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사내이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네이버 이사회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최인혁 비즈니스위원회 리더를, 사외이사 후보로 이인무 카이스트 교수를 각각 추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해진 창업주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났지만, 네이버에서 그의 영향력이 극도로 작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지난해 약간의 조정을 통해 약 4%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이해진 창업주는 여전히 네이버의 대소사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 옮기면서 변대규 의장 - 한성숙 대표 체제가 한층 강화됐지만 이해진 창업주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리소스(자원)를 글로벌 무대로 더욱 옮겼을 뿐입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일이기도 합니다. 지분률로만 따지면 국내 왠만한 기업의 지배권은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이해진 창업주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표면적인 이유는 글로벌 사업 강화에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 지정에 이어 이 창업주의 친인척 소유 회사의 매출과 네이버 계열사의 연결고리가 공개되는 등 다소 정치적인 이유가 핵심으로 보입니다. 이 창업주가 지금도 미국 실리콘밸리는 물론 유럽 프랑스 등을 종횡무진하며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사실이며, 이를 강화해야 네이버의 미래가 열린다는 전제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창업주의 사내이사 퇴진에는 보다 다양한 이유가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창업주의 사내이사 퇴진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특히 이 창업주의 퇴진을 다소 정치적인 논란에 의한 압박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이 기회에 네이버를 더욱 손 봐야 한다'라던가 '이 창업주를 더 압박해야 한다'는 반응도 보입니다. 어느정도 동의합니다. 네이버는 ICT 플랫폼의 초월적 갑이며, 어쩌면 국내 ICT 업계의 영웅이자 묘하게 뒤틀려버린 플랫폼 생태계의 악당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발 떨어져 보면 약간 다른 그림이 보입니다. 플랫폼 공공성을 상실하고 댓글 조작 이슈에 시달리며 갑질 논란에 휘말린 네이버의 현재는 분명 논란입니다. 그런데 네이버에 대한 비판에만 매몰되어, 우리는 역설적으로 네이버의 새로운 가치를 너무 간단히 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네이버는 토종 IT 포털 플랫폼입니다. 전 세계가 구글의 바람에 휘말려 실리콘밸리의 생태계에 자신을 던질 때, 우리는 네이버를 통해 ICT 주도권을 일부나마 지켰습니다. 물론 '네이버를 통해 지켜낸 ICT 주도권이 과연 건전한가?'라는 비판도 있겠지만, 기술기반 플랫폼과 스몰 비즈니스를 중심에 둔 네이버가 국내 ICT 업계에 큰 역할을 한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우려되는 지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네이버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지만, 우리는 그 강도의 조절에서 실패해 무조건적인 비판 과몰입에 나선 것은 아닐까요? 네이버의 지난해 총 매출은 4조원 수준입니다. ICT 기업 최고지만 삼성전자는 239조원입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국정감사 기간 2개 국회 위원회 요청을 받았고, 네이버는 6개 위원회 요청을 받았습니다. 매출이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지만, 이러한 압박이 정상일까요?

다시 강조하지만, 네이버도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ICT 플랫폼의 초월적인 갑질 등 다양한 문제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네이버를 향한 각계의 공격은 ICT 발전을 위한 네이버의 미래를 너무 간단히 무시하는 뉘앙스가 풍깁니다. ICT 인프라가 발전하며 네이버가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작동, 매출 4조원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더욱 강도높은 제재가 필요하다면 그와 비례해 매출 4조원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역량의 미래도 어느정도 보장해야 합니다.

6월 지방선거가 열립니다. 벌써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표를 얻기 위한 묻지마 공약이 남발될 조짐입니다. 네이버가 만만할 겁니다. 언론 플랫폼도 가지고 있으니 불만도 많을겁니다. 합당한 비판도 많겠지만, 4차 산업혁명이 실제한다면 조금은 '톤다운'해 주기를 바랍니다.

네이버가 문제없는 고결한 회사라는 뜻이 아닙니다. 사실 문제가 많습니다. 다만 국민의 입장에서 제재와 규제의 수위를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달라진다는 점을 기억해 달라는 겁니다.

네이버가 무너져도 모든 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제2의 네이버가 100% 등장할 수 있다면 압박의 수위를 더 올리십시요. 무너트린다고 비판할 사람 없습니다. 환영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냉정해지자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