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후 미국과 소비에트연합(소련)을 중심으로 냉전을 벌였다.  대영제국에 이어 세계의 수퍼파워로 부상한 미국,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미국과 대립하는 강대국 소련의 등장은 세상을 총성없는 전쟁으로 빠르게 끌어들였다. 두 나라는 정치와 경제, 산업, 문화 전반에서 충돌했으며 그 경쟁은 광활한 우주공간을 무대로도 펼쳐졌다.

'선빵'은 소련의 몫이었다. 1957년 10월 R-7 로켓을 통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우주기술에서 소련을 압도하고 있다고 믿은 미국은 부랴부랴 1957년 12월 뱅가드 로켓을 발사했으나 처참하게 실패했다.

다행히 1958년 1월, 미국은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1호 발사에 성공해 체면을 차렸지만 이는 앞으로 펼쳐질 두 나라 우주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가 등장해 1992년 두 나라가 우주개발에 협력할 것을 선언하고 1993년 국제 우주정거장(ISS) 건설에 나설 때 까지, 우주를 무대로 하는 두 나라의 자존심 경쟁은 치열 그 자체였다.

▲ 신냉전 시대. 출처=픽사베이

글로벌 ICT 거인의 우주 정복전

냉전 시대 우주경쟁의 주역은 국가였다. 지금도 그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어 중국은 국가 차원의 우주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예산 삭감이 일상화된 상태에서 우주개발의 주도권은 서서히 민간의 몫으로 이동하고 있다.

완전히 주도권을 가지고 왔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미국에서는 글로벌 ICT 기업의 행보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가 대표다. 스페이스엑스는 22일 오전 6시17분 미국 캘리포니아 공군기지에서 2대의 실험용 인터넷 위성과 스페인 정부의 의뢰를 받은 정찰위성을 탑재한 팰컨9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스페이스엑스는 2020년대를 기점으로 화성탐사에도 본격 나설 계획이다.

▲ 스페이스 엑스의 해상 발사대. 출처=스페이스 엑스

스페이스엑스가 걸어온 길이 마냥 평탄한 것은 아니다. 2002년 야심차게 깃발을 올렸으나 무참한 실패의 쓴맛을 맛봤다. 2015년 6월 스페이스X는 2단 로켓 팔콘9을 쏘아올렸으나 발사 후 2분 19초에 공중분해됐으며 2016년 9월에는 페이스북 통신위성 아모스6까지 실었으나 당시에는 날아보지도 못하고 시험 가동 중 폭발했다. 이 외에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2006년 8월 NASA와 ISS로부터 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해 28억달러의 지원금을 받은 상태에서 2008년 NASA와 상업용 재보급 서비스를 체결해 건재함을 알린 저력이 있다. 2010년 12월 지구 궤도상 우주선인 드래곤의 발사 후 회수에 성공했고 2012년에는 ISS에 도킹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팰컨9을 위성궤도에 진입시킨 후 추진체 로봇을 그대로 회수하는 쾌거를 올렸다.

▲ 블루 오리진이 보유한 엔진점화 기술 시연이 벌어지고 있다. 출처=블루 오리진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은 우주 화물사업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초 재사용 로켓 '뉴셰퍼드'에 이어 2016년 9월 우주인과 화물을 저지구궤도 너머로 보낼 상업용 우주선 '뉴글렌'까지 발표했으며 2020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뉴글렌은 미국 NASA의 대형 로켓인 새턴5호와 비슷한 크기로 로켓 추진력은 더욱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액체 산소를 이용하는 BE-4 단발 엔진을 바탕으로 2단계 추진체를, 3단계 추진체는 수소를 사용한다. 경쟁자인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가 보유한 팔콘9보다 더 길다. 팔콘9은 68m, 뉴글렌은 3단계 추진체의 길이가 95.4m로 알려졌다.

베저스는 "뉴셰퍼드를 만들고 날리며 착륙시키면서 실용적인 로켓을 만드는 법을 알았다"면서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 있는 36번 발사 시설에서 뉴 글렌을 발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커머스의 아마존을 이끄는 베저스가 화물을 매개로 우주전쟁에 나서는 장면이 흥미롭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과 유명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투자한 플래태너리 리소시스도 있다. 유럽의 강소국 룩셈부르크 정부가 2800만달러를 투자해 큰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로켓랩은 지난달 21일 뉴질랜드에서 자체시설을 바탕으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일렉트론 로켓을 바탕으로 저가 인공위성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일찌감치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시작한 알리바바와 더불어 텐센트, 문익스프레스나 아르헨티나의 새톨로직 등 우주를 정복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페이스북도 한 칼이 있다. 지난해 프로젝트 인터넷 오알지의 핵심 아이템인 드론 아퀼라의 2차 비행에 성공했으며 아모스6 위성을 통해 우주에서의 인터넷 통신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 블루 오리진을 방문한 제프 베조스가 직원들과 만나고 있다. 출처=블루 오리진

우주로 달려가려는 이유는?

