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위기 때마다 가장 힘든 게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이 없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별도 예산을 마련해 놓지도 않을 뿐더러, 실제 지출에도 민감해 하거든요. 여러 위기관리를 예산 없이 좀 어떻게 안 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군비 없이 가능한 전쟁이 있을까요? 기업 위기관리도 그렇습니다. 일단 문제가 생긴 상황을 관리하는데 예산이 없다면 무엇으로 관리가 되겠습니까?

초기 관리가 필요한 원점의 경우에도 예산 없이 관리되는 원점이라면, 그 원점은 애초부터 문제를 거론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제가 돈을 바라고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원점이 가장 무서운 원점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치명적인 제품 하자 이슈를 관리할 때도 예산은 핵심 중 핵심입니다. 리콜은 돈으로 하는 것입니다. 배상도 마찬가지죠. 배상의 범위나 대상 또한 예산에 의해 정해지는 것입니다.

생산시설 사고나 안전 사고는 또 어떻습니까? 이에 대비해 각종 보험을 들어 놓는 이유가 바로 예산 때문입니다. 사상자를 관리하는 것도 사실 상당 부분 예산입니다.

규제기관의 처벌을 받게 되어도 그렇습니다. 과징금이나 벌금을 예산 없이 다른 방식으로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주어진 과징금을 줄이려 소송을 하는 데에도 예산은 필요합니다.

심각한 논란에 기반해 다툼의 여지가 생겨났을 때도 로펌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예산이 있어야 합니다. 여론의 법정에서 정상참작을 받으려 해도 예산 없이는 탁상공론만 이어집니다. 언론을 통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에도 공짜가 없습니다.

하다 못해 해명을 하고 사과 광고를 하는 데도 예산은 필요합니다. 공짜라고 인식되는 홈페이지 팝업이나 온라인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제대로 영향력을 가지려면 예산 없이는 어렵습니다.

위기관리는 곧 경영입니다. 기업 경영이 어찌 예산 없이 되겠습니까? 문제는 예산이 아예 없는 기업이라기보다, 평소 마케팅 영업 예산을 충분히 쓰며 경영해왔던 기업의 경우입니다. 돈을 버는 업무에는 예산이 아깝지 않은데, 돈이 썰물처럼 나갈 것 같은 위기 시에는 예산을 아껴보려는 마음이 생기는 기업이 문제입니다. 결국 주판알을 튕기다가 여러 부분에서 실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위기관리 활동을 하는 일선 인력들에게 꼬박꼬박 영수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전에 지출 허가를 받고 나서 지출하라는 지시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컴플라이언스를 이야기하면서 일선의 위기관리 활동 자체를 꽁꽁 묶어 놓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어떤 기업의 경우는 위기관리 대행사를 경쟁비딩을 통해 선정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 때문에 비밀준수 가능성과 제대로 된 위기대응 타이밍을 저 멀리 놓쳐 버리기도 합니다. 이건 조직 유연성의 문제입니다. 위기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당황스러운 체계입니다.

예산 없는 위기관리란 없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예산 없는 개선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대부분의 기업은 개선과 재발방지를 약속합니다. 그 후 예산이 없다며 시간을 끌고 모면 전략을 씁니다. 일정 기간 후 당연하게도 동일한 위기는 다시 발생하게 됩니다. 이쯤이면 스스로 위기를 만드는 셈입니다. 예산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