 고립 심화, 중국의 적극적 대북 제재 협조, 국제사회의 초고강도 제재로 인한 경제파탄을 피하기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 등이 복합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4월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5월에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북한은 6월부터 북중, 북러, 북일 정상회담을 연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 실장은“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를 수용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북한의 이 같은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한다면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획기적인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북미정상회담 협의를 위해 북한에서는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외교 담당 부위원장이나 리용호 외무상을 단장으로 하고 김여정이 특사로 참가하는 고위급대표단을 미국에 보내고, 미국에서는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북한에 특사로 파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선호할 것이고 미국은 김정은의 워싱턴 DC 방문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에 정상회담 장소는 실무협의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북미간 정회담 합의는 실무진간 비핵화프로세스의 전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면서 "김정은의 의식변화, 정상국가로 나가겠다는 의지가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