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전국 최대 5일장인 성남시 ‘모란시장’이 상인들과의 해묵은 갈등을 끝내고 새 장터로 옮겨 24일 문을 연다. 새 장터는 현 장터 바로 옆 중원구 성남동 4929번지 일대 여수 공공주택지구 내 주차장 부지에 자리잡았다. 성남시는 끝자리 4일과 9일에는 5일장으로, 나머지 날은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성남시는 모란시장 이전과 관련해 상인들과 몇 차례 갈등으로 인해 당초 지난해 10월 이전 예정이었으나 세 차례나 일정을 연기했다.

장날이면 10만명이 북적이는 모란시장은 차량 정체 해소와 교통망 정비계획에 따라 1988년 무렵부터 이전 논의가 시작됐으나 상인들의 반발, 이전 대상지 확보, 이전 비용 등으로 난항을 겪었다.

성남시는 지난 2014년 모란시장을 시대에 맞는 유통문화 명소로 활성화하기 위해 타당성 용역을 시작으로 모란시장 이전을 추진했다.

이번에도 모란민속상인회의 반발은 컸다. 상인들은 장터 주변에 자리를 잡고 모란시장 고객을 뺏던 노점상들과 함께 새 장터로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새 장터는 현 장터보다 모란역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상권 위축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특히 모란가축시장 개고기 판매 점포 정비사업과 맞물리면서 이전 계획을 추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시의 지속적인 설득으로 지난 2016년 9월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모란 민속 오일장 겸 공영주차장 조성사업’ 위·수탁 협약을 맺고 모란시장 장터로 활용할 주차장 조성 공사에 들어갔다.

시가 630억원을 투자해 조성한 공영주차장은 2만 2563㎡으로 1만 2200㎡인 현시장보다 1만363㎡ 넓다. 새 장터로 쓰이는 공영주차장에는 대형 화장실과 전기, 급수시설, 조명탑까지 설치해 상인들의 편의를 고려해 조성했다.

그러나 새 장터에 들어설 매대 위치 선정을 놓고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상인들의 요청에 따라 새 장터 이전 계획이 한 달 연기됐다. 694명의 상인회와 77명의 노점상이 모두 새 장터로 옮겨 영업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상생 협의’로 절충점을 찾는 과정에 680명으로 규모가 줄었다.

매대 선정에 대한 갈등이 상당 부분 봉합되는 시점이었던 지난해 11월 새 장터의 물고임 현상이 나타나 상인들의 ‘전면 개보수’ 요구로 또 한 번 이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시는 물고임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22곳에 배수 트렌치 1040m를 추가로 설치하고, 16곳에 음식물 처리 받이도 배치하는 등 시설 보수를 마치고 지난해 12월 11일 새 장터를 준공 처리했다.

물고임 현상이 해결된 후에도 상인들의 내부 갈등으로 새 장터 이전은 쉽지 않았다. 모란시장 소속 상인 40여 명은 상인회에 회비를 내지 않아 제명된 상인 6명에게까지 새 장터 위지 선정을 위한 추첨권이 부여됐다는 사실에 반발했다.

상인회 회원과 주변 노점상들이 함께 새 장터로 이전하는 것을 두고 빚어졌던 갈등이 ‘상생 협의’로 가까스로 봉합되는 듯하더니 이번에는 상인회 회원과 제명 회원 사이에 또 다시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상인회 회원들의 추첨 보이콧으로 후순위 상인들이 오히려 새 장터 자리를 선점하게 되며 문제는 더욱 커졌다.

시는 상인회 내부 사정으로 외부에서 알지 못해 벌어진 상황이라며, 지난달 별도의 자리 추첨으로 상황이 일단락 됐다. 이로써 모든 갈등이 해결되며 새 장터는 이달 24일 문을 열기로 합의했다.

모란시장은 1964년 지금의 성남대로 주변인 광주군 대원천변에 난전이 모여들어 형성된 곳이다. 1990년 9월 지금의 대원천 하류 복개지로 옮겼고, 명칭은 시장을 처음 연 김창숙씨의 고향인 평양 모란봉 이름을 따 ‘모란’으로 지어졌다.

모란시장이 이전하면 현 장터는 용도가 주차장에서 도로로 전환돼 성남 하이테크밸리와 탄천을 연결하는 간선도로망 기능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