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임정석 경성대 교수/상생경제연구소장 ] 요즘 한국 GM의 군산공장 폐쇄와 이에 따른 일련의 사태로 어수선하다. GM은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축소를 감수하며 수익성 향상과 미래차 준비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자사의 전략에 따라 한국 내 3개의 생산공장 중 군산공장의 폐쇄를 발표했다. GM은 향후 창원과 부평공장의 구조조정을 은근히 암시하며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는 국민들과 노동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해 한국정부의 지원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한국 GM에 대한 실사 후 판단을 하겠다고 하며 시간벌기를 하고 있다.

필자는 2000년대 초 한국의 대기업에서 국내외 협상과 구조조정을 책임지며 해외 정부와 공장 폐쇄와 철수 관련된 협상들을 진행한 바 있다. 기술의 변화로 필요 없어진 유럽의 공장들의 폐쇄 및 철수를 위한 본사의 구조조정 방향성과 방침을 지도 관리했고, 철수 시 정부에서 제공한 보조금을 반환하라는 청구에 대해 반환하는 보조금의 최소화를 위한 협상을 책임지기도 하였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GM 사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보도록 하겠다.

먼저 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은 GM의 글로벌 생산 전략에 입각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공장의 폐쇄를 감행한 것이다. 아직은 경차 중심의 자동차 생산으로 상대적 경쟁력이 있는 창원공장과 연구기능이 있는 부평공장은 바둑의 팻감처럼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하며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공장 폐쇄와 관련된 구조조정 업무를 할 때 이러한 구조조정은 기술과 산업 환경의 변화로 인한 것으로 지속적인 사업 운영보다는 사업에서 철수를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과 책임은 사업을 하는 기업에 있는 것이지, 정부에 있지 않다. 초기에정부가 추천은 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익과 손실에 대한 위험 모두를 염두에 둔 순수한 기업의 결정이었고 더더군다나 사업의 철수에 있어서는 정부나 국가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GM 내부 전략과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다.

최근 GM은 메리 바라 회장 취임 이후 물량보다는 수익 위주의 경영방침을 천명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이익을 바탕으로 기존 자동차보다는 미래차 개발부문에의 투자라는 전략적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토대 하에, 한국의 자동차 판매 시장도 매력적이지 않고 중국 등 타 생산공장 대비 생산 경쟁력도 낮은 환경에서 GM은 한국 내 공장철수를 결정했다. 

이러한 GM의 기업 의사결정으로 인해 발생한 또는 발생할 손실에 대해 한국 정부나 한국 국민들의 세금을 통해 지원해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민의 혈세로 외국기업을 보전해주는 또 다른 형태의 대마불사에 다름 아니다.

52만대 자동차 생산량중 25%인 13만대 정도를 국내에서 판매하는 한국 GM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생존의 변수는 GM 본사에서 지속적으로 생산량 할당을 필요한 만큼 해주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오늘의 한국 GM의 문제는 GM이 오펠 브랜드를 매각하면서 한국 GM이 맡아오던 유럽향 오펠 브랜드 차량 생산이 중단돼 생산량이 95만대에서 43만대 가량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물론 원가경쟁력이 있다면 신규 모델의 생산량을 가져오거나 다른 공장의 생산량을 가져올 수 있었겠지만 생산공장별 원가 경쟁력을 따져서 가장 경쟁력이 없는 공장의 물량부터 줄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높은 본사 차입금리와 같은 이슈는 부차적인 것으로 GM 본사 내부의 관리 규정에 의거해 전세계적으로 동일 적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한국의 기업이 미국에서 공장을 경영하다가 공장을 폐쇄한다며 지원을 요청한다면 미국의 연방정부나 주정부에서 지원을 해줄까? 아마 주정부에서 제공한 보조금의 반환을 요구하거나 약속 불이행에 대한 벌칙금을 청구할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 정부는 미국 기업의 요구에 응해야 할 것인가?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GM도 한국내 완전 철수로 인해 발생할 아시아에서의 심각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저항 및 급격한 판매량 저하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후의 한국 GM에 대한 지원 대책은 17%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경제적 판단에 맡겨두어야 한다. 정치 논리로부터 철저히 분리되어야 한다.

현재의 청산가치보다 계속 기업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치가 더 높다면 차입금을 자본금으로 전환할 것이고 아니라면 청산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하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한 노조의 동의가 있다거나 부품업체의 고통분담 협약이 있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GM 본사에서 한국 GM에의 생산량 할당을 일정 기간 일정 물량을 보장하여야 한다.

군산 공장 철수로 인한 고용노동부의 고용위기지역 지정이나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 지정은 별도의 문제이다. 군산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부처별 별도 대응보다는 국무총리실에 콘트롤 타워를 두고 고용노동부, 산업통상부,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에서 전문가들이 파견을 나와 태스크팀을 구성해서 종합적인 판단하에 의사결정을 내려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간도 부족한 상황에서 각 부서의 빠른 합의를 구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일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에 대한 퇴직 관련 연금이나 퇴직위로금 지급에 위법이 없는지 철저히 감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 조선업, 철강수출 관세 부과, 가전제품 세이프가드 발동에 이어 예상되는 자동차 부품 산업의 침체와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산업정책 개발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만약 GM의 신규 투자계획이 반영되어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높아 지원을 결정한다면 우선 산업은행은 GM 본사와 주주간 별도 계약을 체결해 2대주주로서의 권한을 확실히 보장받아야 할 것이다.

본사 생산 할당량의 감시 감독을 위한 자료 열람권과 열람 거부시의 벌칙이나 대응방안, 최고경영진의 선임과 해임에 대한 거부권 행사, 주요 안건의 거부권 행사를 위한 이사회 이사 선임권 확보나 산업은행 선임 이사의 필수 동의권과 같은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럽 지방정부처럼 지원금 지급 시 계약서 형식의 합의를 통해 신규 투자규모, 연도별 고용 인원, 연도별 자동차 생산 할당량, 추가 연구개발 기능 확보 등 세부적인 기준과 목표를 명시하고 그러한 목표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계약불이행으로 인해 지원금 반환이나 벌침금 조항을 계약서에 명기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유럽의 지방정부를 상대로 우리 기업의 공장폐쇄로 인해 초래된 보조금 반환에 대한 협상 시, 최초 투자 이후 고용 창출 등 지역 경제에 기여했고 기술 변화와 환경 변화에 의한 피치 못할 사정이며 동시에 문제가 확대되면 철수할 기업에 혈세가 사용됐다는 부정적인 여론 형성으로 정치적으로 정부에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하며, 상호 윈윈하는 협상의 원칙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당시 지방정부는 자신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장 폐쇄로 인해 반환해야 하는 토지와 건물 설비에 대한 감정평가를 최대한 높이는데 협력해 50% 정도 상향 평가되도록 지원하여 한국기업의 반환금을 줄이는데 일조를 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GM의 전략에 휘둘리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