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다음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미국 통화정책과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월 의사록이 공개됐다. 지난달 FOMC 정례회의에서 9명의 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계속될수록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상승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기준금리 동결에 만장일치로 합의했으나, 향후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분명한 자신감을 보였다.

FOMC 의사록 "추가 점진 금리 인상 적절"

21일(현지시각)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한 1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석한 9명의 위원은 세제개편안 등에 따른 감세 효과와 소비 증가, 지속적인 경제 성장세를 고려할 때 금리 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대다수 위원들은 “경제 성장세가 계속되면서 더욱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further gradual policy firming would be appropriate)”는데 뜻을 모았다.

거의 모든 위원들은 “경제 성장이 추세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고 노동시장 역시 강세를 유지함에 따라 물가상승률은 중기적으로 연준의 2% 목표를 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몇몇 위원들은 “최근의 경제 상황은 물가상승률이 2% 목표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높이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들은 “지난해 1.5%대에 머문 핵심 개인소비지출은 올해 현저하게 높아질 것”이라면서  “연방기금 금리의 점진 인상을 보증할 수 있는 경제상황이 전개될 것(warrant further gradual increases in the federal funds rate)”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점진적인 금리 인상은 경제 팽창을 지속시키고 인플레이션과 실업 전망에 대한 위험을 균형있게 바로잡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월 의사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석한 9명의 위원은 현재의 경제 성장세를 고려할 때 금리 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출처=flickr

몇몇 위원들은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재의 노동 시장이 임금이나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를 거의 발견하지 못 했다”면서 “향후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 때까지 기준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Committee could afford to be patient)”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장이 개선됨에 따라 금융시장 불균형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Fed는 규제 완화 전망에 대해 재무 안정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Fed should be ccareful)”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참석한 9명의 위원은 모두 금리 동결에 찬성했다. 지난 2일 사의를 표한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을 포함해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 랜달 퀄스 부의장,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은행 총재,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 등 참석 위원 전원은 기준금리를 기존 1.25%~1.5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반대표를 던진 위원은 없었다.

3월 금리 인상 가능성 99%금리 인상 속도 붙나

시장은 다음 달 20일 열리는 FOMC 3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3월을 시작으로 연내 3~4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점쳤다. 통상 기준금리를 선반영하는 FF선물금리로 계산한 미국 3월 금리인상 확률은 99%다.

JP모건은 “Fed 의장이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매파(강경파) 성향으로 바뀐 것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 기대가 한층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차기 인상 시기는 3월을 시작으로 연내 4회로 전망했다. 바클레이스 역시 “정책결정문 내용을 보면 연내 3회 이상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3월 인상, 연내 4회 인상을 점쳤다. 골드만삭스는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기존 85%에서 90%로 상향조정하고 연내 4회 인상을 전망했다.

한편 FOMC 1월 회의가 있은 후 시장은 금리 인상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달 시간당 임금상승률이 2.9% 상승했고,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한 달 동안 0.5% 상승할 것으로 분석되면서 시장은 2% 물가상승률 목표 도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여기에 1월 FOMC 정책결정문에서 “올해는 물가상승률이 위로 움직일 것”이라는 표현을 통해 금리 인상 시그널이 포착되며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을 엄습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공포에 이달 초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지난 6일 기준 미 장기 국채 금리는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주식시장에서는 투매양상이 보였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거래일 만에 2만5000선이 무너졌고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중ㅅ힘의  나스닥종합지수 등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26.96으로 50%이상 치솟아 지난 2016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처음으로 20을 넘어섰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금리 인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시장의우려가 있으나 파월 의장이 금융시장 안정을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우려를 완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연준이 정책 목표로 삼는 근원 물가상승률은 1.5%로 여전히 2% 목표를 하회하고 있다”면서 “연준이 부담을 느낄 수준까지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라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