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1위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서명 마지막 날인 17일 기준 21만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이 20만명을 넘길 경우 청와대가 직접 답변을 해야하는 만큼, 국내 ICT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한 트위터 이용자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을 통해 "포털사이트, 특히 네이버안의 기사에 달린 댓글중 상당수가  조작으로 강력히 의심되는 정황들이 너무나 많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매크로 및 프로그램 등으로 추정되는 비정상적인 댓글 및 추천 현상, 그리고 네이버 내부의 도움이 있다고 의심되는 현상이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이버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 중 하나"라면서 "조작이 이뤄진다면 그것이야 말로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적폐청산"이라고 강조하며 "적폐청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게 될 것이며, 적폐는 스스로 다시 자라날 것"이라고 말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에 네이버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인이 21만명 돌파했다. 출처=갈무리

현재 네이버의 댓글조작 의혹은 서울 분당서에서 지난 7일 서울청 사이버수사대로 재배당된 상태다. 댓글조작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심해지자 네이버가 직접 수사를 의뢰했다. 정식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21만명을 돌파했다는 것은, 그 만큼 네이버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추락했음을 시사한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번진 네이버 수사 촉구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의 요인이 작동했다. 먼저 대중의 언론적폐에 대한 반감이다. 현재 기업과 언론이 부적절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청탁을 하는 등, 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며 일부 언론의 추악한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소위 말하는 '기레기 논란'이 크게 증폭됐다.

최근에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기점으로 남북관계를 둘러싼 이념 패러다임이 불거지며 일부 언론이 '진실을 확실하게 알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아지고 있다.

언론적폐에 대한 반감이 플랫폼 공공성과 만나며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 촉구 주장이 나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현재 포털은 언론사의 뉴스를 사실상 편집하고 노출하는 전권을 가지고 있으며, 포털에 어떤 언론기사가 노출되느냐에 따라 여론의 방향도 180도 달라진다. 여기에서 네이버 뉴스 댓글에 조직적인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며 문제가 커진 셈이다.

네이버의 책임도 크다. 지난해 말 스포츠 콘텐츠 임의 조작 사건이 불거지며 플랫폼 공공성에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위 '옵션열기'로 대표되는 조직적 댓글조작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논란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팽배해지는 가운데 뉴스 콘텐츠를 전달하는 포털 플랫폼의 공공성이 의심받고, 그 와중에 옵션열기와 같은 부적절한 조작정황까지 적발되자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는 중이다.

▲ 옵션열기 댓글조작으로 의심되는 글. 출처=갈무리

지난해 숙박 O2O 스타트업 사이에서 벌어진 소위 음해성 댓글공작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댓글조작'이라는 점이 새삼 확인되는 등, 댓글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도 네이버에 대한 대중의 의심을 증폭시키는 중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은 네이버는 물론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에도 맹공을 퍼붓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뉴스 댓글조작과 관련한 가짜뉴스 33건을 추가로 고소하며 포털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용익 민주당 댓글조작 가짜뉴스법률대책 단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가짜뉴스를 적발하기 위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이버에 자체 조자 강화를 요구했으나 네이버는 국민의 정서와 먼 답변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조 단장은 "네이버를 이대로 방치하기는 곤란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공격은 수위가 훨씬 높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1일 "네이버는 좌파 정권의 선전도구"라면서 "뉴스 댓글이 갑자기 사라지는 등 네이버가 정권의 홍위병 노릇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회에서 ICT 뉴노멀 법 등 포털을 포함한 플랫폼 사업자의 운신을 좁히려는 법안이 발의되는 것도, 플랫폼 공공성을 상실한 네이버와 다음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다는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자체수사를 의뢰했을 당시 "댓글조작 이슈는 내부의 일이 아닌 외부의 일이기 때문에 공신력있는 단체를 통해 실체를 확인해 보자는 취지"라며 선을 긋고 있다.

만약 댓글조작이 이뤄져도 이는 외부에서 벌인 작업이기 때문에 네이버의 책임과는 거리가 멀다는 해석이다. 외부에서 네이버의 강력한 자정안을 주문하고 있는 것과는 온도차이가 있다. 활발한 플랫폼 생태계를 위해 최소한의 개입만 시도하는 포털의 고민이 묻어난다.

한편 댓글조작 이슈를 중심에 둔 네이버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며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윤 수석이 네이버 부사장 출신이기 때문에, 그가 청와대에 입성한 후 네이버가 일종의 정권 코드 맞추기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가 네이버에서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며 네이버에 대한 정권 차원의 비호가 있다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 청와대가 출입기자들을 통해 굵직굵직한 소식을 알렸다면, 문재인 정부는 직접적인 국민과의 소통에 나서는 분위기다. 그리고 윤 수석은 청와대가 운영하는 6개의 소셜계정을 비롯해 카드 뉴스 콘텐츠, 생중계 라이브 제작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카카오 출신의 정혜승 뉴미디어 비서관과 함께 청와대의 브랜드 저널리즘을 이끌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윤 수석을 열결고리로 하는 청와대, 네이버의 연결고리에 회의적이다. 윤 수석 본인도 청와대 입성 직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촛불집회를 보고 청와대에 갈 결심을 굳혔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