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우리나라 금리 체계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에는 한 가지 법칙이 있다. 바로 기준금리의 변동 폭이다.

기준금리는 보통 0.25%포인트씩 오르고 내린다. 2011년 6월 3.25%에서 2016년 6월 1.25%까지 기준금리가 내리막길을 걸을 때도 6년동안 8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점진적인 인하 폭을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6년 5개월만에 기준금리가 1.50%로 오를 때도 인상 폭은 0.25%포인트였다. 기준금리는 왜 0.25%포인트씩 조정될까?

0.25%포인트의 역사는 1990년대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주식시장 폭락 등을 겪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정책금리(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시장 안정에 나섰다. 1988~1989년 당시 변동폭은 0.44%포인트, 0.75%포인트에서 0.06%포인트까지 제각각이었다. 변동폭이 들쭉날쭉한 만큼 시장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1989년 9월부터 기준금리는 0.25%포인트씩 비교적 일정한 변동 폭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방식은 당시 미 연준 의장의 이름을 따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Greenspan’s babystep)’ 이라고 불린다. 마치 아기가 발걸음을 떼듯 완만하고 점진적인 변동 폭이라는 의미다.

이후 연준을 중심으로 각 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릴 때 조정 폭을 0.25%포인트로 맞추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불문율이 생긴 것이다.

기준금리를 일정한 폭으로 조정하면 우리 경제가 금리 변동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금리가 오르거나 내려도 변동 수준을 미리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물가와 금융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중앙은행의 스탠스와도 관련이 깊다. 물가나 금융안정을 위해선 급격한 변동은 피해야 한다. 위기상황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중앙은행 대부분은 점진적인 방식을 통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물론 언제나 0.25%포인트 룰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기준금리는 큰 폭으로 조정되기도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 2008년, 미국 정책금리는 2007년 12월 4.25%에서 이듬해 1월 3%로, 같은 해 3월 2.25%에 이어 10월 1%, 12월 0.125%까지 급격한 변동폭을 보였다. 

우리나라도 지난 20년간 총 5차례에 걸쳐 0.25%포인트 규칙을 이탈했다. 닷컴 버블이 무너졌던 2001년 9월 19일 4.50%에서 4.00%로 0.50%포인트 인하됐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10월 27일에는 5.00%에서 4.25%로 0.75%포인트 인하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11일 4.00%에서 다시 3.00%으로 1%포인트로 큰 폭 내렸다. 이듬해인 2009년 1,2월에도 금융위기 여파로 각각 0.50%포인트씩 인하해 기준금리를 2.00%까지 낮췄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는 주로 경제 위기시에 큰 폭으로 인하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경제가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오르내리다 위기 시 탄력적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