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제롬 파월 신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취임 후 첫 의회 증언에서 매파적 신호를 보내면서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50%에서 동결시킨 가운데 오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역전 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 출석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관점에서 연방기금금리의 추가적인 점진적 인상은 목표 달성을 증진할 것”이라면서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목표인 2%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연간 3차례의 금리 인상 방침이 달라진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매파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외견적으로는 중립적인 발언을 유지했지만, 미국 실물경제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린 부분에 주목했다.

시장, 파월 연준 의장 매파적 신호 확인

신임 연준 의장의 매파적 신호를 확인하면서 미국 뉴욕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2%(299.24포인트) 하락한 2만5410.03을 기록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1.3%(35.32포인트) 내린 2744.28을 나타냈다. 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2%(91.11포인트) 떨어진 7330.35를 기록했다.

파월의 발언은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달러화 가치는 상승한 반면 금 선물은 하락세를 보였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071.3원)보다 9.2원 오른 1080.5원으로 출발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인덱스도 0.6% 오른 90.379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도 4월물 금 가격이 전거래일 보다 온스당 14.20달러(1.1%) 하락한 1318.60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지난 20일 이후 일간 최대 하락폭이다.

금은 안전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할 때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또 금리가 인상되면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달러로 표시되는 금값은 하락한다.

韓美 간 금리역전 가시화

한은은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50%로 동결시켰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은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한은은 수출지표와 가계부채 등을 우려해 금리인상에 방어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미국이 오는 3월 FOMC에서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 현상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1.25~1.50%로 상단이 한국의 기준금리와 같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미국의 금리는 연 1.50~1.75%로 상단이 한국보다 0.25% 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인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금액은 265조118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 투자한 전체 외국인 자금의 40%가 넘는 것으로 미국 다음으로 투자액이 많은 영국(48조3230억원)의 5배에 이른다.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도

금리역전은 한국 금융상품의 매력을 낮추게 된다. 역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의 자금유출 우려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준금리가 일정기간 시차를 두고 미국의 금리 향방을 따라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에 따른 자금 이탈이 당분간 없을 것이라 발언했지만, 3월 FOMC에서 정책금리가 인상될 경우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이 현실화되면서 실제 자금 유출 여부와 무관하게 관련 우려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금리역전 폭이 확대될 경우 통화정책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금 흐름 결정 요인이 금리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높은데 다 경제성장을 반영한 물가상승은 긍정적인 변화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 횟수 전망 변화에 의한 단기 시장 변동성보다,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명목성장에 주목해야 한다”며 “단기적인 조정은 예상되지만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