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디트로이트주에 위치한 GM본사. 사진=PXHERE

[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한국GM에 대한 산업은행의 실사가 시작된다. 산은은 한국 정부의 자금지원 여부가 판가름날 이번 실사를 투명하고 엄격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GM이 그동안 산은의 자료제출을 지속적으로 거부해 온데다 독일과 호주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도 철수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실사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25일 산은에 따르면 이번주 후반부터 한국GM의 경영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산은의 실시가 시작된다. 산은은 기존 투자관리실에서 담당하던 한국GM 관련 대책 업무를 투자관리실과 구조조정팀, 회계팀 등의 실무인력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로 확대·개편을 하고 인사발령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산은과 GM측, 재무실사 합의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21일부터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산은 회장 등을 만나 한국GM에 대한 산은의 재무실사에 합의했다. 정부와 산은은 GM의 통상 2~3개월이 소요되는 실사기간을 1~2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늦어도 4월 중에는 한국GM에 대한 실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실사 결과로 한국GM의 경영상황과 GM 본사가 제시하는 경영정상화 방침을 면밀히 파악한 뒤 지원 여부와 규모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원조건으로 GM측에 3대 원칙을 제시했다.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 등이다.

정부는 또 실사의 투명하고 엄격한 진행을 위해 실사 합의서 작성 때 GM이 이번 실사를 최대한 충실하게 받겠다는 내용의 문구를 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산은이 요청하는 자료를 GM 측이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한국GM에 대한 지원 협상이 결렬될 경우 GM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적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앵글사장, '방한 3일동안 갈팡질팡 제안들...결론은 지원금 노림수'  

정부와 산은이 이번 실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은 한국GM이 그동안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산은의 자료제출 요청을 거부해왔고 실사 합의과정에서도 입장을 번복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앵글 사장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여야 지도부를 만나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대한 신차물량 배정을 무기로 산은측에 자금지원을 요구했다. 또 GM본사가 한국GM에 빌려준 27억달러(약 3조2000억원)를 출자전환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3조원의 대출금을 주식 형태로 출자전환하는 대신 2대주주인 산은이 5000억원 상당의 추가 출자를 해달라는 것이다.

이어 한국GM은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2월말 만기가 돌아오는 5억8000만달러(약 7220억원)의 차입금에 대해 부평공장을 담보로 설정하는 안건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정부와 산은측이 실사없이는 자금지원도 어렵다는 입장을밝히면서 계획을 철회했다. 이는 계열사인 한국지엠에 빌려준 신용대출을 담보대출로 바꾸겠다는 것으로 GM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더라도 담보물건을 팔아 차입금을 회수하려는 의도다.

실사 한다지만...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

이번 실사는 계기로 정부와 GM측의 줄다리기는 일시 휴전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산은은 이번 실사를 최대한 투명하고 엄격하게 진행하고 지원 여부룰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전히 GM이 실사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산은 내부에서는 또 다시 영업비밀이나 규정 등을 이유로 GM측이 중요자료는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은은 지난해에도 주주감사권을 행사해 GM측에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잠심 상태에 빠진 기업에 출자전환은 의미가 없는 데다 재무부담을 줄여주겠다면서 차입금 회수를 위해 공장을 담보로 설정하는 차입금을 출자전환하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며 “현재로써는 GM측이 한발 물러난 모양새이지만 실사가 마무리되면 또 다시 한국GM에 대한 지원 방안을 놓고 줄다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