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회의가 다음 달로 다가온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임에 성공하면서 국내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장이 바뀌지 않은 금통위가 통화정책에 연결성을 가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 시기는 5월보다 앞당겨진 4월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4월이나 5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금리 조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월보다는 5월 인상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은 총재 교체 시기를 앞두고 신임 총재 하에서 열리는 4∙5월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상견례’ 차원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이 총재가 연임에 성공하면서 이러한 공식도 성립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 총재의 연임으로 지난주 채권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금리 인상 우려가 높아지며 국고채 3년물은 2.290%로 전월 말 대비 1.6bp(1bp=0.01%포인트) 상승한 반면 5년물(2.544%)과 10년물(2.741%)은 같은 기간 2.6bp, 2.8bp 하락하며 장단기 금리차가 큰 폭으로 축소됐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주요국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 추이도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 인상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한은이 4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으며 채권금리의 상승 리스크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 연임으로 금리 인상 횟수 역시 연 2회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당장 4월은 아니라도 5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오는 20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국내 금리 인상 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1일 열린 의회 반기보고를 통해 점진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국이 이달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한미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8월 이후 10년 7개월 만에 역전된다.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가 나오지만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통화정책회의 직후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이 있어도 자본유출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과거 두 차례 기준금리가 역전됐을 때도 대규모 자본유출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실제 자본유출이 생기지 않더라도 경제 주체들의 투자∙소비 심리가 꺾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는 긍정의 요소는 아닐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한은 금통위는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에 앞서 선제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국내 금리 인상, 4∙5월 시작으로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 높아져

전문가들은 4월이나 5월 한 차례 인상 이후 추가 인상 시기는 올 하반기로 예상하고 있다. 이 총재 연임 등으로 올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하반기에서 점차 상반기로 당겨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상반기 1회와 하반기 1회, 연내 2회의 기준금리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0.25%포인트씩 조정되는 기준금리 폭을 고려하면 국내 기준금리는 1.50%에서 연내 2.00%까지 높아질 수 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해야한다면 국내 경기가 뒷받침되는 상황이자 한미 금리역전이 심화되지 않은 시기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면서 “하반기 매파(금리인상 지지) 성향의 시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4월 금통위까는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내 2회 인상까지는 고려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한파 영향에도 전년 대비 1.4% 상승해  1%대 중반에 머물렀다.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9월까지 2% 언저리를 유지했으나 이후 지속해서 하락해 1월에는 1% 초반까지 떨어졌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소비심리가 위축돼 경기가 꺾일 수 있어 금리 인상 방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오는 6월 열릴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화정책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부가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2월 금통위 이후 이 총재는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위해 추경 예산을 편성하더라도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와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효과도 함께 살피며 종합적으로 운영해나갈 것”이라며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준금리는 5월을 시작으로 연내 2회 인상도 염두에 둘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면서 “3월 미국 FOMC 이후 상황은 좀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