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해 은퇴한 GE의 장수 CEO 제프리 이멜트. 16년 재임기간 동안 이 거대 회사의 개혁을 줄곧 추구해 왔지만, 회사의 주가는 지난해 45%나 하락했다.       출처= Business Insider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최근 몇 달 동안 보험 준비금이 엄청나게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증권거래위원회의 회계 조사 소식, 그리고 사업부의 분리, 주식의 추가 하락에 대한 이야기 등으로 GE의 문제가 세간의 화제에 오르면서 사람들이 미국 기업의 아이콘인 이 회사에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이멜트가 만든 '성공 극장'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월 칼럼에서 GE의 재무 정보가 "혼란의 극치다"라고 썼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Bloomberg Businessweek) 2월 첫 주 커버 스토리에는 GE 캐피탈이 오랫동안 처했던 위험과 그 동안의 GE의 노력이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상세히 기록했다. 미국 금융투자매거진 배론(Barron)도 지난 주말 커버에서 이미 폭락한 GE의 주가가 10% 더 하락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21일자 기사에서, 제프리 이멜트 전 CEO가 그 동안 자만과 독선에 빠져 나쁜 뉴스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긍정적인 전망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애널리스트들과 내부자들의 지적을 언급하면서, ‘GE의 부패’가 이멜트가 만든 ‘성공 극장’(성공의 과시에만 급급한) 탓이라고 책임을 물었다. 또 GE의 경영진을 잘 알고 있는 한 리더십 컨설팅 회사의 설립자라는 사람의 말을 인용, “GE에는 ‘나는 할 수 없다’는 말이 결코 용인되지 않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WSJ 기사는 또 GE가 모범적 경영이라는 평범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리더십 전문가들은 이번 GE의 사태가 미국 기업들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들춰낸 것이라고 말한다. 갈등을 피하고 나쁜 소식이 퍼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람들의 본성이다. 그러나 ‘할 수 있다’는 태도가 무엇보다도 우선시되고 직업 안정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해 있는 직장에서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피드백 하는 것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사람들이 조직에서 나쁜 소식을 어떻게 전달하는지 연구해 온 조지타운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비즈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런 분위기가 생각보다 더 널리 퍼져 있습니다. GE같은 성공 극장에서는 그런 위험이 더 높지요. 하지만 여러분이 속한 모든 조직에서도 솔직하고 정직하게 말하는 것은 일종의 도전입니다.”

리더십 전문가들은 그러나 GE 같은 회사에서 그런 현상이 특히 심각하다고 말한다. GE는 비행기 엔진과 초음파에서부터 전구 및 에너지 파이낸싱 분야에 이르기까지 30만 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거느린 글로벌 거대 기업이다. "GE 같이 거대한 조직에서는 (나쁜 소식을 솔직히 말하는 것은) 더 어려워진다."고 비즈 교수는 지적했다. 나쁜 소식이 회사 외부나 최고 경영진에 도달하기 전에 '탈수 과정'(spin-dry cycle)을 거쳐 완전히 제거된다는 것이다.

그런 대규모 조직의 속성에 비즈니스 아이콘으로서의 GE의 역사가 보태진다. 잘 알다시피 GE는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만큼이나 모범적인 경영으로도 칭송 받은 기업이다. 리더십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지나친 자신감이 끊어 오르기 쉽다고 말한다.

시카고에 있는 임원 전문 리크루팅 회사의 피터 크리스트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그것은 아이콘 회사들이 만들어내는 ‘우리는 특별한 존재’라는 불멸의 사고 방식이지요. 과거에 GE 임직원들이 스스로 특별한 오만함을 가지고 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GE의 문화는 또한 전통적으로 임원들이 ‘세션 C’라는 엄격한 성과 검토 프로세스를 통해 서로에게 철저한 피드백을 전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 '세기의 경영자'로 불리는 잭 웰치 전 GE 회장          출처= SlideShare

한때 '세기의 경영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나이(잭 웰치를 칭함)를 유명 CEO(제프리 이멜트)가 승계한 것도 그리 바람직스러웠던 것은 아닌 것 같다. GE의 플라스틱 및 건강관리 부문을 이끌 기 전에 판매 및 마케팅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이멜트는 치열한 경쟁 끝에 잭 웰치의 후임으로 CEO에 오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멜트는 CEO에 오른 후 16년 동안 미국 기업에서 가장 인정받는 얼굴 중 하나였다. 이멜트는 오바마 대통령의 일자리 자문위원회를 이끌었고, 지난 해에는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 전 CEO를 대신할 베테랑 기업인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리더십 전문가들은 그러한 명성이 CEO와 CEO에게 직접 업무를 보고하는 사람들 사이에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를 조성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비록 그들 스스로는 개인적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했겠지만. (예를 들어 이멜트는 매월 자신의 집에서 회사의 185명의 임원 중 한 명과 저녁 식사를 하고 다음날 아침 그를 다시 불러 몇 시간 동안 그들의 경력과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CEO들을 연구해 온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팀 폴락 교수는 "사람들은 나쁜 소식을 알려고 하지않는 경향이 있다. 유명 인사가 되면, 더 더욱이 부정적인 것을 입에 올리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WSJ 저널의 기사에 따르면, 이멜트는 "GE는 토론의 문화와 외부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일련의 산업 비즈니스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서 이멜트의 대변인은 2016년과 2017년에 이멜트가 (주가가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GE의 주식을 사기로 결정했음을 언급했고 전 CFO도 "이멜트가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을 결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잘못된 것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조직 문화

그렇다면 지도자들은 어떻게 '성공 극장' 문화를 피할 수 있을까? 텍사스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에단 버리스 교수는, 목표와 예측에 현실적이어야 하며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을 때 솔직해지는 행동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 직원들이 비판적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공개 토론회를 열어 나쁜 소식도 최고 경영진에게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신망 받는 중간 관리자가 먼저 현장의 직원과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인터뷰함으로써 그 문제가 (중간에 사장되지 않고) 제대로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리스 교수는, 그런 다음 나쁜 소식을 솔직히 말한 사람들을 보상하라고 권고한다. 설령 그 얘기로부터 쓸 만한 내용이 나오지 않더라도 관리자는 "실제로 행동을 취하는 행위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 사람들이 그것을 일상적으로 보게 되면 문화가 바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저한 정직함’(Radical Candor)이라는 책의 저자이자 CEO 코칭을 하는 킴 스캇은, 인텔의 설립자 앤디 그로브가 그녀에게 "불편함을 받아들이라"고 권고해 준 적이 있다면서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보다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것을 더 불편하게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하는 것은 보기보다는 어렵다. 리더들에게는 단순히 무언가를 말하게 하기 보다는 피드백을 제공해 주는 체계적인 방법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베이의 한 관리자가 사무실 화장실 근처에 오렌지 상자를 비치하고 직원들이 비판적인 의견을 그 안에 넣어 놓도록 한 사례를 들려주었다. 이 관리자는 나중에 그 내용을 편집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상자를 개봉하고 회의실에서 큰 소리로 읽었다. 그것은 대부분 원망이 담긴 내용이었다.

그녀는 구글에서 애드센스(AdSense), 유튜브, 더블 클릭(Doubleclick)에서의 온라인 판매와 운영을 담당하면서 동료들과 부하 직원들에게 "내가 틀렸어, 네가 옳아"라는 문구를 새겨 돌렸다.

"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틀려서 행복하다는 것을 알리고, 내게 그런 얘기를 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성공 극장’보다는 ‘실패 극장’이 더 필요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