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의 최신 자동차들은 운전자들이 어디를 가고 어떻게 운전하는지를 모두 모니터한다. 핸들을 잡은 세련된 컴퓨터는 스마트폰보다도 더 우리의 습관과 행동에 가까이 있다.      출처= us.pressfrom.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다니엘 던은 지난 해 혼다의 피트(Fit)를 리스로 빌리기로 하고 계약 서에 서명하면서 계약서에 깨알같이 써 있는 글귀에 눈길이 갔다.

계약서에는 혼다가 그의 자동차의 위치를 추적하기 원한다고 되어 있었다. 캘리포니아 테메큘라(Temecula)에 사는 69세의 은퇴자인 던이 보기에 이 계약서 규정이 이상하게 보였지만 던은 새 차를 타고 싶다는 욕심에 약간의 망설임에도 불구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후에는 그 규정에 대해 잊고 있었다.

식품점과 요가 스튜디오를 자동차로 매일 오가는 던은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들이 알아도 무슨 상관 있겠어. 오히려 ‘이 남자 굉장히 지루한 사람이군’이라고 생각할 걸”

던은 자신의 평상시의 운전 습관을 평범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개인정보 보호 전문가는 혼다 같은 대형 자동차 제조사는 자신들을 결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던의 일상적인 움직임을 모니터링함으로써 자동차 회사는, 그가 얼마나 빨리 운전을 하는지, 브레이크를 얼마나 심하게 밟는지, 연료는 얼마나 자주 넣는지, 그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등, 던에 대한 엄청난 양의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회사는 그가 어디에서 쇼핑을 하는지, 그가 가는 곳의 날씨는 어떤지, 안전 벨트는 얼마나 자주 착용하는지, 사고 직전에 무엇을 했는지, 심지어는 그가 자주 가는 식당은 어디인지, 몸무게는 얼마나 늘었는지 등을 다 알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운전자가 미처 깨닫지는 못하는 가운데, 던처럼 수 천만 대의 미국 자동차가 감시되고 있으며, 새로 판매되거나 리스되는 차량이 생기면서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제조업체는, 운전자도 모르게 운전자의 소중한 개인 정보를 보는 강력한 탐지기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들은 자동차를, 우리를 여행하게 해 주는 기계에서, 스마트폰보다도 개인적인 습관과 행동에 더 많은 접근을 제공하는 바퀴 달린 정교한 컴퓨터로 바꾸어 놓았다.

커넥티드 카 데이터를 팔아 자동차 제조사와 이익을 공유하는 회사인 오토노모(Otonomo)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인 리사 조이 로스너는 이렇게 말한다.

"자동차 제조업체는 자신이 이제 더 이상 하드웨어 회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최초의 우주 왕복선에는 50만 행의 소프트웨어 코드가 장착되어 있었지만, 포드 자동차는 2020년이 되면 자동차에 1억 라인의 코드가 장착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요. 단지 마력의 관점에서만 생각한다면 그런 자동차들은 터보 우주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자동차 제조사들은 그들이 수집한 데이터가 자동차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차량 안전을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출처= dailymail.co.uk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고객이 명시적으로 허가한 경우에만 고객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허가 요청은 종종 긴 서비스 계약서의 깨알 같은 글씨에 묻혀 있다. 그들은 데이터가 자동차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차량 안전을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또 수집된 정보가 교통 사고와 사망자 수를 줄여 수만 명의 생명을 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소비재 전문 조사기관인 ABI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고객을 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사이버 연결 기능이 장착된 차량 7800 만대가 도로를 누비고 다니고 있다. 기술 조사기관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2021년이면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98%가 연결 기능이 장착될 것이다.

혼다 자동차의 나탈리 쿠마라트네 대변인은, 회사가 수집한 데이터로 무슨 일을 하는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쿠마라트네 대변인은, 자동차에는 혼다가 결정한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다중 모니터링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음을 명시하고 있는 혼다 소명서(Honda Clarity)의 소유자 매뉴얼 사본을 보내왔다.

자동차를 컴퓨터에 연결하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자동차는 1960년 대부터 운전자가 엔진을 점검하도록 상기시키는 진단 시스템과, 자동차의 ‘블랙 박스’로 간주되는 ‘사고 데이터 레코더" 같은 형태의 컴퓨터 시스템에 의존해 왔다.

인정보보호 미래 포럼(Future of Privacy Forum)에서 정책 카운셀러로서 빅데이터와 자동차를 연구하는 로렌 스미스는, 최근 몇 년 들어 바뀐 점은, 데이터의 양과 정확성, 그리고 데이터가 어떻게 추출되고 인터넷으로 연결되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미스는 자동차에 꽂는 ‘열쇠’나 동글(dongle)을 사용해 자동차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버라이즌 험(Verizon Hum), 주비(Zubie), 오토브레인(Autobrain) 같은 진단 서비스를 언급하면서 "전에는 데이터를 생성하는 장치가 자동차 안에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 정보가 차량 밖으로 전송되는 새로운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서비스가 운전자와 회사에게 자동차의 운행 기록에서 유지 보수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동차 산업이 금융, 의료, 교육 산업보다는 개인 정보를 더 많이 수집하는 것은 아니며 고객의 개인 정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도 없다고 말한다.

운전자 행동에 관한 충분한 데이터 포인트를 통해 지문처럼 독특한 프로필이 개발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그러나 고객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위치 데이터다.

세계 개인정보 포럼(World Privacy Forum)의 팜 딕슨 사무 총장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습관이 얼마나 깊이 뿌리내렸는지, 우리가 정기적으로 차를 주차하는 장소가 우리에 관해 얼마나 많은 정보를 말해 주는지 알지 못하지요. 그런 누적 데이터가 우리의 습관을 추적하기 위해 재해석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가장 일상적인 사적 습관을 말해주는 이런 데이터를 원하는 사기예방회사와 법 집행기관이 많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자동차 출퇴근 경로를 추적하면 그 사람의 쇼핑 습관이나 관계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으며, 이런 정보는 기업, 정부 기관 또는 법 집행 기관에 매우 소중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HIV 진료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한다면 그 사람의 건강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 국립보건원병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 따르면, 병원이나 진료소에서 수집한 정보와는 달리 건강 진료 기관이 아닌 곳이 수집한 건강 데이터는, 미국 의료정보호법(HIPAA)이라고 하는 연방 개인 정보 보호 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자동차 제조업체는 지난 2014년에 미 연방 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에 소유자의 동의 없이 제 3자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것 등을 포함하는 일련의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