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식품 가격 인상에 이어 생활용품까지 가격이 오르며 생활물가 전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가격 인상 이유는 모두 같다.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 원자재 가격 인상이다.

그러나 이 가격인상이 적정한 것인지,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는 게 아닌지 면밀히 살펴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치킨업체들이 가격을 올린 이후 소비자단체들이 가격 인상 적정성을 물고늘어지자 업체들이 값을 내린 전례가 있다.

▲ 식품류·편의점·외식브랜드 가격 인상. 출처= 각 사 종합

5일 업계에 따르면, 가격 인상에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외식업체였다. 인건비 상승의 영향을 직접 받는 외식업체들은 다른 업종보다 빨리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11월 주요 메뉴 가격을 100원~200원 인상하며 가격 인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2월에는 KFC가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24개 메뉴에 한해 최저 100원, 최고 800원까지 가격을 인상했다. 이후 이달에는 맥도날드가 주요 메뉴를 100원~300원, 버거킹은 100원 인상을 결정했다.

커피 전문점 커피빈은 지난달부터 아메리카노 커피 가격을 300원 인상했고 편의점 GS25는 60여개 품목의 가격을 100~200원 올렸다. CU, 세븐일레븐 등도 식·음료 가격을 올렸다.

식품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CJ제일제당은 스팸, 햇반, 냉동만두의 가격을 6~9% 인상했다. 다른 식품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거킹과 CJ제일제당 등은 가격 인상에 대해 "원재료비와 인건비가 오른 만큼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고 거의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인건비는 최저임금 인상을 말한다.

유통업체와 식품업체의 잇따른 가격 인상은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식음료 등에 대한 지출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가계 소비지출 총액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지수’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5일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은 573조 66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식료품·비주류 음료품’ 지출은 78조 944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엥겔계수는 13.8%로 2000년 13.9% 이후 가장 높다.

통상 소득이 높을수록 엥겔지수는 낮아지고, 소득이 적을수록 엥겔지수는 높아진다. 2009년 이후 1인당 국민소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엥겔지수가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이는 국민소득 인상률만큼 물가 상승률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업체들은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는 이의를 제기한다.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이하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5일 이코노믹리뷰에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9% 올랐다”면서 “가격 인상폭은 물가인상폭과 비슷하게 따라가야 하는 게 현실적으로 타당하지만 물가 상승률 만큼 인상하는 업체는 한 곳도 없다”고 꼬집었다. 업종과 상관없이 거의 모든 업체들이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폭으로 가격을 올린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일례로 햄버거·치킨 전문점 맘스치킨의 가격인상 적정성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맘스터치는 지난달 단품 기준으로 최소 5.1%에서 최대 7.1% 값을 올렸다. 맘스터치 측은 "인건비와 임차료, 원재료 등의 상승을 고려한 가맹사업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가격인상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물가감시센터는 원재료인 계육 출고 가격, 임대료 분석과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의 재무제표에 나타난 매출원가, 매출액, 영업이익 등을 조사해 가격 인상이 적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 맘스터치 계육 출고가격. 출처= 하림 사업보고서
▲ 해마로푸드서비스 2017년 1분기~3분기 재무제표.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물가감시센터 분석결과 맘스터치의 최근 3년 영업이익률은 평균 7.7%대로 동종업계 영업이익률인 4~5%대 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2017년 1분기~3분기 계육(닭고기) 출고가격과 맘스터치가 공시한 원재료 가격변동추이를 보더라도 3분기부터 원재료 가격이 점차 하락하는 추세인데다 회사 영업이익률 또한 회복하고 있었다.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가격인상 요인인 임차료 상승과 회사의 원재료 부담이 커지더라도 가맹점수 증가에 따라 매출액이 계속 늘고 있어 동종업계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려고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편의점 GS25가 3월 1일 60품목 이상 가격을 인상하고 인상 품목에 식품뿐만 아니라 비식품까지 넣었다”면서 “현재 GS25의 재무제표를 확인하고 있으며, 근거 없이 가격 인상을 하는 기업들에 대해 감시하고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