민간 우주사업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렴하기 때문이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우주사업경쟁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는 반면 실효성 측면에서는 항상 물음표가 달렸다. 우주경쟁의 원인이 국가의 자존심, 그리고 군비확충에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중요한 동력이기는 하지만 국가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우주경쟁에 나서는 것은 지나친 자원의 낭비라는 비판이 당시에도 많았다. 군비확충은 전쟁을 대비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평시에는 돈 먹는 하마에 불과했다. 1983년 레이건 대통령이 우주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는 전략방위구상, 일명 '별들의 전쟁(Star Wars)'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 많은 비판이 나온 이유다.

현재 ICT 기업들의 우주사업은 비용절감에도 큰 강점을 가진다. 스페이스엑스와 블루오리진 모두 로켓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실제로 스페이스엑스가 대형 로켓인 팰컨헤비를 발사하는데 드는 비용은 최대 1억5000만달러 수준으로 NASA 로벳 발사 비용의 10% 수준이다. 스페이스엑스는 팰컨 추진체 3개 중 2개는 센터로 돌아오고 나머지 1개는 바다에서 무인선박으로 회수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민간 우주시대가 열렸지만 아직 국가경쟁의 틀도 남아있다. 국가의 영토개념이 희박한 우주를 공략해 장기적 플랜을 짜려는 계획이다. 현재 지구 궤도에는 무려 3000개의 인공위성이 떠돌고 있다.

민간 우주개발의 주역이 대부분 IT기업인 이유도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민세주 연구원은 "기존 IT 서비스의 사업기반 확대에 효과적이며 새로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으면서 IT산업에 가장 알맞는 분야가 우주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주사업이야말로 IT 개발의 최전선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을 활용하는 기술과 우주에서 버틸 수 있는 소재의 개발, 위성항법시스템 발전 등 우주개발을 통해 IT업계는 새롭게 진보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민간우주개발 복마전의 표면적인 이유다. 한 발 더 들어가면 생태계 전략과의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프로젝트 룬이 실험장소에 있다. 출처=알파벳

구글 알파벳은 현재 프로젝트 룬을 통해 인터넷 풍선을 날리는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비닐 소재의 15m크기의 헬륨 열기구 풍선으로 6만피트(약 18km) 상공에서 최대 100일 동안 비행할 수 있으며 인터넷 풍선에 전화나 문자메시지와 같은 통신 서비스와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기 위해 통신 중계기와 무선 안테나, 위성항법장치(GPS), 위치 추적기 등을 탑재했다. 2013년부터 아시아와 남미 등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는 저개발 국가에 통신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허리케인으로 통신이 두절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프로젝트 룬이 해결사로 투입됐다. 앨러스테어 웨스터거스(Alastair Westgarth) 프로젝트 룬 책임자는 "프로젝트 룬은 여전히 실험단계에 있어 허리케인 피해지역에서 얼마나 잘 작동할지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푸에르토리코 주민과 같이 예상치 못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긴급 통신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룬은 페이스북의 아퀼라 드론과 '무료 통신 서비스'라는 접점이 있다. 이는 운영체제 중심의 모바일 생태계 환경을 경험한 ICT 업계가 강력한 생태계를 확보하기 위한 다중포석이다. 인터넷 사용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개발 도상국을 중심으로 페이스북이, 구글이 제공하는 무료 인터넷이 보급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개발 도상국 사람들에게 인터넷, 즉 관문 성격의 운영체제가 바로 페이스북과 구글이 된다. 페이스북이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중심으로 페이스북 라이트 버전을 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ICT 거인들은  생태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오지의 사람들에게 무료로 인터넷을 나눠주는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관점을 바꿔 스페이스엑스와 블루 오리진의 로드맵에도 적용된다. 테슬라를 통해 전기차 이상의 에너지 기간 인프라 플랫폼을 노리며 그 공간을 우주로 확장하면 완벽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이커머스의 아마존이라는 연결고리는 우주화물과 시너지를 일으켜 사용자 경험의 이상적인 확장을 꾀하게 된다. '인터넷=운영체제=세상=우주=각 ICT 기업'이라는 공식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종속성이다. 특정 ICT 기업이 우주까지 포함하는 거대한 플랫폼을 구성할 경우 생태계에 포함된 객체들이 발생시키는 데이터, 위치, 사용자 경험은 고스란히 기업의 손에 들어온다. 그 연장선에서 소위 빅브라더와 같은 비극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